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이나 에세이보다 더 재미있는 투자 책'
요즘 주식이다 코인이다 금이다 다들 난리다. 물론 변동성이 심해서 다들 천국과 지옥을 오가고 있는 중이란 건 알고 있다. 이럴 때 마침, 유목민 작가가 쓴 '나의 투자는 새벽 4시에 시작된다'라는 책이 눈에 들어왔다. '크라이스트처치에 이런 책도 있네!' 하는 반가움에 냉큼 빌려왔다.
이 책의 엑기스는 '작가 소개' 부분이다. 이 부분만 읽어도 그의 꼼꼼함과 성실함, 그리고 유쾌함이 느껴진다.
- 유목민 -
1978년생, 삼수 끝에 단국대 법학과에 입학, 서른넷까지 12년간 사법시험을 준비했으나 결국 낙방. 월급 100만 원 비정규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 서른여덟이 되던 2015년부터 본격적인 투자에 뛰어들었다. 고시공부처럼 주식을 파고들었다. 그리고 3년 만에 30억 원을 달성했다. 오로지 '단타'로 이뤄낸 수익이었다.
2019년 출간한 '나의 월급 독립 프로젝트'는 하루 12시간씩 일하면서 어떻게 월급 독립을 이룰 수 있었는지 그 생생한 이야기를 담아낸 책으로,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개인 투자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나는 동안 자산은 300억 원을 넘어섰다. 단타에서 벗어나 투자 방식과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면서 투자자로서 다음 단계에 진입한 결과물이다.
다음으로 눈에 들어오는 것은 단 4장인 프롤로그다. 딱 4장만 읽어봐도 그가 지난 7년간 어떤 방식으로 투자를 했는지 쉽게 그려진다. 단 480만 원의 시드머니로 시작해 차근차근 액수가 커지는 흐름대로 자신의 서사를 풀어나가기에 아주 쉽게 읽힌다. 담담하게 고백하는 듯한 글에서는 그의 진솔함이 느껴지며, 그가 2022년 기준으로 400억 부자임에도 나와 다르다는 이질감보다는 뭔지 모를 친근감이 더 느껴진다.
-프롤로그-
서른넷, 무일푼.
2011년 10월 오랜 고시 생활을 청산하고, 아르바이트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첫 월급은 세전 100만 원. 가진 것 없는 흙수저 출신, 결혼은 꿈도 못 꿨습니다.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기에 빨리 승진했습니다. 연봉을 크게 올리며 이직도 빠르게 해냈으나 여전히 가난했습니다. ...
30억.
2015년 480만 원 가지고 본격적으로 주식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3년 만인 2017년 말, 30억 원이라는 상상도 못 한 수익을 얻었습니다. 시드머니가 얼마 없던 저에게 가치 투자는 사치였습니다. 길어야 5일 가져가는 단타로 이뤄냈습니다. 테마주 위주로, 빠른 회전율을 기반으로, 누구보다 압도적인 공부량으로 돈을 벌어갔습니다. ...
70억.
2017년 9월, 다니던 회사에서 퇴사했습니다. 꿈에 그리던 '월급 독립'을 이뤘습니다. 2018년 한 달에 10억 가까운 수익을 거두기도 했습니다. 1월에 가상화폐가 처음 테마가 됐고, 곧이어 바이오 테마가 터졌습니다. 그리고 남북 평화 무드로 대북 테마주가 형성됐습니다. 무려 4개월 연속 강한 테마장이 이어졌습니다. 그렇게 2018년 한 해 동안만 40억 원 가까운 돈을 벌었습니다. 수익은 누적 70억이 됐습니다. 그때 왼쪽 눈에 실명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
85억.
2019년 1월, VR(가상현실) 게임을 개발하는 회사(비상장)에 취업했습니다. 이사 직함이었습니다. 이 회사의 미래 성장성을 확신했습니다. 연봉은 1000만 원을 받기로 했습니다. 대신 스톡옵션을 받고 따로 구주를 매입했습니다. ...
100억.
2020년 3월, 코로나19 확산으로 회사에서 재택근무 지침을 내렸습니다. 그 덕에 다시 제 개인 사무실로 출근했습니다. 그리고 테마를 잡아서 매매하기 시작했습니다. 폭락하는 2020년 3월 장에서 오히려 저는 8억의 수익을 거뒀습니다. 장이 무너져도 지수가 망가져도 그날의 시황에 따라 움직이는 테마가 있다는 것을 더욱 명확히 깨달았습니다. ...
200억.
2021년 1월이 되기 전 누적 수익 200억 원이 됐습니다. 그리고 2021년의 저는 더 노련해졌어요. 주식에 대해서 더 많이 알게 됐고 대형주 투자가 늘었습니다. 2021년 총 97억 정도 수익을 올렸습니다. 단타도 물론 했지만, 스윙과 장기 투자가 더 많아졌습니다. 월 단위로 간다면 웬만하면 손실 보지 않을 것 같다는 자신감도 조금은 생겼습니다. ...
300억.
2022년 1월이 되기 전 누적 수익은 300억 원을 돌파했습니다. 그리고 프롤로그를 다시 쓰고 있는 지금, 자산은 400억에 가까워졌습니다. 2018년도부터 뿌려놓은 사모펀드와 비상장 투자가 엑시트하면서 큰 수익을 주기 시작한 거죠. ...
480만 원으로 시작한 평범한 개인 투자자가 3년 만에 꿈의 30억 원을 달성했고, 그로부터 3년 후 300억 원을 더 벌어들였습니다. 지금으로부터 3년 후 어디에 서 있을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프롤로그에서 작가가 부자가 되는 과정을 간략하게 풀면서 독자의 호기심을 먼저 끈 후, 뒷부분에서는 호기심을 구체적인 팩트와 관련 회사를 예로 들면서 설명을 한다. 이러니 그 누가 이 책을 읽으며 지루하다 하겠는가?
책에는 2022년이 앞으로 어떻게 흐를지 예상해서 쓴 부분도 있는데, 신기한 것은 그가 예측했던 대로 시장이 흘러갔다는 점이다. 이를 보면서 주식으로 성공한 부자는 운도 운이지만, 정말 엄청나게 공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 인상적이었던 딱 2가지만 적어보고 싶다.
그가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말하는 것이 있다. 주식으로 큰돈을 버는 것은 "없다가 생긴 것, 있다가 없어진 것"을 그 누구보다 빨리 알아보는 눈이라는 것이다. 이것을 구분할 수 있는 눈만 있다면 누구나 주식으로 압도적인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P27
코로나19가 아주 큰 예죠. 이전에 없었던 규모의 강력한 질병이 나타나자 세상이 완전히 변했죠. '포스트 코로나'가 아니라 이제는 그냥 코로나 시대인 겁니다. 모두가 패닉에 빠졌을 때 코로나라는 것이 가져올 변화를 눈치채고 수혜가 되는 업종을 골라낸 사람들의 재산은 엄청나게 불어났습니다.
두 번째는, 투자를 위해 제일 좋은 순간은 '불확실성이 리스크로 바뀔 때'라고 설명한 부분이다. 인간의 특성상 불확실할 때에는 리스크를 끼고 투자를 하다가, 불확실성이 리스크로 바뀔 때에는 공포에 매도를 할 것 같은데 유목민 작가는 그 반대로 이야기했다.
P191
보통 주식 투자할 때 리스크 발생을 안 좋은 것으로 해석합니다. 그리고 불확실성 발생을 리스크 발생이라고 말하고요. 틀린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저는 불확실성과 리스크를 아예 달리 보고 있습니다. 이 관점을 독자분들도 이해하신다면 주식 투자에 큰 도움을 받을 거라 생각합니다.
불확실성은 예를 들면 미국이 테이퍼링을 언제 할지, 얼마나 할지, 금리를 언제 올릴지, 얼마나 올릴지 그런 걸 알 수 없는 상태를 말합니다. 리스크는 테이퍼링을 언제 한다, 얼마큼 올리겠다, 금리를 언제 올리겠다, 얼마나 올리겠다고 확정 지은 것을 말합니다. 그리고 이 리스크는 주가를 하락시키는 '다운사이드' 리스크와 주가를 상승시키는 '업사이드' 리스크 두 가지로 나뉩니다.
불확실성은 측정이 안 됩니다. 반면 리스크는 명확하게 측정이 됩니다. 고용이 얼마큼 늘었다 혹은 줄었다, 매출이 얼마큼 늘었다 혹은 줄었다, 실적이 얼마큼 올랐다 혹은 떨어졌다, 이렇게 측정이 가능한 것은 리스크입니다. 측정이 불가능한 것은 불확실성입니다.
그런데 시장을 잘 보면 이 불확실성이 리스크로 바뀌는 순간이 있습니다. 이때가 투자하기 제일 좋은 시기입니다.
연준이 테이퍼링을 언제 할지 온 국민이 궁금해하죠. 그러다 FOMC에서 제롬 파월이 테이퍼링을 언제부터 하겠다고 발표합니다. 이때가 불확실성이 리스크로 바뀌는 순간이죠. 그러면 많은 개미들이 악재라고 생각하고 바로 던지겠지만, 오히려 기관 입장에서는 시기와 강도가 결정되기 때문에 얼마부터 사야 할지 측정이 되는 겁니다.
...
이 책은 주식 투자의 기술을 가르치기보다는, 어려움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인간의 심리를 다루는 철학서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차트보다는 주식을 바라보는 관점, 나만의 철학을 가진 투자 메커니즘, 시장의 시그널 파악하는 눈이 훨씬 중요하다고 일관되게 말하고 있다.
주식이나 투자는 전혀 모르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궁금한 나 같은 이가 있다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내용도 재미있지만, 주식을 하면서 뭐랄까, 인생의 도까지 닦아버린 유목민 작가의 혜안이 느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