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자 인간

아만자의 일기, 아만자의 신앙일기

by 한나

내가 서른 살 즈음에 서른다섯 살이 된 나의 모습을 상상해본 적이 있다.

상상 속의 나는 치료가 다 끝나서 몸은 후유증으로 약간 힘들고, 체력도 딸리겠지만 남들처럼 일 하고, 머리카락도 나고, 새로운 시작을, 더 나은 삶을 살아가고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서른다섯 살이 된 지금 나는 예전과 같은 삶을 니, 오히려 더 악화된 삶을 살아가고 있는 내 모습을 깨달았을 때, 모든 것을 다 내려놓게 되는 좌절과 절망을 맛보고, 그것이 우울이 되어버렸을 때를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나는 하자 인간이다.

원래도 하자가 없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암환자가 된 이후로는 정말 하자가 많은 사람이 되었다.

나는 오랜 치료와 적극적인 치료로 양쪽 가슴도, 양쪽 난소도, 머리카락도, 돈도 없다.

미래는 더더욱 불투명하다.

아직도 치료를 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취업을 하기도 어렵고, 치료와 병원으로부터 자유롭지도 않기 때문이다.


평소엔 이러한 사실이 나를 괴롭히지 않지만, 가끔 설움이 봇물 터지듯 터질 때가 있다.

회복탄력성이 좋아 짧으면 몇십 분, 길면 하루면 우울감이 회복되었는데, 이번에는 몇 개월이나 지속되었다.

자기 연민이 너무 심했다. 우울감도 심하고, 감정을 억누르기만 하니 더 심해지기만 하는 느낌이었다.

사실 머릿속으론는 우울증이 없는 게 더 이상한 상황이라고 되니이고 되니여도 우울감은 쉽게 없어지지 않았다.

결국 정신과에서 우울증 약을 처방받아 복용을 하고, 또 하나의 하자가 늘었다. (우울증이 하자라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설명할 약점이 하나 늘었다는 뜻으로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나는 특히 긍휼히 여기는 마음과 별개로 사람을 불신하는 것과 가끔 제맷대로 열려버리는 감정이 거의 닫혀있는 내 모습을 볼 때, 어린 날의 내 모습을 보며 자기 연민을 느길 때 하자를 느낀다.

하지마 나는 나의 이러한 하나 모습이 쓸쓸하시도 하지만 동시에 기대되기도 한다.

하나님은 나를 어떻게 사용하실까? 어떻게 사용하려고 하시기에 나를 이렇게 단련하고 또 단련하실까?


냐가 하자가 많은 인간임에도 자존감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오직 하나님이다.

물론 정말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사람으로 축복받고 있지만, 내 자존감은 오직 하나님에게서 나온다.

그가 날 수많은 말씀으로 날 위로해주시고, 날 인도해주심을 느낄 때, 나의 하자가 어떻게 사용되고 치유되는 가정을 느낄 때, 내가 9년 동안 죽어가는 것이 아닌 그로 인해 살려짐을 느꼈을 때, 그가 날 사랑하심을 온몸으로 느끼며 알게 되었다.

내가 가진 수많은 하자들이 어떻게 아무렇지 않게 될지, 어떻게 극복하고, 어떻게 사용하실지 기대된다.


나는 여전히 하자 인간이지만,

내가 하자 인간임이 설렌다.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