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 없는 사랑

아만자의 일기, 아만자의 신앙일기

by 한나

요즘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나는 글로써 무엇을 말하고 싶나 고민하게 되는 나날이다. 막연한 희망을 주고 싶진 않았다. 간전이, 뼈전이, 뇌전이까지 된 내가 이렇게 살아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살아있다는 것이, 아픔을 느낀다는 것인지 얼마나 소중한지 알려주고 싶지도 않고, 그렇게 생각하지도 않았기에, 혹은 그저 4기 암환자의 정신 승리처럼 보여질까 희망을 전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전하고 싶은 얘기는 있었다. 나는 총 98번의 항암, 32번의 방사선, 16번의 사이버 나이프, 3번의 수술을 하면서 내가 그 많은 아픔들과 치료들을 극복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진부하다면 진부하겠지만 나를 순간순간 살게 하는 것은 대가 없는 사랑이었다.


나는 다른 복은 몰라도 인복만큼은 가득하다고 할 정도로 자부하는데, 그것은 내가 착하고 좋은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나를 좋게 봐주는 사람들 덕분이다. 그 사람들이 따뜻한 사람이기에 나를 좋게 봐주고 안타깝게 바라봐 주고 사랑을 나눠줄 수 있었다.


우리 집은 경제적으로 넉넉한 집이 아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만 24살이라는 젊고 어린 나이에 암에 걸려 보험도 없었기에 치료비가 부담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원래는 취업하자마자 보험을 가입하려고 했지만, 취업하자마자 암게 걸렸다.) 그런데 함께 젊고 어렸던 친구들이 한 푼 한 푼 도와준 덕분에, 그리고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분들도 함께 도와주신 덕분에 걱정없아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기적이었다. 만날 때마다 맛난 음식을 사주신 것으로도 모자라 용돈을 주시던 팀장님과 부감님 또 나를 생각해서 반찬을 싸주시던 친구들의 부모님과 어르신들의 마음까지 아주 넉넉하게 잘 받았다.


그들이 나에게 바라는 것은 다 나아서 돈과 마음을 갚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아프지 않고 잘 살기를 바라는 따뜻한 마음뿐이었다. 그렇게 나는 9년 동안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순간순간 버텨왔다.


요즘 현대 사회는 무관심, 각박을 넘어 공격의 시대에 도달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그들이 여유가 없기 때문이고, 요즘은 여유를 느끼기엔 매우 어려운 시대라는 것에는 충분히 동의하는 바이다. 그렇기에 사랑을 경험하기 어렵고, 사랑을 경험하지 못하면 사랑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질뿐이다.


결혼 역시 마찬가지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해도 부족한 결혼이 조건에 의해 좌우되기 시작되고, 네 것과 내 것을 나누기 시작하면 내가 베푼 사랑에 대가를 바라게 된다. 누가 먼저 나에게 대가 없는 사랑을 베풀어주면 좋겠지만, 세상은 단순 호의도 오해로 받아들이게 한다.


하지만 나는 수많은 사람들의 대가 없는 사랑을 받았기에 나 역시도 사랑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사랑을 받고서야 사랑을 베풀 수 있었다. 그렇기에 나는 우리의 삶 속에서도 사랑, 그것도 대가 없는 사랑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대가가 돌아오지 않아도 괜찮다. 몰라주어도 괜찮다. 그저 누군가 이렇게 사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안다면, 우리는 저절로 사랑을 알게 되고, 그 사랑을 흘려 보내게 된다. 이러한 현상이 널리 퍼져, 모두가 서로 사랑하는 것이 내가 글을 쓰고, 책을 내고 싶은 이유이다.



‘서로 사랑할 때, 세상은 주 보네. 사랑은 결코 지지 않네.’ -<여호와께 돌아가자> 찬양 중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