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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핸내 Aug 30. 2023

시골마을에 도시친구 놀러왔다!!

반딧불이도 보고 직접 딴 채소로 밥도 만들어 먹고

2023년 8월 29일 화요일 곡성에서 핸내가

친구들에게 보내는 18번째 메일 '나로 살기로 핸내(나살핸)'


시작하며

광주 전남대 근처 카페 '자유로'에서 글 쓰는 중!

안녕하세요. 2주 동안 무얼 하며 지냈나요?? 특별한 일은 없었나요?? 타지 사람들의 일상이 문득 궁금해지네요. (답장으로 알려준다면 반갑게 확인할게요!!) 저는 지금 광주에 왔어요. 분명 글은 서울에서 시작했는데 광주에서도 쓰게 됐네요. 몸과 마음이 가는 대로 갑작스레 서울에 다녀왔더니 벌써 월요일, 아니 화요일이 되어버렸어요. 다들 한 주는 잘 시작했죠?? 가을장마로 비가 계속 오네요.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가만히 보고 있으니, 마음이 평온해지네요. 운치도 있고요. 저는 카페에서 창밖을 바라보고 있어요. 광주에 마음에 드는 카페를 발견해, 안전한 공간이 하나 더 생긴 느낌이에요. 기분이 좋고 흘러나오는 옛날 노래에 왠지 마음이 말랑말랑해지네요.







친구가 놀러 왔어요!

옥수수 사이에 있는 념지

6, 7, 8월이 휴가 기간 맞군요. 친구들이 달마다 한 번씩 찾아와 주네요. 이번 달에는 서울에서 념지가 혼자 곡성까지 와주었어요. 제 친구의 별칭이 '념지'인데요. 고등학교 3학년 때 처음 알게 된 친구예요. 저희 반 친구의 교회 동생이었죠. 지금은 책모임도 같이 하고, 교회도 같이 다니고 있어요. 친구가 놀러 오면 주로 마을 내에서 놀아요. 대중교통이 많지 않을뿐더러, 마을에서도 충분히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그렇다면 념지가 왔을 때,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 떠올려 볼게요.


오르막길이라서 혼자 타야 함!

첫 번째, 버스정류장까지 전기자전거로 마중 나간다. 버스정류장부터 집까지 걸어서 20분가량 걸려요. 가을엔 아름다운 벼를 구경하며 걸어도 좋지만, 여름엔 너무 더워서 데리러 간답니다. 이 자전거로 말할 것 같으면, 자자공 3기분이 정착한 이웃에게 주고 간 자전거예요. 그 이웃이 저희 5기들에게 빌려준 것이랍니다. 덕분에 저의 활동 범위가 넓어졌어요! 전기자전거의 최대 속력은 30km. 뒤에 친구를 태우면 속력이 절반 혹은 1/3로 줄어요. 뒷자리에 타면 발 올릴 곳이 마땅치 않아 스트레칭하듯 발을 어딘가에 잘 지탱하고 있어야 해요. 그래서 친구가 왔을 때만 태운답니다. 지난달에 처음 친구를 태워봤는데요. 마치 걷는 속도와 비슷하여 어이가 없고, 웃겼답니다. 아마 이번 해에만 할 수 있는 경험일 거예요. 새로운 이동 수단이 생기면 이때의 경험이 특별하게 기억될 것 같아요.


두 번째, 마을 밭에서 나고 자란 식재료로 건강한 밥상을 차려 먹는다. 가지밥 먹어봤나요?? 저는 이곳에서 처음 접했는데요. 생가지를 큼직큼직하게 잘라 밥 위에 얹고, 압력밥솥으로 밥을 지어요. 그러고 나서 간장 양념장에 비벼 먹으면 정말 맛있답니다. 념지와의 첫 식사는 지선네 박잎과 양파, 부추, 바람네 호박, 농부의 토마토, 핸내의 노각, 볕뉘네 가지로 차려봤어요! 서울에서 자취할 땐 요리하는 게 너무 버거웠던 것 같아요. 아주 가끔 메인메뉴와 국으로 구성된 간단한 밥상을 차려 먹었었고요. 하지만 이곳에서는 오전 11시만 되면 밥 먹을 준비를 해요. 같이 사는 이들이 밥에 진심인 덕분에 잘 차려 먹는 법과 다양한 음식을 배우고 있어요. 이렇게 제가 경험하는 밥상을 친구와도 공유하고 싶어, 무얼 먹을까 미리 고민하고 준비했어요. 

가지밥 / 박잎(바가지 만드는 그 박) 정말 부드러웠어요. / 그리고 처음 만들어 본 노각들깨탕도 굿!


세 번째, 마을 친구들을 소개한다. 옆 마을 이웃 볕뉘, 연어와 함께 시간을 보냈어요. 저녁식사 후 친구들이 미리 알아둔 반딧불이 스팟으로 갔어요. 가로등 없이 깜깜한 곳을 걸었어요. 달빛이 밝아 선명히 보이진 않았지만, 그래도 풀 사이사이로 빛나는 반딧불이를 볼 수 있었어요! 그다음, 우산각으로 갔어요. 집에 에어컨이 없으니 더운 밤엔 가끔씩 우산각 정자에 누워있어요. 바람이 솔솔 들어오고 아주 시원하답니다. 볕뉘가 따서 얼려둔 딸기와 두유가루, 귀리로 빙수를 만들어 주었어요. 연어는 내일 만들 빵을 미리 반죽했고요. 늦은 밤 집에 가는 풀을 마주쳤어요. 풀도 우산각에 들어와 친구와 함께 대화를 나누다 갔어요. 둘째 날 오전엔 농민 강의가 있던 터라, 그 시간엔 념지가 연어와 함께 빵을 만들며 시간을 보냈어요. 덕분에 갓 구운 빵도 먹었네요.


왜인지 놀러온 친구에게는 저의 이웃을 소개해 주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짧게라도 이웃들과 이야기 나누었을 때, 이곳에서의 삶을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또한 마을 사람들이 지향하는 가치는 비슷할 수 있으나 삶의 형태나 성격, 농사스타일, 생각하는 것이 다양하기에 여러 사람을 만나게 해주고 싶은 가봐요. 이웃들과 만나며 제가 느끼는 새로운 자극 혹은 동기부여, 따뜻함을 친구들도 느끼길 바라며. 아무래도 이런 삶의 형태가 흔하지 않으니,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랄까요.

우산각에서의 밤 / 빵 만들어 먹기, 그리고 요즘 유행한다는 항공샷


네 번째, 밭일을 한다. 념지는 제주도에서 농사를 도왔던 경험이 있었어요. 아주아주 고맙게도, 선뜻 농사일을 하겠다고 먼저 얘기해주었어요. 안 그래도 고추밭 풀 언제 매나 걱정했었는데 말이죠. 함께 마을도서관에서 예배를 드리고 낮잠도 푹 자고 일어나 밭일을 하러 갔어요. 부추낫과 밭방석을 챙기고, 팔토시와 목수건, 모자, 장갑으로 무장한 후에 밭으로 갔어요. 좋아하는 팟캐스트를 배경음악처럼 틀어놓고 수다를 떨며 일했어요. 함께 하니깐 금방 하더라고요. 그런데 알고 보니 저희가 일한 16시에 폭염경보가 발령됐었어요. 왠지 념지의 얼굴이 열을 받아 빨갛게 달아올랐었죠. 일 끝날 때쯤 되니 그나마 시원해졌어요. 집에 들러 물을 마시며 잠시 쉬었어요.


다섯 번째, 함께 먹을 것을 수확한다. 쉬는 시간을 짧게 갖고 다시 밭으로 향했어요. 바질과 호박잎, 오이, 깻잎, 가지를 수확해 왔어요. 그리고 요리를 했어요. 저녁식사 후엔 함께 바질페스토를 만들어 볕뉘네에게 선물했어요.

고추 풀 매기 완료~ / 밭에서 수확한 소중한 재료들


여섯 번째, 그간 못다 한 대화를 나눈다. 념지가 묵은 두 밤 내내 아주 나른하게 잠들었어요. 이야기 나누다가 스르륵 잠에 들었죠. 다음날 자기 전에 무슨 말을 했는지 잘 기억나지 않아, 했던 얘기를 한 번 되짚어 보았어요. 그만큼 잘 놀고 잘 먹고 잘 잤다는 거겠죠!


이상, 친구와 함께한 2박 3일의 기록이었습니다. 저희 마을을 경험해 보고 싶다면 놀러 오세요!

+ 공놀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두부 만들기, 수영장 가기, 보드게임, 벼 추수 등 가능^^



나로 산다는 게 뭐야??

구독신청 결과를 확인하던 중, 눈에 띄는 문장이 있었어요. '나도 나로 살고 싶어서' 아, 맞다. 제 메일링 이름이 '나로 살기로 핸내'였군요. 새삼스레 나살핸이라는 말이 낯설게 느껴졌어요. 문득 제 안에 '대체 나로 살기로 한 건 뭐야??'라는 질문이 던져졌어요.


목요일 밤, 마을 꼭대기에 사는 DJ네에 놀러 갔어요. 오랜만에 가볍게 술을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어요. DJ의 제안으로 갑자기 버킷리스트를 쓰기 시작했어요. 각자 5개씩 쓰고 말로 공유하고, 또 5개를 쓰고 공유했어요. 그렇게 추가하다 보니 짧은 시간 내에 50가지나 적었네요. 저의 버킷리스트 첫 항목은 바로 ''엄마를 주제로 글쓰기'였어요. 구체적으로는 '20대 돌봄노동자 딸과 50대 돌봄노동자 엄마'를 주제로 써보고 싶어요. 현재 제가 돌봄노동자는 아니지만, 기회가 된다면 그렇게 살아보고 싶어요. 또 엄마의 삶과 저의 삶을 연결하여 글을 써보고 싶고요. 그 외에도 '문학에 깊이 빠져 살아보기', '글쓰기 수업 듣기', '요가 잘하기', '영어로 원활하게 소통하기' 등이 있었어요. 고등학교 때 썼던 버킷리스트와 별반 다르지 않았어요. 굳이 다른 걸 찾아보자면 결혼과 명확한 직업에 대한 내용이 빠진 것, 글쓰기 욕구가 생겨난 것, 그리고 악기연주에 대한 욕구가 줄어든 정도예요.


부끄럽지만..^^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고 이야기하는 과정이 의미 있었어요. 특히 상대의 입을 통해 '핸내는 글쓰기에 대한 욕구가 큰가 보네요.'라고 들었던 게 기억에 남아요. 저의 관심사는 늘 펼쳐지기만 하여 고민이었는데, 점차 추려지고 있는 것 같아요! 역시, 저 같은 사람은 하고 싶은 것을 해봐야 진짜 하고 싶은 것이 판단되나 봐요. 덕분에 제가 하고 싶은 것들을 명료화해 볼 수 있었어요. 그리고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지금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 살펴볼 수도 있었고요. 깊이 고민하지 않고, 무겁지 않게 급히 휘갈겨 써보는 버킷리스트 추천이요.


어쨌거나 나로 산다는 것은 나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하고, 인지하고, 나에게 가장 잘 맞는 환경을 찾아나가는 것,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하는 것, 추구하는 가치를 찾아 그에 맞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겠네요.


추가로 요즘 유행하는 성격테스트 있잖아요?? 결과를 공유해 보자면 이렇답니다.

다 맞진 않지만, 비슷하다고 생각되는 게 어느 정도 있었다.


성격유형이 잘못 활용되면 편견을 갖게 할 수 있지만, 잘 활용한다면 자신을 이해하는 데에 좋은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너무 약식은 말고요). 저는 대학생 때 MBTI나 애니어그램에 대한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요. 그 결과에서 저에게 맞는 언어를 수집해 제가 누구인지, 저만의 언어를 만들어 가는 데에 도움이 되었어요.







마무리하며

서울집 근처의 마음에 드는 카페를 발견했어요. 그리고 이 글의 처음을 그곳에서 시작했고요. 글을 쓰며 깨달았어요. 제가 서울에 가고 싶었던 이유 또 한 가지를요. 나살핸을 쾌적하고 분위기 좋은 공간에서, 기분 좋게 쓰고 싶었어요. 누구의 방해도 없이요. 어느덧 밤이 쌀쌀해지기 시작했어요. 가을이 정말 오나 봐요. 늦여름을 충분히 즐기시고, 우리 가을에 봐요! 모두들 안녕~!



그간의 일상

기계에 넣고 갈아 감물 짜내어, 염색하고 말리기! 햇볕을 받아야 색이 변한대요~
농민회에서 주최한 수련회 가서 물놀이까지!
밭에서 참외가 쑥쑥 자라고 있어요. / 념지가 만들어준 냉국과 강된장 그리고 내가 만든 옥수수밥과 노각무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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