엄마로 글을 쓴다는 것

by 스마일한문샘

올해 엄마 14년차입니다. 꼬물꼬물하던 큰아이는 훌쩍 자란 열네 살, 둘째는 그림 좋아하고 감성 넘치는 열두 살이 되었습니다. 마흔에 찾아온 막내도 벌써 자기 이름 쓸 줄 아는 여섯 살. 아이들과 복닥복닥하다가 어릴 때 사진 보면 '언제 이렇게 컸을까!' 싶어 놀라고 감사하게 됩니다.


객지에서 세 자매 돌보며 일하는 나날이 마냥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그래서 휴직을 선택했고, 휴직과 복직을 반복하며 겪었던 일들을 하나하나 썼습니다. 눈물과 한숨, 감사와 여운이 묻어나는 순간들을 일기나 수첩에 옮기면 마음이 한결 차분해졌습니다. 블로그와 페이스북에는 더 다듬고 마음 가라앉혀 갈무리했더랬습니다.


늦둥이 덕분(?)에 생각보다 육아레이스가 길어졌지만 좋은 부분을 먼저 생각하려 합니다. 아이들과 울고 웃던 나날도 제 삶의 소중한 자양분이니까요. 한문선생으로서뿐만 아니라 더 넓은 세계를 볼 수 있었고, 마음대로 안 되는 부분도 있지만 그 안에 더 깊고 뜨거운 무언가가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 기억들을 글로 쓰려면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잠 줄이고 집안일 더 빨리 하고 그렇게 얻은 몇 분, 한두 시간을 아껴 한 자 한 자 쓰고 읽었습니다. 엄마로서의 깨달음, 반짝반짝 빛나던 순간, 남모를 좌절과 뜻밖의 고마움까지. 비슷한 시기에 아이를 키웠거나 더 넓은 마음으로 우리 딸들을 품어 주셨던 얼굴들에 대한 감사도 담았습니다.


"내가 있을 때 나는 나다."(정민, 『나는 나다』, 54쪽) 이 글이 좋아 오래 읽다 관련 글인 <환아잠(還我箴)>까지 같이 만났습니다. "아구환아(我求還我)", 나는 내게 돌아간단 네 글자는 순수함을 갈망하는 자서전이면서 바쁜 나날을 뜻깊게 새기겠다는 다짐으로 읽힙니다.


엄마로서의 하루하루를 글로 쓰는 동안 나는 나일 수 있었고, 그때 얻은 힘으로 하루하루를 더 기쁘고 뜻깊게 살았습니다. 일과 육아를 같이 하면서 갈수록 더 바빠지는 듯하지만, 틈틈이 읽고 쓰며 '나'를 찾아가겠습니다. 엄마로서의 나, 한문교사로서의 나, 무엇보다 한 사람으로서의 나.


* 이용휴의 <환아잠>에는 "신득녕을 위해 짓는다"는 글이 붙어 있습니다. 신득녕은 자가 환아(還我)인 제자 신의측입니다.

휴대폰 배경화면입니다.
이전 17화다시 7월 기망(旣望) 앞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