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그런 거다.

아만자의 일기, 아만자의 신앙일기

by 한나

사람에게는 누구나 한계가 있고, 애석하게도 요즘의 나는 한계 투성이다.

특히, 일을 할 때 나의 한계는 더 많이 드러나는데,

최근에는 학생의 시험지를 채점해야 하는 일이 생겼는데, teach의 과거형이 taught임을 알면서도 tought를 맞다고 채점해버렸다.

선생님이 보고 계셔서 빨리 드려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변명하고 싶지만,

이러니 저러니해도 결국 집중력의 문제였다.

예전에는 똑띠 소리를 들으며 한 꼼꼼했었는데, 점점 소소한 것을 놓치고, 실수가 많은 빈틈 투성이인 내 모습에 작아지는 요즘이다.


이외에도 나는 다른 한계를 느끼고 있다.

오랜 기간 치료를 해서 그런 건지 혹은 나이가 들어서 그런 건지 체력에 한계가 오고 있다.

나는 이것도 해야 하고, 저것도 해야 하고,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면서 인정받고 싶은데, 나의 체력이 따라주질 않는다.

그래서 '선택과 집중을 해야지'라고 생각하면서도 여전히 내 안에는 똑띠로 인정받고 싶은 욕구와 모든 것을 다 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신앙적로도 마찬가지이고,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지금보다 더 나은 믿음을 가지고 싶지만, 내 힘으로 더 나아가기 어려울 때,

반복되는 죄로 인해 괴로우면서도 또 그 죄를 저지를 때,

나에게 고마운 사람들에 대해 미운 마음을 품고 그들과 함께 있는 것이 괴로울 때,

나는 인간으로서의 한계를 느끼며 '나는 이것밖에 되지 않는 사람인가', '내가 이렇게 못된 사람이었나' 자책하게 된다.


나는 나의 이러한 약점과 한계들을 인정하는 것이 너무도 어려웠다.

말은 안 했지만, 내가 암환자라는 것을 받아들이기 싫어서 일부러 더 일하고, 더 노력했다.

그러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하지만 전혀 아니었다.


나는 좋은 사람들을 싫어하기 싫었다.

내가 나쁜 사람이 된 것 같았기 때문이다.

저들은 고맙고 좋은 사람들인데, 그들과 함께 있을 때의 내 모습은 작아지고 상처만 늘어서,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나는 그들과 함께 있는게 괴로워서.

근데 그게 소위 말하는 악인들이 아니라 누가 봐도 좋은 사람들이어서 내 감정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


나는 일도 예전만큼 꼼꼼하게 보지 못하고, 양도 예전만큼 처리하지 못하고, 좋은 사람들을 미워하고, 같은 죄를 계속 반복하고, 어리석게 쉬지도 않으며 일하는 바보지만..

그냥 그런 거다.

그냥 그게 나이고, 내 모습이다.

인정하기 싫지만 받아들이고 내려놔야 한다.


애초에 나는 한계가 있는 사람으로 태어났다.

나뿐만이 아니라 모두가 마찬가지다.

우리는 한계를 가진 인간으로 태어나 마음에 들지 않는 각자의 모습에 괴로워하고, 심하면 우울증에 빠지기도 하지만.. 그냥 그런 거다.

일을 못할 때도 있는 거고, 잘할 때도 있는 거고, 그 사람이 좋을 때도 싫을 때도 있는 거고, 죄를 저지를 때도 회개할 떄도, 사랑할 때도 사랑하지 않을 때도 있는 거다.

하나님의 시선으로 보았을 때 하나도 중요하지 않은 것들이다.

그냥 나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내려놓는 것이다.


그러면 그 때부터 하나님이 개입하실 수 있다고 믿는다.

내가 너무 꼭 붙들고 있어서 하나님이 말씀하셔도 그 소리도 들리지도 않고 무시했었겠지만, 짐을 내려 놓으니 주변을 둘러볼 수 있다.

물론 인정하는 것이 은근 자존심히 있는 나에게는 너무 어려운 문제였지만, 사실 별거 아닐 수 있다.

이유없이 사람이 싫을 수도 있는 것이고, 실수도 할 수 있다.

다만, 그 사람이 싫다고 괴롭혀서는 안 되고, 실수가 잦다고 미워하기 보다는 조금은 사랑으로 포용해주는 게 어쩌면 하나님이 바라시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그 마저도 한계가 있다면 그냥 내려놓으면 된다.

모든 짐을 하나님한테 다 맡겨 버려라.

그게 내가 내 자존감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이며, 내 한계를 인정하되 상처받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임을 믿는다.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