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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쿵 떨어진 날

'건강함에 다시 한번 감사를.'

by 한나Kim Mar 18. 2025

  지난 주말에 뉴질랜드 남섬의 서부 여행을 하고 돌아왔다. 뉴질랜드는 각 지역별로 확연히 다른 자연경관을 볼 수 있는데, 이게 바로 이곳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일단 여행기는 다음에 쓰도록 하고, 오늘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자마자 청소기를 돌리고, 빨래를 한 후 쨍쨍한 햇볕에 옷을 말렸다. 신나는 노래를 들으며 설거지도 하고, 분주하게 집도 정리한 후, 명상도 했다. 그 후 살짝 배가 고파서 요플레를 꺼내서 먹고 있을 때 전화가 울렸다. 학교의 오피스였다.


  "아이가 럭비를 하다가 친구의 발에 눈을 맞았어요. 상태가 안 좋아 보여서, 지금 학교에 오실 수 있나요? 병원에 데려가야 할 것 같아요."


  듣는 순간 마음이 쿵. 하고 떨어졌다.



  자동차 키를 들고, 헐레벌떡 나가면서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눈을 많이 다쳤으면 어쩌지? 시력이 안 좋아지면 어쩌지? 왜 하필 눈일까.. 제발 괜찮으면 좋겠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학교에 가면서 마음이 많이 차분해졌다는 것이다. 일단 아이가 나보다 더 놀랐을 텐데, 나까지 허둥지둥하면 더 무서워할 것 같았고, 두 번째는 아직 결과를 모르니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을 하되, 혹시 좋지 않더라도 이미 벌어진 일이니 어떤 상황이든 담담하게 받아들여야지 하는 마음이 들었다.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달님이가 있는 오피스에 갔다. 한쪽 눈에 붕대를 칭칭 감고 울고 있는 아이를 보니 마음이 더욱 차분해졌다.


  "아이고 우리 달님이 많이 아팠겠네. 무서웠지? 괜찮아. 엄마 왔어. 이제 걱정하지 마~"


  "엄마 양쪽 눈의 각도가 완전히 달라졌어. 그리고 다친 눈으로 보면 물체가 두 개로 보여. 나 평생 이렇게 살아야 되는 거지? 엉엉"


  일단 아이를 안정시키기 위해 꼬옥 안아주면서 "별일 아닐 거야. 걱정하지 마"라고 답해줬다.



  감사하게도 학교에서 병원을 예약해 주셔서 바로 갈 수 있었다. 병원에 가면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설명을 들었다.



  체육 시간에 럭비공 주고받기를 하다가 아이가 공을 떨어뜨렸고, 다시 그걸 주우려고 고개를 숙였을 때 MJ가 눈을 발로 뻥 찼다고 한다. 이건 정말 보통 일이 아니네 싶었다. MJ는 둥이랑 반에서 제일 친한 흑인 친구인데, 키가 170센티가 넘고 모든 운동을 넘사벽으로 잘하는 아이이다 


  상황을 설명한 후 달님이가 이런 말을 했다.


  "엄마 나한테는 이런 큰일이 평생 안 일어날 줄 알았어. 근데 이렇게 쉽게 일어날 수 있는 거였구나. 엉엉" -> 이 말을 듣고, 이런 상황에서도 달님이는 참 많은 것을 배우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달님아 우리는 늘 운이 좋았잖아. 햇님이가 예전에 고환 다쳤을 때 기억나? 의사 선생님이 이건 100% 다친 불알을 제거해야 한다고, 아마 짝불알이 될 거라고 말씀하시고 수술실에 들어갔는데, 막상 열어보니 괜찮았던 거 기억나지? 너도 그럴 거야. 우리는 운이 좋으니까 이번에도 별일 없이 지나갈 겁니다!!"


   그 얘기를 듣고 달님이가 살짝 웃었다.



  병원에 도착한 후, 생각보다 쉽게 일이 진행되었다. 아이의 정보를 입력한 후, 간호사를 먼저 만났다. 간호사의 질문에 차분하게 대답하는 아이를 보면서 생각보다 괜찮겠다 싶은 안도감이 들었다.


  "너를 찬 아이가 신발을 신고 있었니?"

  "맨발이었어요." -> 여기서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눈두덩이가 아프니, 눈알이 아프니?"

  "눈두덩이가 더 아픈 거 같아요." 


  "처음에 발로 차였을 때 얼마큼 아팠니? 1에서 10으로 표현해 보렴" / "7 정도 아팠어요."

  "그럼 지금은 얼마나 아프니?" / "3 정도요."


  "너를 찬 아이가 너를 공으로 오해하고 찼니?"

  "아니요. 그 친구가 발을 헛디뎌서 뒤로 넘어지면서 저를 찼어요." -> 너무나 안심


브런치 글 이미지 1

    그리고 붕대를 풀었는데, 눈두덩이에 빨간 흔적이 있었다. 그걸 보고 일단 발로 차일 때, 눈을 잘 감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며 다시 한번 안심이 되었다. 그 후 시력검사를 했는데, 양쪽 눈 모두 2.0이 나왔음.


  뭐여? -_-

  사물이 2개로 보여도 시력이 2.0인겨???

  완전 완전 안심!! 



  그 후, 아주 바르고 스마트한 느낌의 인도 의사 선생님이 웃으며 들어오셨다.


  "니가 달님이구나? 눈을 다시 한번 확인해 볼게~"


  꼼꼼하고 친절하게 진료해 주는 선생님을 보면서 마음이 놓였다. 여러 개의 안약을 넣으면서 망막부터 동공, 동공 까지 눈 검사를 다 마친 후 말씀하셨다.


  "다행히도 크게 다친 곳은 없는 거 같아요. 다만, 다친 눈이 빛에 조금 예민해졌으니 이틀 뒤에 다시 와서 재검을 받아보면 좋을 거 같습니다. 사실 안 와도 될 거 같은 상황이지만, 만에 하나 눈 뒤편이 다쳤을 경우를 생각해 다시 한번 더 확인을 하는 게 나한테도 마음이 편하고, 달님이한테도 편할 거 같거든요, 그때 혹시 다친 부분이 발견되면 그때는 스테로이드약을 처방해 드릴게요. 오늘은 그냥 가도 될 거 같습니다."



  아우 명확하고 깔끔하다!!! 



...



  오늘 다시 한번 느꼈다. 우리의 삶에 제일 으뜸은 건강이란 것을. 그리고 누구에게나 예상치 하게 큰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우리 모두 인생이 너무나 유한하다는 것을 늘 간과하며 살고 있다. 사실 지나고 보면 늘 찰나 같은 인생이지 않은가. 그렇기에 우리는 사는 동안 행복하고 착하게 살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같다.


  아직 다 끝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만큼의 해프닝으로 끝난 오늘을 감사하며 글을 마친다.



  둥이야 건강하게, 그리고 행복하게만 자라다오. 내가 너희에게 바라는 것은 그것뿐이야. 이왕 태어난 거 죽는 그 순간까지 행복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 그 어떤 상황에서든 말이야.

아침 7시 반의 하늘아침 7시 반의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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