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 가는 시간

by 스마일한문샘

'국악으로 글을 듣다' 여덟 글자가 반가웠습니다. 유난히 바쁘고 힘 빠지던 날이라 더 그랬습니다. 서둘러 저녁 차리고 빨래 개면서 저녁 7시부터 들려오는 방송에 귀기울였습니다. 국악방송 유튜브 채널로 시청하니 들으면서 보는 즐거움까지 누릴 수 있었습니다.

시작은 『열하일기』. 여러 번 읽었는데 거문고 연주와 함께 듣는 낭독은 또 다릅니다. 귀로 듣는 이야기가 이렇게 편안할 줄이야! 중간중간 해설도 반갑게 새겨 듣고, 낭송 너머 샌드아트도 가만가만 엿봅니다. 집안일 하며 들어 손은 바빴지만 마음만큼은 따듯하고 푸근합니다.


그러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마지막 즈음? "진달래 먹고 물장구 치고 다람쥐 쫓던 어린 시절에" 가야금 반주 맞춰 부르는 노래에 뜨거운 무언가가 찾아왔습니다. 쌓아가기보다 소진되는 듯하던 11월 마지막 날이라 더더욱 그랬나 봅니다. 그리고 가야금과 거문고의 2중주, 그 오래 담고 싶은 시간들.


아이들 재우고 『열하일기』 다시 보다 3년 전 독후감 쓰면서 정리한 글을 읽었습니다. "책을 펴자 모든 언어들이 우아함을 지키고 거문고를 타자 육기(六氣)가 맑게 되었다." 옛글에 가야금과 거문고가 어우러진 밤! 청나라 선비 대심형(戴心亨)의 글이 어제 일과 꼭 닮았습니다.


* 원문은 "開帙群言守其雅(개질군언수기아), 撫琴六氣爲之淸(무금육기위지청)."입니다. 원문과 번역은 『열하일기 3』(박지원 글, 김혈조 옮김, 돌베개, 2017.) 220쪽에서 인용했습니다.


* 육기(六氣)는 천지 또는 인간의 여섯 가지 기운으로 희(喜), 노(怒), 애(愛), 낙(樂), 호(好), 오(惡)입니다.

* 어제 들은 방송입니다.

<2021 사가청악, 국악으로 글을 듣다>

https://youtu.be/hl9TMTqI9Y8

포스터는 국악방송 홈페이지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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