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 삶을 관통하는 순간

'대단한 것이 아닌 소소함에서 오는 순간들'

by 한나Kim

지난 12월 13일부터 계속 여행 중이다. 내년 2월이면 한국에 돌아가기에, 더욱 힘내서 뉴질랜드의 곳곳을 돌아다니고 있다.


이번 여행의 컨셉은 트레킹과 국립공원에서의 캠핑이었기 때문에, 대부분 인터넷이 안 되는 지역에서 머물렀다. 덕분에 책도 많이 읽었고, 의미 없이 보던 스마트폰에서 탈출했다는 느낌도 든다.


어제 넬슨(Nelson)에서 블렌하임(Blenheim)으로 오는 길에 잠깐 Pelorus Bridge Scenic Reserve라는 곳에 들렀는데, 그곳에서 '행복'을 마주했다. 우리 삶의 참 예술인 '행복'. 경이로웠던 순간을 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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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빗을 촬영했다고 하는 Pelorus Bridge 아래에는 영롱한 초록으로 빛나는 계곡이 있었다. 그곳을 넌지시 바라보는 것만으로 마음속 깊은 곳에 평화가 올라왔다.


그곳에는 자연뿐 아니라, 어린아이처럼 원초적인 기쁨을 내뿜고 있던 아빠와 아들도 있었는데,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뛰어노는 그들을 바라보며, 뭐랄까.. 형용할 수 없는 깊은 자유와 해방감을 느꼈다. 자연에서 무해하게 뛰어노는 그들이 그 어떤 영화나 서사보다 찐한 행복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치의 걱정이나 근심 없이 계곡으로 뛰어드는 그들에게는 알 수 없는 깊은 울림이 있었다. 그 순간의 감정이 무엇이었을까.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그리움이지 않을까 싶다. 그들을 통해 내 안에 여전히 살아있는 동심을 봤기 때문이다.


비 오는 날 물웅덩이 속으로 달려들어 물장난을 치던 어린 날의 내 모습, 흙폭탄을 만들어서 동네 친구들과 누구 게 가장 센지 경쟁하던 그 시절, 눈이 쌓인 놀이터에서 눈사람을 만들며 장난치던 삼총사, 떨어지는 은행잎을 줍기 위해 교복 치마를 잡고 뛰어다니던 왈가닥 내 모습.


서울에서 나고 자란 나조차 동심은 늘 자연과 맞닿아있다. 그들을 보면서 그때의 내가 그리워진 것이다.


안타깝게도 나는 즉흥적으로 자연에 뛰어드는 것이 쉽지 않은 한국 어른이 되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그 순간을 그리워한다. 참으로 이중적인 모습이 아닐 수 없다.


나도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우리가 태어난 모습 그대로, 원시적인 동심을 출하고 싶다. 그 순간, 인간으로서 가장 참된 행복을 느낄 테지. 도심지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찐 행복을 뿜어내던 그 아빠와 아들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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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 걱정을 가득 안고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지금 우리가 움켜쥐고 있는 것들을 통해서, 과연 우리는 순도 100프로의 행복을 느낄 수 있을까?


이제 곧 자본주의의 중심인 서울로 돌아간다. 그렇지만 나는 그곳에서도 나만의 중심을 잃지 않고, 나답게 살아갈 것이다. 남과 비교하지 않고, 참 행복을 느끼며, 내가 가진 모습 그대로 말이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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