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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분야 크리에이터

'의미 없다. 그리고 덧없다.'

by 한나Kim

얼마 전 '라이프 분야 크리에이터'로 뽑혔다는 알림 메시지를 받았다. 그 기준이 어떻게 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뭔가 글을 꾸준히 쓰면 주는 '상'이 아닌가 싶다. 사실 이 배지를 올해 초에 받았다면 너무 좋아서 방방 뛰었을 것이다. 그리고 "저 크리에이터 배지 받았어요. 더 열심히 할게요!" 등의 실없는 소리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올해 3월에 이미 비슷한 경험을 해봤기 때문이다.


그저 유쾌하게 써 내려간 '김밥의 달인' 조회수가 급상승을 하더니 결국 2만 3천 명이 본 글이 되었다. 그때의 흥분을 '조회수 3000 돌파!!'라는 글로 표현했었다. 글의 끝머리에는 '더욱 분발하겠습니다!'라고 썼던 게 기억이 난다.


그때의 기분은 마치 구름 위에 떠 있는 느낌? 우쭐우쭐, 으쓱으쓱. 심지어 다른 글의 조회수도 쭉쭉 오르겠구나 라는 초긍정 상상과 함께 핑크빛 미래까지 그렸더랬다. 내 이성은 우주선을 타고 잠깐 달나라까지 갔다 온 셈이다 ㅎㅎ


...


달콤한 꿈속의 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2만 3천을 찍던 글의 조회수가 슬슬 내려가더니 3주가 지나자 0이 되었다. 결국 나의 기대치만 솟았지, 변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 글이 구독자를 늘린 것도 아니고, 그 글이 나의 다른 글을 읽게 하는 것도 아니었다. 덧없이 오르는 숫자처럼, 나의 기대치만 솟았다가, 별일 아니란 듯 다시 재빠르게 바닥으로 떨어졌을 뿐이다. 우리의 삶이 늘 그러하듯 말이다.


이 허무한 것에 맨날 당하고도 또 당하다니!!!


'김밥의 달인' 외에도 나를 뿜뿜 하게 만든 글이 하나 더 있다. 작년 7월에 썼던 '박진여 전생연구소 방문 후기'다. 그 글은 정신세계나 전생 등에 관심이 있는 분들만 찾아보던 소소한 글이었다. 그런데 '박진여 님'께서 올해 2월에 '나는 보았습니다'라는 책을 낸 후, 유명 유튜브 채널에 나와 인터뷰를 하기 시작하면서, 해당 글이 덩달아 떡상을 했다. 책을 출간한 지 5개월이 지난 지금도 그 글은 꾸준히 높은 조회수가 나오고 있다. 근데, 뭐.. 이 글도 사람들의 호기심만 충족시킬 뿐이지, 딱히 내 브런치에 변화를 끼친 게 없다.



...


두 글을 통해 내가 배운 바가 있다면, 조회수나 인기는 머물지 않고 지나간다는 것이다. 그러니 '허망한 숫자'나 '크리에이터'라는 이름에 매몰될 필요가 없다. 내가 집중해야 할 것은 구독자 수도 아니요, 조회수도 아닌, 글을 쓰면서 느끼는 즐거움과 희열이다.


조금 더 솔직히 말하면, 눈에 보이는 성과를 생각하면서 나아가기에는, 나는 야망도 없고, 또 너무나 게으른 사람이다. 때문에 이런 내가 결과에 집중하기 시작한다면, 결국 제풀에 지쳐 나가떨어질 게 뻔하다.


나는 브런치에서 '글 쓰는 재미'와 '나랑 결이 비슷한 작가님들과 연결'에 집중하려고 한다. 관계를 중시하는 나이지만, 성격이 워낙 고지식해서 마음을 열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는 편이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일단 마음이 열리면 깊은 관계를 맺는 사람인지라, 언젠가는 이곳에서 솔메이트 같은 글친구를 만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그리고 나의 최종 꿈은 이 공간 안에서 글친구들과 함께 소소하게 이것저것을 시도해 보는 것이다. 그것이 돈이나 유명세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긴 한데.. 뭐, 나처럼 돈보다는 즐거움을 원하는 사람들이 있을 테니까ㅎ 이 또한 언젠가는 나의 플랜을 펼칠 날이 있을 거라 믿는다.


아무리 시간이 오래 걸릴지라도 나는 미미하게 나아갈 것이다. 지난 4년간 겨우 100여 개의 글만 썼지만, 심지어 나의 첫 매거진은 아직도 미완성인 채로 남아있으나;;, 그래도 멈췄던 적은 없으니까. 앞으로도 그렇게, 천천히, 조금씩, 아주 작은 달팽이처럼, 그렇게 희미하게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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