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5~7교시 동아리날 벚꽃길에 갔습니다. 올라가니 안 가니 투닥투닥하는데 "선생님~" 눈부신 흰머리에 "관장님!" 아이들이 "누구셔요?" "응, 우리 나라에서 제일 나이 많은 도서관 할머니 관장님이야."
13년 전 이현주 목사님 강의에서 처음 뵌 관장님. "모임 같이 하실래요?" 얼결에 두 살바기 큰아이와 꼬박꼬박 갔습니다. 도서관 친구모임에서 마시는 차는 늘 따스했고, 햇살 받은 자작나무 잎은 왜 그리 산들산들하던지요.
30~40대가 대부분인 책모임에서 70대 관장님은 남다른 어른이었습니다. 젊은 사람 마음을 곧잘 읽어 주셨고, 권정생 선생님 이야기 나오면 10대 후반처럼 두근두근하셨습니다. 아주 어린 아이들과도 따듯하게 눈 맞추며 그림책을 조곤조곤 읽어 주셨답니다.
두번째 복직 앞두고 관장님을 찾아뵈었습니다. 일흔 아홉에 교회 도서관에서 퇴임하신 관장님은 또 다른 꿈을 꾼다고 하셨습니다. "선생님, 탈북한 분들 도우시는 목사님이 계셔요. 작은 도서관 하시는 데 도와 드리려 해요." 베토벤 로망스 No.2에 어우러진 눈빛이 촉촉하게 반짝였습니다.
오늘 여든 다섯 되신 관장님 별명은 '흰머리 소녀'입니다. 『처럼-시로 만나는 윤동주』 빌려 드렸을 때 수줍은 듯 웃으시던 얼굴, 막내 낳기 직전 도서관에서 종종 끓여 주시던 무말랭이차가 눈에 선합니다. 하루하루가 노당익장(老當益壯)인 흰머리 소녀를 축복하며 응원합니다.
* 노당익장(老當益壯) : "장부위지(丈夫爲志), 궁당익견(窮當益堅), 노당익장(老當益壯)."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흔히 '노익장(老益壯)'으로 줄여 말합니다. 원문은 『후한서(後漢書)』 <마원전(馬援傳)>에 있습니다. "대장부가 뜻을 세웠으면 곤궁해도 더욱 굳세어야 하고 늙어서도 더욱 씩씩해야 한다."
관장님표 무말랭이차와 한 컷. 제게 관장님은 늘 그런 분이셔요. 다시 한 번 생신 축하합니다. (2016.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