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출 수 있는 힘이 진정한 힘이다.'
바쁜 세상이다. 모두들 일을 하면서도 다음을 생각한다. 지금 하는 일에만 집중하기엔 세상이 너무 바쁘기 때문이다. 오늘을 살면서 내일을 계획한다. 이왕이면 1년 플랜, 5년 플랜, 10년 플랜까지 짜야 그나마 잘 살고 있다는 안심이 든다.
오늘에만 집중하면서 살기에는 세상이 너무 바쁘고, 너무 비싸고, 또 너무 복잡하다. 그래서인지 오늘만 집중해서 살다 보면 왠지 뒤처질 거 같아서 불안하다.
나는 분명 걷고 있었는데, 눈을 떠보니 모두가 달리고 있다. 대체 언제부터 사람들이 달리기 시작한 걸까? 몇 년 전까지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요즘은 7살 아이도 의대에 진학하기 위해 달린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점점 더 어린 나이에 달리기 시작한다. 그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모른 채 그저 달리는 것이다.
이렇게 바쁜 시대에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미래를 위한 계획'보다는 '멈출 수 있는 용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딱 이때 틱낫한 스님이 쓰신 '힘(Power)'이라는 책이 내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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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프롤로그에서는 '불안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힘'을 이야기한다.
-프롤로그-
이 불안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는 걸까요? 대체 우리는 왜 이렇게 불안한 걸까요? 이유는 수천수만 가지지만 답은 딱 하나입니다. 지금 당신이 불안하다면 '지금 이 순간'에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당신의 모든 마음이 '바로 여기, 지금 이 순간'에 있는 게 아니라 과거나 미래를 헤매고 있어서입니다.
나는 오래전부터 불안을 치유하고 또 이기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 왔습니다. 우리 안에 질기게 자리 잡은 불안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깨어있는 온 마음(mindfulness)'으로 '바로 여기, 지금 이 순간'을 사는 것뿐입니다. 그때만이 우리 마음에 평화가 깃들며 자신의 마음을 다스릴 '힘'을 가지게 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깨어있는 온 마음'으로 '지금 이 순간'을 살 수 있을까? 이 책에서 여러 이야기를 하지만, 핵심은 딱 2가지다.
첫 번째는 호흡 명상이다. 우리가 인식하지 않고 하는 '숨쉬기'를 관찰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들숨과 날숨에 집중을 하면서 숨을 쉬면 된다. 그렇게 하다 보면 모든 잡생각이 없어지고 아주 쉽게 이 순간에 머물 수 있다. 이는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며 잠을 못 잘 때, 쉽게 생각을 끊어낼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P77
호흡에는 당신의 마음이 지금 이 순간에 머물 수 있도록 돕는 힘이 있다. 쉼 쉬는 것에 집중하라. 우선 호흡은 당신을 과거와 미래로 종횡무진 끌고 다니는 생각을 멈추게 해 준다. 그다음으로 생각을 끊음으로써 당신은 자신의 삶과 직접 마주할 수 있다. 호흡은 당신에게 휴식을 준다. 호흡으로 삶의 실체를 확인한 당신은 호흡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 일단 자리에 앉아 숨을 들이쉬고 내쉬라. 호흡을 위해 당신이 애써 노력할 일은 별로 없다. 자연스레 몸과 마음의 긴장을 풀고 숨을 들이쉬고 내쉬기만 하면 된다.
숨을 들이쉴 때는 오직 한 가지, 들숨에만 집중해야 한다. 다른 것은 다 잊어버리고 완전히 들숨에만 온 마음을 집중하라. 날숨도 마찬가지다. 마음이 호흡에서 벗어나 내일이나 어제의 어딘가를 방황해서는 안 된다. 처음부터 끝까지 숨과 함께하라. 숨을 들이마시는 데에는 4~5초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일을 1분 동안 계속하면 생각도 1분 동안 멈춘다.
생각을 멈추고 그냥 있을 수 있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다.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한, 당신은 존재할 수도 온전히 살아 있을 수도, 삶의 경이로움을 체험할 수도 없다.
두 번째는 걷기 명상이다. 어딘가를 가기 위해 걷는 것이 아닌, 내 발이 땅에 닿는 순간을 느끼며, 온전히 걷는 순간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렇게 걸으면 지금 이 순간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다.
P87
걷기 명상은 말 그대로 걸으면서 하는 명상이다. 이는 자연의 힘을 느낄 수 있는 명상으로 몸보다 머리를 많이 쓰는 현대인들에게 매우 좋은 명상법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체로 '빨리빨리'에 익숙해져 있어 한 걸음 한 걸음이 주는 기쁨을 알지 못한다. 그들에게 걷는 것은 단지 이곳에서 저곳으로 이동하는 수단일 뿐이다. 집에 빨리 도착하기 위해 걸음을 재촉하고, 회사를 향해 걷는 동안 일을 생각한다. 걷는 순간의 삶은 안중에 없다. 그것은 커다란 상실이다.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마다 대지의 힘이 발끝을 타고 온몸으로 전해지는 걷기 명상은 바로 이 순간의 행복을 체험하게 해 준다.
P89
당신도 잠시 책장을 덮고 가만히 걸어보라. 당신이 걷고 있는 그곳은 차가운 마룻바닥이나 아스팔트가 아닌 아름다운 지구 위라는 사실을 느껴보라. 그리고 마음을 발끝에 모으고 한 걸음 한 걸음 자유인으로 걸어라.
걷기 명상은 어렵지 않다. 오랫동안 걸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특별히 좋은 곳을 찾을 필요도 없다. 다만 들이마시고 내쉬는 리듬만 조절하면 된다.
숨을 들이마시며 두세 걸음 걸어라. 걸음을 내딛으며 '들이쉬고, 들이쉬고'라고 말하라. 입으로 소리 내는 것이 아니라 발로 말하는 것이다. 발에 사랑의 힘을 가득 실은 다음, 흙에 입맞춤하는 기분으로 그냥 내딛으면 된다.
다시 숨을 내쉬면서 두 걸음을 걷는다. 이때에는 '내쉬고, 내쉬고'라고 말한다. 온 마음을 다해 흙을 밟아라. 마음이 머릿속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마음을 저 발바닥까지 끌어내려라. 발걸음은 점차 힘을 되찾을 것이다. 이 힘은 다시 몸과 의식에 고루 퍼져 새로운 활기로 태어난다.
결국, 호흡 명상과 걷기 명상은 하나로 연결된다. 바로 '몰입'이라 할 수 있다. 온전히 집중해서 몰입하는 것. 호흡할 때 온전히 호흡에만 집중하고, 걸을 때 온전히 걷는 것에만 집중하면서 지금 이 순간을, 온전한 내 마음으로 느끼는 것이다. 그리고 이 방법은 호흡과 걷기뿐 아니라, 우리 삶의 모든 행위에도 적용될 수 있다.
P78
요리나 설거지, 청소, 운전을 하면서도 마음을 정갈하게 닦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먹기 위해 요리하는 것이 아니고, 깨끗한 접시를 얻기 위해 설거지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다만 우리는 요리하기 위해서 요리하고, 설거지하기 위해서 설거지해야 한다. 일 자체가 당장 해치워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목적이 될 때, 모든 일은 수행이 된다. 그래서 먹고, 숨 쉬고, 요리하고, 물 긷고, 변기 닦는 그 모든 것이 습관을 물리치는 수행이 될 수 있다.
이렇게 순간에 집중하는 법을 배우고 익힐 수 있다면, 결국 우리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지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이다. 그 순간만큼은 과거와 미래가 아닌 현재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틱낫한 스님이 미국의 수도 워싱턴 근교에 있는 메릴랜드 교도소에 강연을 하러 갔을 때의 일화이다.
P84
"오늘 이 교도소에 들어선 이후 저는 수많은 문을 거쳐야 했습니다. 그런데 이곳의 공기는 밖의 공기와 전혀 다르지 않더군요. 상쾌하고 신선한 것이 똑같았습니다. 이 안의 하늘 역시 바깥 하늘과 마찬가지로 푸르렀습니다. 그리고 감옥 뜰에 나 있는 풀과 꽃도 바깥세상과 마찬가지로 푸르고 싱그러웠습니다. 여러분, 이곳은 숨 쉬기 명상, 걷기 명상을 할 수 있는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런 수행법을 안다면 지금 이 순간이 진정 아름다운 순간이 될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은 행복해지기 위해 이 감옥에서 풀려나는 그날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습니다. 여러분은 지금 당장 행복해질 수 있으니까요"
우리를 가두는 것은 감옥의 쇠창살이 아니라 과거나 미래로 달아나려는 습관이다. 습관으로부터 자유로워지려면 숨 쉬는 법과 지금 이 순간을 축하하는 법을 배우라. 풍요로운 축제가 벌어지는 곳은 지금 이 순간 이곳이다.
모든 종교에서는'천국과 지옥은 결국 내 마음속에 있다'라는 이야기를 한다. 내가 있는 이 순간을 천국으로 느낄지 지옥으로 느낄지는 내 스스로가 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불안함에 초점을 맞추고 살면 내 현재의 삶은 지옥이 되는 것이고, 현재의 순간에 집중해서 살면 천국이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불완전한 현 상황에서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면, 완벽한 상황에서도 행복을 느끼지 못한 확률이 높다 할 수 있다.
P51
나는 플럼빌리지에 다음과 같은 말을 붓글씨로 써서 붙여놓았다. "지금 이 순간 하느님의 왕국을 보지 못한다면 앞으로도 절대 하느님의 왕국을 만날 수 없다. The Kingdon of God is now or never.", "지금 이 순간 정토를 보지 못한다면 앞으로도 절대 정토를 볼 수 없다. The pure land is now or never."
당신 안에 슬픔, 두려움, 갈망이 가득하다면 어디를 가든 지옥일 것이다. 그러나 당신에게 자비와 이해, 그리고 자유가 있다면 어디를 가든 천국일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이곳이 바로 당신의 고향이며, 물의 삶이 존재하는 곳이다.
...
쉽게 읽히고, 쉽게 이해되는 책이다. 간단하고, 또 지혜로우며 현명한 방법을 제시해 주는 책이기도 하다. 혹여 너무 복잡하고 괴로운 현재를 살고 있는 당신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사실 책을 읽기보다는, 지금 당장 들숨과 날숨에 집중해 보는 것을 더 추천한다. 그렇게 3일간 호흡에 집중한 후, 그 후에는 밖으로 나가 천천히 걸으면서 풀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새소리가 얼마나 청명한지, 내 발 밑에 있는 땅이 얼마나 강인한지를 느끼며 걸어보자. 그동안 나를 괴롭히던 모든 번뇌가 그 순간만큼은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그 짧은 순간을 조금씩 늘려나가는 것이 결국 우리 삶의 목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