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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분실을 예상한 위대한 AI

'막을 수 없는 흐름, AI 유용성'

by 한나Kim

여행 중 문자로 이런 메시지가 왔다.

'너의 카드에서 이상한 소비가 발견되어 24시간 동안 카드를 정지시켰어. 네가 쓴 소비가 맞는지 확인 후 답변 또는 전화 줘'



한국에서 이런 류의 문자는 거의 100프로 스캠이기에 뉴질랜드도 이런 문자가 있구나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런데 2시간이 지났는데도 뭔가 찜찜해. 그래 조심해서 나쁠 거 없지 싶은 마음에 노트북으로 체크카드 소비 내역을 살펴보니 당일 오전 9시 39분경에 35달러가 2번 결제된 것이다.


오늘 나간 적이 없는데 무슨 일이지? 싶어서 카드를 찾아보니 어머나 없다! 내 카드가 없어요!!


일단 카드가 없다는 사실에 놀랐고 또 대체 무슨 근거로 저 소비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쓴 것이다 예상하고 카드를 정지시켰을까 싶어서 두 번 놀라며 서둘러서 위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차분하지만 에너지 레벨이 낮은 목소리의 인도 남자가 전화를 받았다. 서둘러 내가 받은 문자, 내가 쓰지 않은 내역, 그리고 카드가 없다는 사실까지 이야기했다. 마지막에는 이 문자 덕분에 카드 분실을 알게 되어 고맙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별일 아니라는 듯 분실된 카드로 사용된 70불은 반환이 될 것이라고 말하며, 분실 카드를 영구 정지 후 새 카드를 보내주겠다고 했다.


여기서 한번 더 놀람 ㅇ_ㅇ


내가 잘못해서 카드를 분실했는데 그 돈을 반환해 준다고? 우리나라는 통장에서 나도 모르게 돈이 사라진 경우에도 모르쇠 하는 나라인데 말입니다?!?


이 작은 해프닝으로 대한민국이 얼마나 친기업형으로 기울어진 나라인지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요하네스 친구들이 그러는데, 미국도 이런 경우에는 은행에서 다 반환해준다고 한다. 심지어 태국도 이런 경우에는 모든 돈을 반환해 준다고.


알고 보니 전화를 받은 인도 남자에게 내 실수를 고백하며 감사하다고 조아리던 나의 모습이 한국에 사는 전형적인 소비자의 모습이었던 것이다. 하하


굽신굽신 모두 저의 불찰입니다.


갑자기 현타가 와서 화가 나지만 이것이 오늘 글의 요점이 아니므로 지나가도록 하겠다 -_-


...


도대체 은행에서는 어찌 저 소비가 내가 아닐 거라는 걸 알았을까? 같은 물건을 2번 사서 이상하다 감지했던 것일까? 그런데 나는 거의 모든 소비를 저 체크카드로 하고 있었는데? 그래서 한 가게에서 2번을 긁은 적도 허다하고 말이다. 거 참 신기할세..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도달한 나의 결론은 AI가 지난 4개월간 나의 소비 패턴을 파악하고 있다가, 이전에는 한 번도 구매하지 않았던 물건을 자 바로 정지를 시킨 게 아닌가였다. 예를 들면 담배 같은 그런 기호 식품 말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단 말이냐. 이것이 필시 AI의 능력이 아닐까 싶다.


아무튼 신통방통한 AI 덕분에 내 돈이 막 빠져나가는 걸 방지할 수 있었으니 참으로 감사하다. AI 땡큐!


서로가 서로를 소중히 여기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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