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이 정도라구~'
오전에 테니스 수업을 들으러 공원으로 갔다. 평소 내가 치던 코트에서 4명이 피클볼 게임을 하고 있었다. 코치가 아직 오지 않았고, 또 어느 코트에서 수업을 할지 알 수가 없기에, 아무 생각 없이 근처 벤치에 앉아있었다. 그때 그 그룹에서 활발해 보이는 키위 여성분이 나에게 저벅저벅 다가오더니 뜬금없이 라켓을 주며 "같이 칠래?" 하는 것이다.
어머낫 당황스러... ;;
"It's okay. I'm waiting for my coach. hehe, anyway thanks!"
이렇게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2번을 더 권했다. '와 역시 키위!'라는 생각이 들면서 은근히 즐거웠다.
그 후 코치가 와서, 방금 상황을 그에게 이야기했다. "쟤네들이 나한테 같이 플레이하자고 3번이나 제안했어. 진짜 friendly 한 거 같아." 그랬더니 그가 저 중 한 명이 우리 테니스 그룹의 위원이라고 말하며 굉장히 좋은 사람이라고 얘기해 줬다.
오늘도 역시 즐겁게 수업을 받았다. 이제는 어느 정도 공과 나의 간격도 파악했고, 칠 때마다 아팠던 손목에도 근육이 생겼는지 더 이상 아프지 않다. 종종거렸지만 한 템포 느렸던 발도 예전보다는 더 빨라진 듯하다. 그래서인지, 예전에는 수업 30분 동안 공을 2~3번은 주웠어야 했는데, 이제는 딱 1번만 주우면 된다. 그만큼 한 공으로 여러 번의 랠리를 친다는 뜻일 것이다.
코치랑 공을 주거니 받거니 하고 있는데 아까 나한테 오셨던 그 활발한 여자분께서 다시 오셨다.
"피클볼 치면서 너희를 봤는데, 지금 레슨 하는 거 동영상으로 찍고, 우리 인스타그램에 올려도 될까?"라고 물으신다. 음.. 생각을 하는 와중에, 코치가 웃으면서 Sure라고 대답했다. 뭐 그가 원하다면 까짓 거~ 올리지! 하는 마음으로 나도 허락했음. 딱 10초 찍었을랑가?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래도 멈춤 없는 랠리로 나름 선방했다며 둘이서 뿌듯해했다. 그녀가 영상 허락해 줘서 고맙다고 웃으며 다시 피클볼을 하러 돌아가려던 찰나, 내가 코치한테 급히 말했다.
"너 저분한테 나 2월 4일부터 배우기 시작한 사람이라고 꼭 적으라고 해! 왜냐고? 나 이제 배운 지 7주밖에 안 됐는데 이 정도 칠 수 있는 게 너 덕분이잖아. 새롭게 테니스 배우고 싶은 사람들이 그거 보면 너한테 오지 않을까? Everyone can make it. Even Hann made it이라고 나를 이용해ㅎㅎ"
코치가 나름 논리적이란 생각이 들었는지 서둘러서 그녀에게 소리쳤다. "얘 2월 4일부터 배운 애라 아직 두 달도 안 됐어! 인스타그램에 그거 꼭 써줘~!!" 그러자 피클볼을 하고 있는 4명의 사람들이 "What? Less than two months??"라고 놀랐다는 게 이 글의 결론이다.
이상 오늘의 자랑 글 끝!
둥이야 기다려라. 곧 너희를 이겨주마!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