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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고유함을 머금은 선물, 책

'저작권이란 예술가의 정체성이다.'

by 한나Kim

모든 문학에는 나다움이 있다. 나만의 경험과 사색을 통해 뿜어져 나오는, 남들이 따라 할 수 없는 고유한 향기가 바로 그것이다. 누군가가 이런 특색을 흉내 낼 수는 있겠지만, 그 작품이 가진 정체성과는 결코 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예술가의 고유함을 침해한 작품을 '아류'라고 부른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독자가 글이 아류인지 모를 수는 있다. 하지만 그 글을 쓴 본인은 그 거짓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 작품이 자신의 것이 아님을 말이다.


많은 종교에서 '인간은 신을 속일 수 없기에 착하게 살아야 한다'라고 말한다. 나는 그들이 말하는 신이 바로 나 자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늘 한다. 거짓된 행동으로 남을 속일 수는 있을지 몰라도, 나 자신만큼은 절대 속일 수 없기 때문이다.


한 편의 문학작품에는 작가의 고유한 정체성뿐만 아니라, 그들의 시간과 영혼까지도 스며들어 있다. 오랜 사색 끝에 자기만의 경험과 색깔을 입힌 후, 한 편의 시가, 한 편의 산문이, 그리고 한 편의 대서사시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작가의 삶이 담긴 글은 때로 우리를 웃게 하기도, 울게 하기도 하며, 또 내가 옳다고 믿던 편협했던 가치관을 확장시키기도 한다.


요즘 책을 읽으며 인생이 바뀌었다는 사람들을 브런치, 유튜브, TV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책은 작가의 시간과 감정을 투자해서 만든 고도의 창작물이기에, 그 안에 인간을 변화시키는 깊은 울림이 있는 것은 당연한 이치가 아닐까. 다시 말해, 책은 실패한 이에게는 희망을, 인생의 덧없음에 빠진 이에게는 철학을, 절망의 끝에 서 있는 이에게는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주는 큰 위로이자 선물인 것이다.


2022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한복을 입은 여성의 등장으로 많은 한국인들이 분노한 적이 있다. 그때 우리가 느꼈던 분노는 단순한 문화 모방 또는 흉내 냄으로 인한 감정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 이상을 넘어선 무언가였다. 어쩌면 그 감정이, 자신의 시간과 열정을 들여 만든 창작물을 누군가가 무단으로 사용하거나, 제값을 치르지 않고 소비했을 때 예술가가 느끼는 절망과 닮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문학을 비롯해 영혼이 담긴 창작물을 만든 예술가들이 그때 우리가 느꼈던 분노와 절망을 겪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모든 창작자들은 그들이 마땅히 가져야 하는 권리인 '저작권'이라는 법적 장치로 보호받아야 한다. 저작권은 단순한 권리가 아니다. 그것은 창작자가 자신의 창작물을 일정 기간 독점적으로 사용하고, 타인에게 무단으로 사용되는 것을 막을 수 있도록 보장하는 법적 보호 장치인 것이다.


저작권이 제대로 지켜질 때, 창작자는 안심하고 작업에 몰두할 수 있으며, 사회는 보다 풍요로운 문화의 결실을 지속적으로 그리고 평안하게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초록을 더 빛나게 해주는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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