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웃 선생님 글 읽다 '잇티제가 뭐지?' 한참 읽다 '아~ ISTJ!' 그럼 나는 뭘까 싶어 찾아보니 인팁이랍니다. INTP를 요즘은 인팁이라 읽기도 하네요. 내향-직관-사고-인식의 줄임말이면서 '논리적인 사색가'나 '아이디어 뱅크'라 부르는.
네. 저는 INTP입니다. MBTI 안에서도 제법 드문, 확률상 3% 정도라는 그 유형입니다. 제가 INTP라면 대부분 "진짜?" 또는 "역시!" 지금은 어느 정도 받아들였지만 23년 전 교육심리 과제로 MBTI 검사하고선 '말도 안 돼!' 학생생활연구소에서 두 번 더 했는데 같은 유형이었습니다.
싫은 옷 입은 듯한 껄끄러움과 교직에 적합한 성격이 아니라는 우울함으로 20대 초중반을 꽉 채웠습니다. 꿈꾸던 대로 선생이 되었으나 붙임성 좋고 다재다능한 분들 사이에서 마음 한켠엔 그늘이 가득. 저를 이해하려 시작한 성격검사가 되려 발목을 잡았습니다.
교직 3년차, 2004년 기독교사대회에서 선생님 네 분과 같은 방을 썼습니다. 천천히 말 트다 대구에서 오신 국어선생님이 "저 INTP인데요.." 순간 옆자리 수학선생님, "진짜요? 저도요!" 같은 유형 처음인데 한 자리에 셋이라니! 약간의 어색함을 한방에 털어낸 우리는 대회 내내 독특한 성향의 애환을 나누며 끈끈한 행복을 누렸습니다.
그 뒤에도 제 유형은 거의 못 봤지만, 2004년 여름과 2014년 진로부장님 말씀을 전환점으로 품었습니다. "다양한 아이들을 이해하려면 다양한 선생님이 필요해요." 조금 독특하고 똑 부러지기보다 몽상가 같은 면이 많은 저를 긍정하면서 강점은 북돋우고 약점은 보완하자며 스스로를 다독입니다.
정조의 "천하에 재능 하나 없는 사람은 없다[天下無無一能之人]"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해마다 같은 말을 가르치면서 아이들과 함께 꿈의 씨앗을 나누는데, 올해는 MBTI 열풍과 아울러 모든 성향에는 저마다 장점이 있다는 말을 덧붙이고 싶습니다. 얼마 전 특정 MBTI는 지원할 수 없다는 온라인 채용공고를 보고 더 그랬습니다.
7년 전 독서공책을 잠시 불러왔습니다. (2015.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