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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나 Jul 14. 2021

Sound body, sound mind

체력아, 내 무사한 사회생활을 부탁해!


근종 수술 이후 한동안 나의 체력은 집을 나가서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당연히 일상생활이 다 가능했지만 수술 전처럼 짱짱한 느낌은 절대 아닌 느낌. 뭔갈 열심히 하루 종일 하고 나면 다음날은 어김없이 너무 힘들었는데, 수술 전에도 운동 부족이었던 몸이 이제 와서 밀린 이자까지 톡톡히 받아가는 느낌이었다. 수술 후 7개월이 지나 맞이한 첫여름, 봄의 체력보단 좀 나아진 느낌이다.


근종 카페에서 후기들을 읽을 때면, 수술 전 운동을 꾸준히 해오셨던 분들이 회복력도 남다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걸 봤을 땐 이미 수술 날짜 2주 앞으로 잡은 너무 늦어버린 몸이었다. 그래도 수술 전에 열심히 산책로라도 걸으려 하고 좀 건강하게 지내보려고 했어서 그나마 이 정도이지 않나 싶다.


체력 부족으로 지내면서 느꼈던 점들을 일기장에 끄적이다 그림으로 그려냈다. 수술 이전에도 체력 부족일 때 사회생활을 하며 늘 느꼈던 점들이긴 하다.






체력이 방전되면 슬픔, 화- 이런 감정도 다 피곤하게 느껴진다.

내 몸에 감정을 표현할 여력이 없다. 웃어야 할 때에도 얼굴 근육이 고장 나 있다. 나중에 기억을 떠올리며, '아, 쥐어짜 내서라도 좀 더 표현할 걸, 좀 더 말할 걸..' 싶지만- 그 당시엔 그게 최선이었던 순간이 너무 많다.




체력이 극심하게 떨어진 상태에서 어떤 행사를 치러내야 하거나 어딘가를 가야 할 때, 뭔갈 꼭 해야 할 때, 나의 주된 피해자는 남편이다. 그래도 30대 성인이니 너무 막 나가진 않지만 체력 부족과 스트레스의 콜라보는 나를 눈물과 화 버튼이 고장 난 사람으로 만든다. 남편은 어리둥절. 야즈정 부작용 중 하나가 감정 기복이란 이야길 들어서 두려웠는데, 다행히 야즈정은 피하게 됐음에도 체력 부족만으로도 감정 기복이 찾아왔다.




이렇게 부끄러운 감정표현들을 하고 나면 죄책감과 후회만이 남는다. 내가 왜 그랬지? 그러나- 죄책감과 후회, 또 같은 행동의 반복. 정신과 몸은 확실히 이어져 있다.




짱짱히 올라온 체력은 잔뜩 지쳐 감정의 늪으로 들어가려는 나를 잡아준다. 걱정과 소심한 생각들로 나를 옭아매려 할 때, 나의 얼마 남지 않은 이성을 긁어모아준다. 사회성 있는 어른답게 굴어야 할 자리에서, 그렇게 행동할 수 있도록 해준다.




지친 나를 받아주는 사람들에게 더욱더 여과 없이 내 모습을 보이기 쉽지만, 남편에게 방출하는 흑역사처럼 후회 가득한 상처를 주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올라온 체력은 나를 다스릴 수 있게 해준다. 특히 비타민D는 울적하거나 무력한 감정을 다스리는데 좋다. 마그네슘도 편안한 마음을 만들어주는 효과가 있어서 이 두 영양제를 꾸준히 먹고 있다. 마그네슘은 다 떨어지면 좀 쉬어가기도 하지만 비타민D는 멈추지 않고 복용하는 영양제 중 하나.




너무 화가 나서 한 마디 쏘아붙이고 싶지만 남은 이성 한 움큼이, 그러면 후회할지도 모른다고 가슴속에서 외치는 순간이 있다. 대체로 이런 경우는 N년간 쌓아온 내 뇌 속 빅데이터가 그 말 넣어두라며 싸인을 보내주는 경우일 때가 많다. 이런 경우 질러놓으면 어김없이 후회를 해왔다. 말할까 말까 하는 순간엔, 말하지 말라는 명언도 있지 않나. 그럴 때, 나를 좀 더 붙잡아주던 게 바로 건강한 몸이었다.



내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해,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를 이성적으로 살아가기 위해 건강한 몸과 체력은 필수이다. 5월의 난 수술 후 떨어진 체력으로 인해 3일에 하루는 거실 소파에서 표류하는 해파리처럼 지냈지만, 걷기 운동과 쉼을 병행하며 조금 나아진 7월을 맞이했다. 하지만 이보다 더 나아져야 한다. 주어진 소중한 시간들을 제대로 쓰는 30대를 보내고 싶으니까!


오늘도 내 몸, 내 건강 화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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