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의 달인

'방구석 한식 홍보대사가 개최한 삼겹살 파티'

by 한나Kim

요하네스의 불교 친구들이 삼겹살을 무척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몇 번 했더랬다. 그 말이 계속 마음에 남아 있기도 했고, 우리가 한국에 돌아갈 날도 얼마 남지 않았기에 친구들에게 삼겹살 파티를 제안했다.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 흔쾌히 참석하겠다고 했다. 어른 16명과 아이들 4명으로 총 20명. 책임감이 어깨를 짓눌렀다.


'나에게 모든 것이 달렸다.'


오리지널 삼겹살의 맛을 보여주겠다는 일념으로 무엇을 준비할까 생각을 해봤다. 일단 삼겹살에 메인으로 먹는 게 무얼까 곰곰이 생각을 해봤는데 딱 하나가 떠올랐다. 바로 '양파 부추 무침.' 그래 이거 하나면 무적이다 싶었다. 덧붙여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를 나만의 된장찌개도 추가해야지. 곁다리로 쌈장과 상추, 그리고 김치만 준비하면 끝.


이 정도면 차고도 넘친다.


삼겹살 데이 3일 전에 한국 마트에서 벌집 삼겹살 5kg를 미리 주문했다. 부추 4단도 샀고, 양파도 크고 실한 녀석으로 10알을 준비했다. 상추는 8봉, 김치는 얼떨결에 10kg로 구입. 된장찌개를 위한 두부랑 냉동 조개, 마지막으로 외국인 중 싫어하는 사람을 이제껏 단 한 명도 보지 못한 대한민국 소스계의 에르메스 '쌈장'도 구입했다.


삼겹살 파티가 열렸던 바로 어제, 느지막이 일어나서 부추 4단을 깨끗하게 씻은 후 먹기 좋게 썰어두었다. 양파 10개는 껍질을 벗기고 슬라이스로 채를 썬 후, 매운 기를 없애기 위해 차가운 물에 15분을 담가두었다. 누군가가 양파를 썰 때 양파 한쪽을 입에 물고 썰면 눈물이 안 난다고 했던 게 기억이 나서 해 봤는데 정말 눈이 하나도 안 아팠음. *한번 해보세요!


양파 부추 샐러드용 소스는 '간장 1:식초 1:설탕 0.5:물'로 넉넉하게 만들었다. 이 소스에 와사비를 살짝 넣는 것을 좋아하지만, 어제는 '한식의 날'인 만큼 넣지 않았다. 누군가가 이 소스는 어떻게 만드냐고 물어볼 걸 대비한 것이다. 김치는 두 포기를 챙겨두었다. 가장 큰 한 포기는 물로 깨끗이 씻어서 백김치로 썰어 먹을 예정이었다.

만반의 준비가 끝났다. 3시 반에 불교센터로 출발. 직접 가서 된장찌개를 끓이고(마지막에 고추장으로 간을 맞추면 훨씬 맛나요), 삼겹살만 먹는 건 재미없을 듯하여 1.5kg 정도의 수육용 돼지고기도 준비했다. 물에 된장과 마늘 양파 파 후추 식초를 약간을 넣고 통어깨살을 넣은 후 1시간 반을 푹 끓이면 된다. 수육과 함께 먹을 겉절이는 없다. 그렇지만 겉절이만큼 맛있는 게 있으니 바로 씻은 김치. 한번 드셔보시라. 생각보다 훨씬 잘 어울려서 놀랄지도 모른다.


불교센터에 도착하여 준비할 게 너무 많아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한데, 요하네스군 집에서 수육용 돼지고기를 안 가져왔다며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결국 1시간 동안 상추 씻고, 밥하고, 된장찌개 만들고, 수육 준비 등등 모든 일을 혼자 했다. 괜찮다. 인생은 어차피 혼자인 거니까.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든다. 그들과 인사를 나눌 틈도 없다. 다들 즐겁게 담소를 나눌 때 나 혼자 부엌에서 손발이 안 보이게 분주하다. 꼭 주방 아주매가 된 느낌이다. 그래도 괜찮다. 어차피 준비할 수 있는 건 나 하나, 유일 한국인이 아니던가.


모든 음식 준비를 마친 후, 드디어 삼겹살을 굽기 시작한다. 양파부추무침과 씻은 김치, 그냥 김치, 쌈장, 상추를 각 테이블에 올려놓는다. 밥과 된장찌개는 인당 하나씩 준비한 후, 삼겹살이 익기 전에 뜨거운 수육을 가져와 모든 이들 앞에서 백김치에 싸 먹는 걸 보여준다. 다들 나를 흉내 내 먹으면서 브라보를 외친다.


그 후 상추를 하나 들어, 밥/삼겹살/쌈장/양파부추무침/김치/된장찌개 한 스푼을 넣은 후 입에 욱여넣으며 이렇게 먹는 거라 보여준다. 입이 터져라 먹는데 웃는 이가 하다 없다. 다들 너무 진지해서 괜스레 민망하다.


자 이제부터 시작이다. 둘이 먹다가 하나 죽어도 모를 Eating Time! 시끌벅적하던 대화가 끊긴다.


양파부추무침이 없다고 더 만들어 달란다. 상추가 없다고 더 달란다. 쌈장을 더 달란다. 된장찌개를 더 달란다. 고기를 더 달란다... 요하네스와 나는 고기 한 점 먹을 새 없이 바쁘다. 다들 말없이 먹기만 한다. 맛있나 보다.


그러다 슬슬 배가 불러졌나? 하나둘씩 다가와 질문을 시작한다.


- 양파랑 부추의 조화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데 한국은 진짜 이렇게 먹니?

- 이 샐러드 소스는 어떻게 만드니?

- 맛이 너무 고급져. Fine dining(?)에서 먹을 법한 음식의 조화야.

- 한국음식을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었는데 너무 맛있다. 이게 정말 한국음식이니?(잠깐 크라이스트처치를 방문한 호주인이었음)

- 쌈장은 어디서 살 수 있니?

- 벌집 삼겹살은 어디서 샀니?

- 이 국(된장찌개)은 뭘로 만드니?


양파부추무침은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는 뿌듯함, 소스에 와사비 안 넣길 잘했다는 안도감, 삼겹살 파티 하기를 정말 잘했다는 충만함, 고기 한 점을 안 먹어도 배부른 이 느낌.


참으로 행복한 하루였다.



나는 한국음식을 사랑한다. 세상에서 가장 최애로 사랑하는 음식이다. 이렇게나 맛있으면서 건강한 음식이 어디 있으랴. 진심으로 자랑스럽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우리나라 음식을 꼭 한 번은 먹어보길 소망한다. 외국인들에게 한국 음식의 향이 강하지 않을까 의문을 가질 필요조차 없다. 자신감 있게 우리가 먹는 음식 그대로 대접하면 된다. 그것이 가장 잘 통하는 세계적인 맛이기 때문이다.


한국음식의 세계 강타는 사실 이제부터 시작인 것이다. 이제 그 초입에 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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