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노래

by 스마일한문샘

어린 날 KBS 3TV 라디오 <한낮의 음악선물>을 아껴 들었습니다. 거기서 <아름다운 것들>도 알고, 교과서에 나오는 노래의 날개 위에 긴긴 겨울방학을 꼭꼭 담았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부터 교회 유년부 성가대를 했습니다. 어린이 찬송가와 성가곡을 알토 파트로 외워 부르는 일은 또 다른 즐거움이었습니다.


TV보다 라디오가 좋았습니다. 중학생 때는 CBS <사랑의 노래 평화의 노래>에 채널 고정하고 공테이프에 아껴 듣는 노래를 녹음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의 어두운 눈이 그를>이었는지 처음 사연 당첨된 날 얼마나 가슴이 뛰던지요! 물론 EBS 열리면서 이름이랑 시간 달라진 <오후의 음악선물>도 애청했습니다.


중3, 고1 친구들이 윤상과 신승훈, 서태지와 아이들 노래 들을 때 나이에 안(?) 맞게 7080 포크에 푹 빠졌습니다. 학교와 남포동이 가까워 하교길에 가끔 길보드*로 듣던 노래들이 저녁 어스름에 아른아른 일렁였습니다. 송창식 노래(특히 <사랑이야>) 아끼시던 은사님 영향도 컸습니다. 그 때 못다 들은 90년대 노래들은 어른 되어 마음 바쁠 때 촉촉하게 듣습니다.


4년 전 『열하일기』 읽다 다음 글에 한참 멎었습니다. "풍속은 사방이 각기 다르니 이른바 백 리마다 풍속이 다르고, 천 리마다 습속이 다르다는 것이 이것입니다. 그러므로 강력한 법으로도 미칠 수 없고, 말로도 깨우칠 수 없는 경우에는 오직 음악만이 귀신같은 기능과 오묘한 작용을 펼칠 수 있습니다."


계속 읽었습니다. "마치 바람처럼 움직이고 햇살처럼 비추어 알지도 느끼지도 못하는 중에 고무되는 것과 같은 작용을 합니다." 연암 박지원이 중국 선비 윤가전, 왕민호와 음악을 이야기하는 <망양록(忘羊錄)>. 차려 놓은 양고기도 잊고 오래오래 필담하던 그들을 다시 읽다 제 마음에 담은 노래를 돌아봅니다.


* 인용한 글은 박지원(김혈조 옮김)의 『열하일기 2』 348쪽에서 가져왔습니다. 원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至於風(지어풍), 四方各異(사방각이), 所謂百里不同風(소위백리부동풍), 千里不同俗者是也(천리부동속자시야). 故刑政之所不及(고형정지소불급), 口語之所難喩(구어지소난유), 惟樂能宣幾之神而用之竗(유악능선기지신이용지묘). 風動而光被之(풍동이광피지), 鼓舞於不知不覺之中(고무어부지불각지중)."


* 길보드 : 길 + 빌보드. 1990년대에 가수들의 대표곡을 카세트테이프나 CD에 불법으로 복제하여 길거리에서 파는 것입니다.


* <오후의 음악선물> 관련 신문기사 (어린이동아 1998.4.3)

"어린이나 청소년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있는 TV와 비디오, CD롬 등 다양한 시청각 매체 사이에서, 이들 인기에 뒤지지 않고 높은 청취율을 기록하며 라디오의 인기를 지키고 있는 어린이 프로그램이 있다. EBS(교육방송) FM 라디오의 ‘오후의 음악 선물’(연출 이일주 프로듀서). 올해 방송 15년째로 초등학생 대상 음악 프로로는 최장수 기록을 세우고 있다. 댄스 뮤직과 랩의 홍수 속에서 우리 동요를 찾아 보급하고 어린이들의 순수한 동심을 가꾸어주는 역할을 한다."

https://kids.donga.com/mobile/?ptype=article&no=20199804030033

제 어린 날의 음반. 지금은 사진으로 남았습니다.

* <내 어린 날의 음반> (2014.1.27)

https://blog.naver.com/hanmunlove/100204477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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