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나의 전시회 가는 길 ep.3
싸우는 여자들 역사가 되다
학고재
2021. 2. 17 -4. 3 (전시 종료)
윤석남 작가님은 1939년 만주에서 태어나 40세 불혹의 나이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셨다.
오랜 시간 동안 여성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며 작품 활동을 하셨다. 이번 전시도 여성 독립 운동가 14인의
대형 채색 초상화와 설치작 <붉은 방>으로 전시되었다.
이 전시를 위해 소설가 김이경과 윤석남 작가님은 몇 달간 협업하며 인물들을 선정하셨다.
김이경 선생님은 기록과 문헌을 바탕으로 14인의 독립투쟁을 소설 형식으로 풀어간다.
나는 이 전시회를 가기 전에 [싸우는 여자들 역사가 되다]라는 책을 먼저 읽고 갔다.
이 글을 바탕으로 윤석남 작가님이 인물들의 초상화를 제작한다.
이 14인은 강주룡, 권기옥, 김마리아, 김명시, 김 알렉산드라, 김옥련, 남자현, 박자혜, 박진홍, 박차정, 안경신, 이화림, 정정화, 정칠성이다. 대부분이 내겐 낯선 이름. 수많은 여성들이 독립운동을 했지만 오랫동안 잊히고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었다.
윤석남 작가님은 여성 독립운동가 14인의 얼굴과 독립운동의 방법을 알려주는 단서나 묘사들을 통해 각자의 정체성을 드러냈다.
작가님은 얼굴 중 특히 눈을 통해 내면의 기운이 전달된다고 생각해서 항상 생생하고 강렬한 눈의 묘사를 중요시 여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작가님의 표현의 강조점은 눈과 손이라고.
작가님은 제일 먼저 작은 사이즈로 얼굴 드로잉을 하고 인물의 특성을 파악한 뒤에야 원본 크기의 초본을 만들어 한지에 옮기고 채색으로 마무리한다고 한다.
이번 전시회에서도 얼굴 드로잉과 소형 초상이 대형 초상화와 나란히 전시되어 있어 초상화의 제작 과정을 동시에 볼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도 개성이 분명한 그림들을 보며 '이 책은 팔지 말고 소장해야겠다' 이런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실제로 전시회에서 보면 그림 속에 굉장히 압도하는 힘이 있었다.
초상화의 색감과 그림 속 인물들의 눈빛이 강렬하고 그림에서 느껴지는 단단한 터치를 보며
아마 작가가 가진 고유의 성정과 아우라가 그림 속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 생각했다.
윤석남 작가님은 앞으로 여성 독립운동가 100인의 초상을 완성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나는 이날 전시회 가서 작품을 보다가 거의 울 뻔했다. 김환기 선생님의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작품 이후로 그렇게 그림 자체가 주는 힘에 압도되어 눈물이 날 것 같은 감정은 참 오랜만이었다.
내가 간 날에 작가님도 뵙고 도록에 사인도 받아왔다.
실제로 보니까 압도하는 힘이 커서 너무 뭉클했다고 작가님께 말씀드렸다.
윤석남 작가님 작품들 너무 좋아서 앞으로도 계속 전시회 챙겨보지 않을까 싶다.
https://www.youtube.com/watch?v=OWc1R2JYbSM
@ 유튜브 해나책장 : 해나의 전시회 가는 길 ep.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