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이 가다
나에겐 아주 소중한 친구가 있었다.
직장 동료였고
주말마다 홍대와 광화문을 함께 그렇게 걸어 다녔다.
둘만 있으면 모든 게 재밌었던 것 같다.
무슨 얘기를 했는지 잘 기억나진 않지만
나는 많이 웃었던 것 같고
서로 대화도 많이 했던 것 같고
침묵도 어색하지 않았던 것 같았다.
아니 대화의 샘이 마르지 않았던 것 같다.
고등학교 때 그렇게 갖고 싶었던 절친이 직장인이 되고 생겨 너무 좋았다.
한 번도 말한 적은 없지만 심적으로도 안정이 되었다.
나도 절친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이라는 안도감이 들었달까?
알아가면 갈수록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라 좋았던 것 같다.
친구는 사람에 대한 애정이 밑바탕에 깔려 있었고
그랬기에 말투도 따뜻했다.
상처 주는 말인지 생각하고 말하는 편이어서 그랬던 것 같다.
직장이 달라진 이후에도
여전히 친했다.
하지만 시기적으로
내가 그 업 자체를 떠나면서
조금씩 멀어지기 시작했던 것 같다.
대화의 공통 소재가 없어졌다.
나 혼자 말을 하는 경우가 많았고
친구는 듣기만 하는 경우가 많았다.
내가 어느 순간 집순이가 되면서,
사람을 만나는 일이 점점 줄어들면서,
그 친구와 만나는 일도 확연히 줄어들었다.
그래도 그 친구는 내 마음의 속 1번 친구였다.
평생을 함께 할 친구.
정말 오래간만에 연락이 왔는데,
직장을 그만두었다고 했다.
난 당장 만나서 무슨 이야긴지 듣고 싶었다.
친구에게 생긴 큰 변화이므로
그 얘기가 듣고 싶었다.
하지만 그날 만난 이후로
만나지 않을 결심을 했다.
내가 하는 말마다
답으로 돌아오는 말은 아팠다.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라
반응을 할 수가 없었다.
빨리 헤어져 집으로 가고 싶었다.
혼자 어색해져서
한동안 나 혼자 떠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집으로 와서
내 마음이 왜 불편한지 생각해 보았는데
그 불편함을 느낀 것이
꽤 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고
나는 이제 그만할 때가 되었다고 결정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2번의 통화가 있었다.
한 번은 그 친구가 전화를 잘못 눌러서 얼결에 통화를 했고,
또 한 번은 부재중 통화가 찍혀도 내가 답장을 하지 않았는데
잘못 누른 게 아니라는 문자에 내가 전화를 걸었다.
같은 사람이지만
나에게는 이제 같은 사람은 아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어느 날,
물음표가 생겼다.
그 오랜 시간 소중한 우정을 나눠 준 친구인데
잠시 서운했다고
아니 서운함이 쌓여갔다고
손을 놓아버릴 일인가?
서운함이 있었다면
오히려 서운했다고
싸우기라도 했다면
우리 우정은 한 단계 더 진화했을까?
갈등이 생기면
서운한 마음이 생기면
마주하기보다
숨어버리는 나도
깨어진 우정에
지분이 있는 것은 아닌가?
(당연히 두 사람 간 우정이니 지분이 있겠지.)
그리고는 나의 관계를 돌아본다.
가까운 사이는 멀어질까 회피를 선택하고
극단적인 상황에서는 파이터가 된다.
이렇게 미숙하다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잘 알고 있었는지
성숙한 사람과 있으면 편하다.
그리고 그들을 보고 나도 저렇게 해야지 생각하다가도
막상 그것을 실천할 일이 오면
회피하거나 싸운다.
굳이 따지면
그래도 회피보다는 싸우는 게 나은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일종의 대화라고 해야 할까?
그 친구랑도 싸워볼 것 그랬다.
시간이 나면
만나서
싸워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