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성장하는 사람
성장하기 위해선 늘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이사 준비를 하고 있다.
이 집에서 5년 동안 살고, 집 근처 공유 오피스 작업실을 4년 동안 사용했다. 그동안 쌓인 짐들을 계속 정리 중인데 그 과정이 만만찮다.
특히나 어마어마하게 쌓인 책들. 계속 비워가며 정리 중이다.
문학과 예술을 좋아하고 브랜딩을 업으로 일하다 보니 문학책, 예술책, 마케팅과 브랜딩 관련 책들이 마구잡이로 뒤섞여 있다.
섞인 부분이 하나 더 있다.
나는 브랜딩과 글쓰기를 가르치는 교육자이면서 미디어 영상 홍보학을 전공 중인 학생이다. 국문학을 전공하고 브랜딩을 업으로 일하다가 현장에서 배운 것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싶어서 사이버 대학으로 학사편입을 했다. 생각보다 중간고사를 준비하는 과정이 만만치 않았다. 과제를 제출할 때 내 욕심이 자꾸 개입되었기 때문이다.
최근에 중간고사가 끝났다. 덕분에 지금까지의 과정을 잠시 멈춰서 다시 한번 되돌아보는 기회가 되었다.
나는 글쓰기를 가르치는 사람이고 기획자이다.
늘 자료 조사를 풍성히 하고 많은 데이터를 자기화한 다음에 구성하고 꺼내놓는 과정으로 일한다. 그렇게 일한 경력이 14년. 그러다 보니 욕심이 많아진다.
연차 값을 해야 하고, 돈 받는 값을 해야 하고, 눈만 자꾸 높아지는 나를 만족시킬 수 있어야 하고 등등.
이를테면 이런 욕심이다.
1. 상대방의 관심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2. 구체적이고 유용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3. 나의 인사이트를 잘 보여줘야 한다.
4. 이 모든 과정이 뻔하지 않고 문장이 매끄러워야 한다.
하다 보면 이런 것들을 충족시키고 싶어지고 그러다 보면 과하게 힘이 들어간다. 그러나 불특정 다수를 고려하며 만든 콘텐츠는 쉽고 명확할수록 전달력이 강해진다. 그런데 쉬우면 얕아지고 뻔해질까 봐 우려하는 마음이 생기기 마련인데 이게 종종 독이 된다. 그럴수록 결과물이 과하고 난해해지기 때문이다.
중간고사와 이사 준비는 그동안 정신없이 달려온 길을 멈추고 정리하는 계기가 되었다.
하나, 경험과 지식이 많아지는 게 오히려 독이 되기도 한다.
브랜딩을 가르치는 교육자가 아닌 미디어 영상 홍보학과 학생으로서 기본을 배우고 학습목표에 맞추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기획이나 글쓰기와 관련한 내용들은 이미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라 가볍게 생각했었는데 과제를 제출할 때 직업적인 욕심이 들어간다는 걸 알았다. 오래 현장에서 일했으니 누구보다 깊게, 남들과는 다르게 뭐 이런 욕망이랄까...
오히려 알고 있는 것들이 독이 되기도 한다. 하얀 백지에서 학과 과정에서 배운 것들만 담아서 다시 쌓아가는 과정이 필요했다.
그리고 글은 참 어렵다. 많이 공들일수록 좋은 글이 나와야 하는데, 때로는 공들인 것이 투머치 한 독이 되기도 한다. 무엇보다 대상에 대한 고려가 언제나, 늘, 앞으로도 영원히 중요하다.
둘, 준비는 성실하게, 글을 쓸 때는 힘을 빼고
기획과 자료조사 과정은 성실하고 방대하게 해야 한다. 하지만 한 편의 콘텐츠로 갈무리하는 과정에서는 힘을 빼야 한다. 모든 것을 다 보여주고 들려주고 싶은 욕심을 버리고 한 가지 주제에 집중해서 이야기해야 한다. 기억할 수 있는 사례는 한 두 가지로 충분하다. 준비는 성실하게, 글을 쓸 때는 힘을 빼고 열두 살 조카도 이해할 수 있게 쓰자. 힘을 빼고 쉽게, 그리고 간결하게.
중간고사도 끝나고 5년 동안 집을 가득 채운 책들을 정리하며 나의 머리와 마음도 깨끗하게 비워진 기분이다.
홈페이지도 리뉴얼하고, 기획과 방향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재정비하는 계기가 되었다. 유튜브에서 브랜딩 교육 채널 <해나의 깊이 있는 브랜딩>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름부터 바꾸기로 했다.
<해나의 성장하는 브랜딩>으로.
콘텐츠의 깊이는 계속해서 내가 추구해온 가치이다. 그것만이 포화된 시장에서 나를 고유하게 할 무기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이제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나는 성장하는 브랜딩을 연구하고 채워나갈 거다.
나는 '배우는 사람'이 되기로 한다. 배우는 것은 끊임없이 기초로 돌아가는 자세인 것 같다.
해나의 성장하는 브랜딩
성장하기 위해선 늘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걸 이젠 안다.
누구를 만나든, 어떤 얘기를 듣든, 아는 이야기든 처음 듣는 것이든 언제나 배우는 마음으로 하얀 도화지를 꺼내어 채워가듯 배워 가보자.
그렇게 계속 비우고, 채우고, 반복하며 성장해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