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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온 Dec 21. 2022

꾸준히,가 보여 주는 힘을 믿어보기로 했습니다

달에 쓰는 세 번째 편지


유투버 '뭐랭하맨'이 9년간의 성과를 공개했다. 2022년 한 해는 본인에게 있어 가장 의미가 큰 한 해라고. 인스타그램 클립 영상으로 스쳐가듯 보고는 그저 같은 고향사람으로서 신기하고 재밌다 생각했던 것 외에 별 다른 관심은 없었는데, 그의 성과는 나로 하여금 많은 생각에 들게 했다. 아홉 해, 3,304일 동안의 기록. 여러 번의 변화에 묻어있는 고뇌의 흔적은 '감동'이라는 단어와 아주 잘 어울렸다.

그와 달리 나의 한 해는 유독 고달팠는데, 어쩐 일인지 변화구가 많았고, 나는 매번 그 흐름을 읽지 못해 낙담했다. 누구나 다 그렇지 뭐, 하고 넘기기엔 조금 억울한 날들의 연속. 온전히 감정을 뱉어낼 용기는 없었고, 그렇게 말을 삼킨 날들이 쌓일수록 어떤 단어로도 형용되지 못한 감정들은 무기력 또는 허탈감으로 자리했다. 그럼에도 잘 지냈지만, 휘발되지 않는 감정들을 짊어지고 살아가는 것은 꽤나 고달픈 일이었다. 그래서 스치듯 마주한 어느 유투버의 성과가, 그에게 의미 있는 한 해가, 나에게도 의미가 깊다.

실패의 경력.
어느 날 문득 떠올린 단어였는데, 마음에 들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같은 진부한 속담보다도 더. '우수한 인재'임에도 '함께하지 못'하는 순간마다 찾아오는 비휘발성 감정들은 꼭 실패의 경력을 달고 왔다. 이 경력 한 줄은 일희일비하는 나에게 꽤나 슬프고 아팠지만, 어느샌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힘이 되었다. 무성해지고 단단해져서는 경험 혹은 성장 같은 진취적인 단어로 둔갑해 있었다. 그렇게 실패의 경력은 꾸준히 쌓였으며, 그 덕에 이제는 작은 변화구 하나쯤은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안면도 없는 그 유투버가 얼마나 많은 실패의 경력을 지나쳐 왔는지 감히 가늠할 수 없다. 한 가지 알 수 있는 사실은 묵묵히 길을 지켜왔다는 것. 수많은 변화에 맞서고 견뎌왔다는 것. 그 꾸준함이 갖는 힘, 그거 하나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 한다. 이제 겨우 작은 변화구를 읽을 수 있게 된 나는,



달님, 꾸준히,가 보여주는 힘을 믿어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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