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놓음

아만자의 신앙일기, 아만자의 일기

by 한나

나에게는 극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는 동생이 한 명 있다.

동생은 우울증이 심해서 하루 종일 잠만 자거나 먹는다.

내가 볼 때에는 자기 파괴적이고 악순환을 일으키는 선택을 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예전에는 우울증을 정말 이해하지 못한 적이 있다.

나도 투병 생활로 힘들지만 할 것은 다 했기에, 근데 나에게 더 짐을 맡겼기에,

부끄럽지만 그래서 우울증은 나약하고 이기적인 병이라고 생각했을 때도 있었다.


근데 문득 하나님께서 이런 생각을 주셨다.

내가 암으로 인해 괴롭고, 암에서 벗어나고 싶은 것처럼 동생도 그럴 거라고.

동생도 우울증으로 인해 괴롭고, 제일 힘든 건 본인 자신일 거라고.

나는 외상이 있어서 배려를 받지만, 단순 게으름으로 오해받기 쉬운 동생은 그렇다 할 외상이 없어서 우울증을 이해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그래서 더 힘들고 외로울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하니 참 미안해졌다.

언니로서 더 이해해주지 못하고, 지지해주지 못해서..

한 때 우울증이라면 치를 떨던 내가 부끄러워졌다.


물론, 깨달음을 얻었다고 해서 행동이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단지 이해를 조금 더 하게 되었을 뿐.

본인도, 그것을 지켜보는 가족들도 이 시간들이 너무 괴로웠다.

치료되고, 회복하는 데 있어서 다른 병들과 마찬가지로 아니, 어쩌면 더 오랜 시간이 필요했으니까.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했고, 그닥 나아지지 않는 것 같은 동생의 모습에 동생의 정신과 주치의를 못 믿고 의심하기도 했다.

하지만 하나님은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하면 된다고, 혹은 나만 행복했음 된다고, 나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던 나의 생각을 다시 한번 무너뜨리셨다.


나 혼자 행복하다고 해서 행복해질 수 없었다.

주변 사람들이, 가족이, 친구들이, 지인들이 행복해야 나도 행복해질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개인적인 문제는 내가 도울 수는 있을지언정 내 힘으로 해결할 수는 없었다.

결국, 나뿐만 아니라 가족들도 하나님꼐 맡기고 내어드려야 했다.

동생의 문제도, 엄마의 문제도, 아빠의 문제도 나에게 해주셨던 것처럼 만나주시고 위로해주심을 통해 그들에게 역시 그렇게 해주실 거라고,

동생의 주치의뿐만 아니라 그들을 모두 포용할 수 있는 하나님을 믿고 맡기고 내어드려야 함을 알려주셨다.


그 후로 나는 나만을 위한 기도에서 가족들을 위한, 타인을 위한 기도를 진심으로 할 수 있게 되었다.

비록 시작은 이기적인 이유이었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기도를 하며 그들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라고 눈물 흘리며 기도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아직도 가끔은 눈앞에 보이는 가족들의 불행을 전부 내어 맡기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난 여전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한다.

다만 전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기도와 함께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를 살려주셨듯 가족들도 살려주실 것임을 믿는다.

그것이 비록 시간이 조금 걸릴 지라도...


P.S. 우울증을 겪고 있는 모든 사람들과 가족들이 모두 회복되기를!!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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