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함에서 슬픔이 느껴지는 노래.'
크라잉넛의 '순이 우주로'라는 노래는 마음이 처질 때나 심심할 때, 공원을 걸을 때, 운전할 때, 행복할 때 등, 언제 들어도 질리지가 않는다.
이 노래는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왜 이리 변함없이 좋을까 생각을 해보니, 경쾌한 멜로디와 신나는 밴드 사운드 사이에 뭐랄까, 희극적인 슬픔이 내재돼 있어서가 아닐까 싶다.
슬픔이나 즐거움과 같은 한 가지 감정이 아닌, 두 감정이 혼재해 있는 이런 류의 노래는 우리의 깊은 감성을 자극하는 듯하다. 그렇기에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가 않는 것이 아닐까.
<순이 우주로>
나는 정말 미쳤나 봐
오늘 밤도 빙빙 도는 이 세상
미쳐가는 나는 이제
저 우주로 떠나간다 영원히 (바이바이)
자꾸 멀어지는 우리 집 앞 꽃베란다
저 하늘의 별들 깜빡이는 여긴 어디야
꿈에서 본 네 모습
소주 한잔 물면 귀에 들려오는
네가 좋아하던 멜로디
못 찾겠다 꾀꼬릴 불러봐도 대답 없는
외로운 난 술래니
그 언젠가 너를 위해
꽃다발을 전해주던 내 모습 (잊었나)
저 우주로 날아가던
그녀 모습 볼 수 없네 어디에 (숨었나)
자꾸 멀어지는 내 가슴속 꽃 베란다
어딜 봐도 미로 깜깜한 걸 여긴 어디야
꿈에서 깬 내 모습
소주 한 잔 물면 귀에 들려오는
네가 좋아하던 멜로디
못 찾겠다 꾀꼬릴 불러봐도 대답 없는
외로운 난 술래니
원피스를 입고 춤을 추며
날아가면 팬티 보일라
기억한다 그날 너의 곁에 앉아
콧노래를 부르던 날
그 멜로디
https://youtu.be/XHcHOeWU4BA?si=XPEn52_Y89eltpqb
그날 그녀의 곁에 앉아 콧노래를 부르던 그 멜로디를 기억한다는 이 텅 빈 가사는 다방면으로 인간의 감정을 자극한다. 꼭 사랑이 아니더라도, 관계 속에서 성장하는 인간의 모습과 닮아있기 때문이다.
이리도 경쾌한 리듬이 슬프게 들리는 이유 또한, 떠나버린 누군가가 더 이상은 잡을 수 없는, 그래서 보내줘야만 하는, '우주'로 떠났기 때문이 아닐까.
...
크라잉넛이 결성된 지 올해 30주년이 되었다. 30년간 한결같이 공연을 하는 밴드가 있다는 것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너무나 큰 축복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들의 노래를 들으며 젊을 때의 나를 떠올릴 수 있고, 그들의 나이 듦을 바라보며 동지애가 샘솟기도 하며, 또 그들이 여전히 노래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래 나도 아직 죽지 않았다'는 삶에 희망을 품을 수 있기 때문이다.
30년간 멤버 교체 없이 늘 한결같은 모습으로 존재해 온, 크라잉넛 밴드에 존경의 찬사를 표한다. 그리고 그들의 꽃길에 나도 늘 함께 하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