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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나책장 Jul 14. 2020

좋아서, 혼자서(윤동희, 달 출판사)를 덮으며

해나의 책장을 덮으며


무슨 일을 하고 싶은가
얼마를 벌고 싶은가
어떻게 일하고 싶은가
하루하루, 어떤 라이프 스타일로 살고 싶은가

자영업자가 되기 전에 꼭 해야 할 질문이 아닐까 싶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지 않는 일'이
좋은 직업의 기준이라고 생각한 북노마드 윤동희 대표님 @booknomad
그는 일이 취미가 되고 취미가 일이 되는 삶을 꿈꿨고 그런 일을 한다.
책을 만들고, 대학에서 예술 철학을 강의하고,
미술에 관한 글을 쓰고, 서점에서 출판을 강의한다.
읽고, 쓰고, 말하는 것이 그의 취미이자 일인 것이다.
그가 원하는 삶은 이런 것이었다.

저녁에 운동을 하는 삶
몸과 마음을 돌보며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삶
딸과의 시간을 더 많이 가질 수 있는 삶
일과 취미가 일치하는 삶

결국에는 일과, 삶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인데
그는 잘 살기 위해 비워내고, 우선순위를 다듬고,
사람을 중요시 여기고,
혼자의 시간과 공간을 꾸린다.
그리고 주변과 비교하지 않는다.

내가 1인 기업가가 되지 않았다면
그런 건 내가 제일 잘하는 일이라며
아주 공감하고 당연한 얘기라고 쉽게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1인 기업가가 되고 나서
나는 지진 같은 마음의 충돌과 번뇌를 견뎌야 했다.
사업을 시작하면서 나는 이전까지 익숙한 감정이었던
높은 자존감, 안정 정서, 소박한 만족감을 죄다 잃었고
하루하루 예민해지고 늙어갔다.
그럴 때마다 본질에 대한 질문을 했고
조금씩 안정감과 자신감을 회복해 갔었다.
그리고 사업은 불안감과 안정감이 계속 파도타기 하는 일이고
내가 할 일은 그 파도에 힘을 빼고 하루하루 할 일을 하며 파도에 익숙해지는 것이었다.

책을 읽으며 대표님이 덤덤하게 써 내려가는 글이 덤덤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과 답답함이 있었을지 짐작이 간다.

초기 사업자에게 공통적으로 찾아오는 건 낮아지는 자존감이다.
그 증상은 미래에 대한 불안, 주변과의 비교,
충고해 주는 이 말 저 말에 휘둘리지만 듣고 나면 더 정리가 안 되고 불안해지는 마음,
약해지는 마음과 체력 등이다.

생각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말 저말 들으니 자꾸 휘둘리고
그러면서도 내키지 않아서 마음이 복잡해지고
마음이 복잡해지니 잠이 안 오고 체력이 떨어지고
일도 순서가 없이 우왕좌왕하게 되는 거다.
그래서 스스로 계속해서 부딪치고 일을 만들고 결과물을 쌓아가면서
답을 찾아가야 한다. 그 과정은 모두에게 필요하고 충분히 아프고 괴롭다.
하지만 본질에 대한 질문을 놓지 않으면서 나에 대해 알아갈수록
나의 기준들이 안착된다. 그리고 일에 가속이 붙고 나의 개성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안정되니 일은 더 잘 된다. 독자 (혹은 고객)에게도 그 아우라는 전달되기 마련이다. 당연한 이야기.

책을 읽다 보면 윤동희 대표님은
스스로의 가치를 기반으로 여러 차례 질문한다.

어떤 책을 만들어 팔까?
내가 원하는 삶을 위해 무엇을 더 해야 할까?
더 적게 일하며 더 좋게 만드는 방법은 무엇인가?
나의 노력과 시간은 어디에 사용해야 하는가?

그렇게 일 속에서 무엇이 반복되는지 알아차리고
할 수 없는 일을 리스트업 해서 그 일을 배제하고
일의 시작과 마무리는 청소로 정돈하고
북노마드 특유의 센스에 집중하여
북노마드 스타일의 작가를 선택하고
그 작가에 반응하는 독자를 소중히 여기며 연대하는 것이다.

결국 책을 다 읽고 나니 좋아하는 일을 혼자서 해나가는 것은
본질에 집중하고, 우선순위에 기반하여 중요한 것에 에너지를 쏟고
매 순간 욕심을 버리고 주변과 비교하지 않으며
나만의 개성을 만들고 그 개성에 반응하는 독자 (혹은 고객)과 연대하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본질에 집중하고, 나만의 센스와 개성을 쌓아가는 것.
그것에 반응하는 독자와 연대하는 것.
그렇게 시간을 쌓아가고 성장해 가는 것.
그게 바로 브랜딩 아니겠는가.

그에게 중요한 것은 가치와 태도
그것이 일상과 갭을 만들지 않고 생각한 대로 살아가는 것
오래 일하기 위해 일상을 정돈하고 건강을 챙기는 것이리라 짐작해본다.

편집자의 일과 좋아서 혼자서 를 읽는 동안
북노마드의 책들을 한 권 한 권 주문하기 시작했다.

본질, 여유, 미니멀, 분수를 알고, 비교하거나 자만하지 않고,
나다움으로 승부를 보길 원하는 자존심.
그래서 내가 추구하는 가치들과 닮아 있는 분.

천천히 오래 읽는 동안 내게 참 위안이 되었던 책이다.
프리랜서와 1인 기업가를 꿈꾸는 분들,
출판에 미래에 동참하고 싶은 분들에게도 1독을 권하고 싶다.

#좋아서혼자서 #윤동희 #달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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