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7월 기망(旣望) 앞에서

by 스마일한문샘

아이와 산책 가는 길, 유난히 달이 밝습니다. 달빛을 사진과 마음에 담고 달력 보니 음력 7월 15일. 그러고 보니 토요일이 16일 기망(旣望)입니다. 이미 기(旣), 바랄 망(望) 두 글자를 오래 새기는 건 소식(蘇軾)의 <적벽부(赤壁賦)> 때문입니다. 고2 한문 시간에 푹 젖어들듯 외운, 읽고 또 읽어도 넉넉하고 새로운 글.


"임술년(1082년) 가을 7월 16일에 소자(蘇子)가 손님과 함께 배를 띄우고 적벽 아래에서 노닐 때, 맑은 바람은 서서히 불어오고 물결은 일지 않더라." 첫 부분 원문 중 '임술지추칠월기망(壬戌之秋七月旣望)' 덕분에 '기망' 두 글자는 제 삶의 또 다른 아이콘이 되었습니다. 보름달처럼 꽉 차진 않지만 왠지 더 따스하고 속깊은 16일 달.


이덕무의 『세정석담(歲精惜譚)』을 좋아합니다. '세월과 정신이 아까운 이야기'란 뜻인데, 머리말 읽다 "계미년(1763년) 7월 16일 해질 무렵 사이재거사(四以齋居士)가 적는다."에 놀랐습니다. 우연의 일치였을까요. 그도 <적벽부>의 그날을 생각했을까요. 두 글을 같이 보면 초가을 햇살이 고운 어스름, 다정한 달빛으로 흘러갑니다.


작년 7월 기망에는 비가 많이 와 달을 못 봤습니다. "내년 7월 기망에는 마스크 벗고 지내기를, 한문과 임용고사 TO도 많이 나기를, 무엇보다 모든 사람들이 평화롭게 달빛을 누리기를." 그때 쓴 글이 다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마지막 말은 꼭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호우 끝에 비 소식이 밀려와 더 그렇습니다.


* 윗글의 원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壬戌之秋七月旣望(임술지추칠월기망)에 蘇子與客(소자여객)으로 泛舟遊於赤壁之下(범주유어적벽지하)할새, 淸風(청풍)은 徐來(서래)하고 水波(수파)는 不興(불흥)이라."

- 소자(蘇子)는 소식 자신을 뜻합니다.


* 소식은 중국 송나라 사람으로 "독서가 만 권에 달하여도 율(律 : 왕안석의 신법)은 읽지 않는다"는 말 때문에 사형당할 뻔했다가 황주로 유배되었습니다. <적벽부>는 귀양 기간에 양세창과 함께 적벽에서 뱃놀이한 감회를 써낸 글입니다. 널리 알려진 <전(前) 적벽부>는 음력 7월, <후(後) 적벽부>는 10월에 지었습니다.


<적벽부> 첫 문장입니다. 사진은 5차 교육과정 『고등학교 한문 상』(정우상, 정달영) 135쪽 윗부분입니다.
<적벽부> 마지막 문장입니다. 위의 책 1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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