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번째 항암

by 한나

이번에 막 총합 100번째 항암을 마쳤다.

8번의 1차 항암, 재발 후 9번의 항암, 또 한 번의 재발 후 83번의 항암 도합 100번의 항암을 마쳤다.

슬픈 소식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고, 좋은 소식은 뼈랑 간에는 내성이 아직 생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뇌에는 그 후로 재발이 2번이나 됐지만)


100이란 숫자가 크게 느껴지긴 했지만 슬프지 않았고, 우울하지 않았다.

오히려 신기하고 100번이나 버틴 내 자신이 대견스러웠다.

그래서 가장 친한 친구에게 이 사실을 얘기했다.


"나 이번에 100번째 항암이다"

"오. 100번이라니"


그래서 내가 "오라니ㅋㅋㅋ 감사합니당" 이라고 보냈고, 돌아온 친구의 반응은 축하한다고 하기도 그렇고 고생했다는 말밖에 할 게 없다며, 잠깐 뇌가 멈췄다고 했다.

원래는 친구가 내 아픔에 대해 조심스러워도 어려워하지 않았는데, 그래서 나도 맘편히 말한 거였는데 순간 서운함이 밀려왔지만, 내가 꺼낸 주제가 어려운 주제라는 것을 알기에 적당히 넘어갔다.


그래서! 이번에 정말 어려운지 다른 반응도 보기 위해 다른 사람들에게도 물어봤다.


Case 1.

"나 이번에 항암 100번쩨다"

"(한참 후)ㄷㄷ 와 100번... 고생이다ㅠ"


Case 2.

"저 이번에 항암 100번 했어요."

"(대견해하며) 오우 그동안 너무 수고했어요. 수고의 하이파이브"


Case 3.

"저 이번이 100번째 항암이었어요."

"하은양(본명), 너무 대단해요. 진짜 고생 많았어요. 뭐 먹고 싶은 거 없어요?"


Case 4.

"저.. 이번에 총합 100번의 항암을 했어요."

"진짜? 완전 힘들었겠다ㅜㅜ 말이 100번이지ㅜㅜ"


등등 곤란해 하는 사람도, 대견해 하이파이브를 하는 사람도, 안타깝게 여겨 주는 사람, 대단하게 보는 사람 등 다양한 반응이 있었다.

사실 다 비슷한 반응인데, 그 친구에게 서운했던 건 그 친구를 향한 나의 마음이 유독 커서 그랬었던 것 같다.


투병을 하고 있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이 주제를 가볍게 다루고 싶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무거운 주제라는 건 알지만 나에겐 일상이니 말이다.

내 일상이 무거워지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

그것은 내가 쫄보이기 때문이다.

주변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주변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이면 같이 심각해지며 무서워하기 때문이다.

쉽지는 않겠지만 나에게만큼은 적당히 가볍게 암이라는 주제를 대해줬으면 한다.


나는 가볍고 싶다.


P.S.1. 그런 의미에서 나는 하이파이브가 제일 좋았다.


P.S.2. 나외 호기심에 곤란했을텐데 최선을 다해 반응해준 지인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