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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집구석 탈출

'일을 구했다 :D'

by 한나Kim

저번 주, 도서관에서 책을 빌린 후 근처 마트에 들러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문자 하나를 받았다.


안녕하세요 한나님, 지원하신 포지션 관련해서 몇 가지 묻고 괜찮으면 인터뷰 진행하고 싶어요. 가능한 시간 주시면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ㅇ_ㅇ 헉!



내가 이 문자를 보고 놀란 이유는 몇 주 전에 이미 이 회사에서 면접을 보고 떨어졌기 때문이다.


'주 20시간, Headquarter-admin staff '. 이걸 보는 순간 나한테 딱 맞는 일이다 싶었다. 한국 교포가 만든 회사이니 한국말도 해야 하고, 전화를 받아야 하니 영어도 해야 하고, admin staff이니 회사 업무도 알아야 하고! 이것이야 말로 나를 위한 포지션이라 생각하고 이력서를 넣었고, 이틀 뒤 면접을 봤다.


초반의 분위기는 너무 좋았다. 회사에서 '너로 정했다' 같은 느낌을 팍팍 풍기며, 아주 기분 좋게 시작. 그런데 말이죠. 내가 면접을 너무 오랜만에 서 그런지 해야 할 말과 안 해야 할 말을 구분 못한 채 닥치는 대로 얘기를 해버린 있죠 ㅜ


예를 들면 "비자가 해결되면 뉴질랜드에 계속 있을 의향이 있으신가요?"라는 질문에 아주 단호하게 "아니요"라고 답을 했다던가. 근데 진짜 사실이니까 이걸 거짓말할 수는 없지 않나요.

이뿐 아니라 "저는 영어를 최대한 많이 쓰고 싶어서 호텔에 이력서를 많이 넣었었는데 실패했습니다"라는 세상 쓸데없는 말까지.. 무슨 친구한테 얘기하듯 내 속을 훤히 비춰버린 것이다.


멍청이니?

집에 오니 내가 너무 바보 같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땐 이미 엎질러진 물. 그래도 이런 일은 내가 남들보다는 잘할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이 있었기에 붙을 거라는 희망이 있었다. 그러나 아니나 다를까. 면접 일주일 뒤 이력이나 태도는 훌륭하나 자사에 맞지 않을 것 같다는 답변을 받고 떨어졌음. 후회한들 되돌릴 수 없으니 다음에 인터뷰 기회가 오면 그때는 이런 실수를 하지 말아야지 다짐을 할 수밖에 ㅜ



이렇게 이미 떨어졌던 회사에서 일주일 저 문자가 온 것이다! '뭐지? 잘못 온 건가?' 싶었지만 혹시 몰라 답변을 드렸더니 바로 전화가 왔다. 최종적으로 한나씨를 뽑기로 했으니 회사에 와서 계약서에 사인을 하란.


어머낫 ㅇ_ㅇ



내가 왜 최종적으로 붙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떨어진 줄 알았다가 붙어서 그런지 훨씬 더 감사한 마음이 든다. 그리고 좋은 기회가 주어졌으니 열심히 해봐야지 하는 의지도 불끈불끈 솟아오르고 말이다.


오는 5월부터 주 3일씩 일할 예정이다. 좋은 기회이니만큼 낯설고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진심을 다해 열심히 해보련다.



PS.

일을 시작한다는 소식을 들은 우리 요하네스 군의 첫마디는 "오 잘됐다! 나도 이제 테니스 개인 레슨 받아야지~"였다. 쓰는 독일 귀신이 다시 강림하셨음 -_-


집 앞에 뜬 쌍무지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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