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용고사를 네 번 봤습니다. 커트라인 언저리에서 떨어진 재수, 경기도 113명 뽑을 즈음 미끄러진 삼수 때 2월은 흐린 하늘 같았습니다. 기간제 교사 원서 넣는 곳마다 잘 안 될 때 뜻밖의 학교에서 연락을 받았습니다. 세 학년 스물 세 반 수업과 쉽지 않은 업무에 하루하루 바빴지만, 그곳에서 툭툭 털고 네번째 시험 준비할 용기를 얻었습니다.
합격하면 마냥 좋을 줄 알았는데 또 다른 책임감과 버거움이 있었습니다. 수업이며 일이 잘 안 풀릴 때 쓰고 또 썼습니다. 한글파일에 꾹꾹 담은 글, 조금 더 다듬어 블로그에 털어놓은 이야기는 스스로를 다독이며 다시 일어서는 힘이 되었습니다. 글이 쌓이면서 뿌듯함도 늘었고, 작은 글과 삶을 아껴 주시는 분들을 뵈면 여린 마음에 봄꽃이 찾아들었습니다.
서른에 첫 담임, 마흔셋에 두번째 담임을 했습니다. 두 번 다 쉽지 않았고 1년 내내 교실 가는 발걸음이 묵직했습니다. 남몰래 숱한 그늘이 밀려오는 날 초콜릿과 젤리 같이 먹으며 이런저런 어려움에 귀기울여 주시던 동료 선생님, 다정한 쪽지와 문자 메시지로 가만가만 응원하던 아이들을 기억합니다. 덕분에 기나긴 터널에도 반짝이는 빛이 있음을 알았습니다.
잎 지는 가을입니다. 이번 주말에 다시 임용고사 보실 선생님들을 응원하며 기나긴 시간 동안 넘어지고 또 일어나며 걷고 달린 나날이 뜻깊게 열매맺기를 기도합니다. 한 해 동안 여러 일로 애쓰고 또 애쓰신 선생님들께도 따뜻한 박수를 드립니다. 비록 잊고 싶은 시간이 있더라도 '권토중래(捲土重來)' 네 글자처럼 툭툭 털고 일어나시리라 믿습니다.
* 권토중래(捲土重來) : 흙먼지를 일으키며(글자 그대로 번역하면 흙을 말아 올려) 다시 온다는 말로 한 번 실패한 사람이 힘을 길러 다시 도전한다는 뜻입니다. 당나라 시인 두목(杜牧)의 <제오강정(題烏江亭)> 중 "흙먼지를 일으키며 다시 왔으면 어찌 될지 모르리[捲土重來未可知]"에서 유래했습니다. 두목은 항우가 유방과 전쟁하다 패하여 스스로 삶을 접은 오강(烏江)에서 그가 좌절을 딛고 강동에서 세력을 키웠더라면 다시 한 번 패권을 얻지 않았을까 아쉬워하는 마음을 읊었습니다.
2021.11.20. 오후 4: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