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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하나로 충분한 마음, 슈베르트가 준 위안

fea. 슈베르트 음악에 부쳐 이언 보스트리지, 미샤 마이스키

by 해나책장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도 거리감을 느끼던 몇 주였다.

인간관계와 일에서도 성수기와 비수기가 있는데 지난 얼마간 나는 계속해서 비수기를 지나오지 않았나 싶다.

마음에 딱 맞는 위로와 바라는 만큼의 밀도의 공감을 받고 싶지만 그럴 땐 아무에게도 충족되지 않는다. 내가 지쳐있기 때문에.


그럴 땐 별 수 있나.

가만히 세상과 거리를 두고 혼자의 시간을 보낼 일이다.

그렇게 천천히 시간을 지나가는 동안 나의 마음에 딱 맞는 위로와 바라는 만큼의 밀도와 공감은 바로 슈베르트였다.

산책을 하면서도, 원고를 쓰면서도, 스토리보드 작업을 하면서도 청소를 하면서도 나는 슈베르트를 듣고 또 들었다.



'인생의 거친 수레바퀴에 끼어

내 오랫동안 힘겨워할 때

내 마음에게 온화한 사랑을 불붙이고

보다 아름다운 세상으로 나를 이끌어주는 예술이여.'


어떤 고독이 위로가 된다면 슈베르트의 음악에 부쳐(An die Musik)이 내겐 꼭 그랬다.

나는 슈베르트를 참 좋아하는데 그 중 미샤 마이스키의 첼로와 이언 보스트리지의 목소리로 부르는 슈베르트를 특히 좋아한다.

마음에 딱 맞는 위로를 주는 이가 한 동안 없어도 마음만큼 되어지지 않는 일들이 더디 흘러가도 이 노래만큼은 진실하게 나의 시간과 공간을 채우고 있었으니까.

그 잔잔하고 맑은 감사의 노래가 단단한 당부같아서 오늘은 하루종일 이 노래를 들었다.

좋아하는 미샤 마이스키와 이언 보스트리지의 목소리를 리스트 해놓고 반복해서 들으며 일을 하고 밥을 지어 먹고 하루를 보냈다.

일 욕심많고 창조적이었던 스무살의 슈베르트가 그의 벗 쇼버의 시에 곡을 붙인 노래.

겨울엔 슈베르트이지만, 겨울이 지나 봄이 오는 자락에도 슈베르트만한 위안이 내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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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 die Musik Op.88, No.4



너 사랑하는 예술이여

인생의 거친 수레바퀴에 끼어

내 오랫동안 힘겨워할 때

내 마음에게 온화한 사랑을 불붙이고

보다 아름다운 세상으로

나를 이끌어주었지

때때로 안타까운 탄식이

너의 하프에서 흘러나왔지

더 달콤하고 더 신성한 너의 화음이

더 나은 시간의 하늘을 나에게 열어주었지

너 사랑하는 예술이여

너에게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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