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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나책장 Jul 22. 2022

미루기의 천재들을 위한 콘텐츠 기획, 글쓰기 쉽게 하기

해나의 콘텐츠 기획 강의 ep.1

"저의 목표는 여름에 나시 원피스를 입는 거예요. 지금은 살이 쪄서 조금 부담스럽거든요."

"다이어트를 계속하고 계신 거예요? 아님 이제 하시는 거예요?"


생각지도 못한 질문을 받았다.

나는 2년째 다이어트에 대한 부담이 계속 있었고, 계속 다이어터로 살았지만 실패했다.

이유는 야근을 하는 날엔 밥심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관리를 하다가 야근을 며칠 하면 다시 체중이 복구되었고, 그러길 여러 번 반복하며 2년째 조금씩 체중이 더 늘었다.

나는 다이어트를 한 것도 아니고 안 한 것도 아닌 것이다.


저 질문이 왠지 굴욕적이었던 나는 그날 일기를 썼다.

"정체성은 생각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행동과 결과물로 나오는 것이다."

그래. 나는 이제 프로 다이어터가 되어 "3개월째 다이어트 중이고 5 킬로그램을 감량했어요."이렇게 구체적으로 말하는 사람이 되기로 한다. 이 결심은 미루지 않겠다.


비단 다이어트뿐만이 아니다.

문학, 미술, 브랜딩, 클래식 네 가지 카테고리의 콘텐츠를 쌓아가고 있는 나는 브랜딩 기획자이자 예술 애호가이다.

"얼마나 제대로 된 콘텐츠를 분야별로 쌓아왔나요?"

"브랜딩을 위해 어떤 구체적인 성과를 내었나요?"

라고 질문한다면 뭔가 말문이 막힌다.

문어발처럼 넓은 관심으로 풍부하고 즐겁게 살았으나 정제된 콘텐츠로 잘 쌓아가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또다시 일기를 썼다.

"정체성은 관심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콘텐츠가 쌓여있는 채널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래. 나는 이제 프로 브랜더가 되어 "4년째 문학, 예술, 브랜딩의 카테고리로 다양한 콘텐츠를 기획하는 콘텐츠 기획자입니다." 이렇게 구체적으로 말하는 사람이 되기로 한다. 이 결심은 미루지 않겠다.



미루기의 천재들. 야 너두? 야 나두!


4년째 북튜브를 운영하는 나는 정해진 시간에 유튜브를 업데이트하지 않는다. 아니, 하지 못한다.

매주 영상이 제작되지 않기(못하기) 때문이다. 이유는 내가 욕심이 많아서.

짜임새 있게 잘 꿰어낸 콘텐츠로 보석 같은 우리 구독자님들의 마음을 충만하게 하는 리뷰 영상을 제작하고 싶기 때문이다.

자꾸 완벽을 추구하다 보니 제작 과정 하나하나가 산티아고 순례길이다. 느려도 너무 느린 것..


자꾸 미루게 되는 이유는 각 잡고 본격적으로 해야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콘텐츠 기획자들은 4가지 유형으로 나눠지는 것 같다.


1. 부지런하지만 완벽을 추구한다.

2. 게으르지만 완벽을 추구한다.

3. 부지런하지만 완벽을 추구하지 않는다.

4. 게으르지만 완벽을 추구하지 않는다.


느낌 상 4번이 제일 행복하고 맘 편할 것 같지만 나는 1번 유형, 가장 눈물 나는 유형이다.

이런 사람들은 작업 책상으로 가기까지의 과정이 산티아고 순례길이다. 아니, 산티아고 순례길을 떠날 결심은 수십 번 하지만 가방 싸서 떠나기까지 3년 정도 걸리는 사람이다.

콘텐츠 기획을 할 때 우리가 롤모델로 삼아야 할 사람은 3번, 부지런하지만 완벽을 추구하지 않는 유형이다.


자, 그럼 우리 부지런하지만 완벽을 추구하지 않는 콘텐츠 기획자가 되어 보자.


아이디어와 콘텐츠화는 다르다, 그러니 즉시 실행!


회사 다닐 때 영향력을 미치고 싶어 하는 언니들이 있었다.

대체로 이런 언니들은 성과에 예민했는데 내가 무언가 기획하고 있을 때 아이디어를 빼앗아 가거나, 내가 먼저 던져둔 화두를 정리하듯 말하며 자신의 아이디어로 내 기획이 완성된 것처럼 못 박는 것이다.

영향력을 끼치고 싶어 하니 이 언니들을 인플루언서 언니라 부르자.

그런데 대체로 인플루언서 언니들은 아이디어만 많고 실제로 결과물을 본인들이 만들지 않았다.

그냥 입으로 산티아고 순례길을 횡단하고 오는 사람들이다. (인플루언서 언니들은 대체로 박식하다)

콘텐츠 기획자들은 공감하겠지만 아이디어가 실제 기획을 거쳐서 콘텐츠가 될 때까지는 여러 세부 사항들과 변수를 겪게 된다. 짜임새 있는 결과물로 꿰어내기까지 많은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혹시 내가 인플루언서 언니라면 실제로 얼마나 콘텐츠화시켰는지 리스트업을 해보자. 어쩌면 아이디어만 쏟아내면서 능력자라고 자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콘텐츠는 아이디어가 아닌 결과물로 말하는 것이다. 그러니 즉시 실행할 것!


콘텐츠화할 때 명심할 네 가지


부지런하지만 완벽을 추구하는 자매님, 형제님들. 아이디어를 콘텐츠화할 때 네 가지를 명심하면 글쓰기와 콘텐츠 기획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하나, 쉽게 할 것


작업 분량이나 주제, 작업 과정을 쉽게 구성한다.

나는 북튜브에 아니 에르노와 뒤라스를 소개하는 콘텐츠를 각각 기획한 적이 있는데 둘 다 결과물을 만드는 데 각각 한 달씩 걸렸다. 그러는 동안 '아, 빨리 영상 올려야 하는데..' 하는 부담감 속에 살았다.

아니 에르노, 뒤라스 씩이나 되는 거물들이라 대충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가 너무 좋아하거든요) 단순히 읽은 책을 소개하는 걸 넘어서 이 작가들의 콘텍스트를 소개하고 싶었다. 그러다 보니 작가에 대해 내가 충분히 소화했다고 생각할 때까지 작품들을 여러 번 읽고 자료 조사들을 했다. 이렇게 준비하는 과정도 길었고, 또 내용이 너무 방대하니 깔끔하게 정리해내려는 게 너무 힘들더라. 결과물은 고생한 만큼 만족스러워서 지금도 내가 아끼는 콘텐츠들이긴 하다. (자주 느끼지만 개인적으로 너무 좋았던 것들을 말할 때 욕심이 들어간다. 내가 받은 충격, 울림, 벅참 등을 고스란히 전달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리고 투 머치로 흘러가지.. 흠흠..)

그런데 하나하나를 이렇게 준비하면 일 년에 다섯 편도 못할 거다. 꾸준히 지속 가능한 글쓰기나 콘텐츠 기획을 하려면 쉬워야 한다. 내가 기획하고 자료 조사를 하는 과정이 어느 정도 편안한 주제들을 선별하는 게 좋다. 주제가 조금 난이도가 있다면 전부 담겠다는 욕심은 버리고 가장 포기할 수 없는 메시지들에 집중해서 한 놈, 많으면 세 놈만 패자.


그리고 내가 쉽게 이야기해야 독자도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니 내가 충분히 소화할 수 있고 재미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쉽게 만들자.


둘, 메시지가 선명할 것


아이디어가 콘텐츠가 되려면 세 가지가 필요하다.


#대상 #목적 #메시지


대상은 가능한 세부적으로 구체화하고, 이 콘텐츠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한다. 여기에 맞춰 어떤 메시지를 주고 싶은지가 선명해야 한다.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선명해야 독자의 머릿속에 그림을 그려줄 수 있고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다.

쉬운 주제를 선택했다면, 그다음으로 노트나 컴퓨터 메모장을 꺼내서 대상, 목적, 메시지를 각각 써 보자.

이때는 생각만 하지 말고 실제로 '대상:" "목적:" "메시지:" 이 단어들부터 직접 쓰는 거다.


셋,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가장 좋은 콸러티를 만들 것


직장 다닐 대 기획자라는 직업을 월급 받으며 시작해서인지 돈값은 해야 한다는 생각이 무척 강했다. 그래서 가능한 한 정성을 들여 최대의 콸러티를 만들려고 노력했다. 그러다 보니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정성을 다하는 게 디폴트 값이 되었다. 기획하고 제작에 들어갈 때 작은 일에도 정성을 쏟는 (중용 차곡) 업무 습관은 직장 다니며 내가 잘한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작은 디테일은 한 끗발 차이인데 여기서 콸러티가 많이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여기서의 방점은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이다. 앞에서는 쉽게 하라고 말해놓고, 여기서는 최선을 다하라고 하다니. 언행불일치 같지만 이 기준을 가지지 않으면 콘텐츠가 얕아진다. 보석 같은 구독자님들은 나에게 신뢰라는 마음을 주고, 시간도 주고, 응원도 해 주는 고맙고 소중한 분들이다. 그런 분들에게 대충 만든 조잡한 콘텐츠를 박리다매로 뿌려대는 건 너무 죄송하지 않은가.

일단 작업을 시작했다면 최대한 정성을 다해서 구성하고 고민하고 이야기를 꿰어내자.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정성이 들어가야 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여기서의 전제는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한다이다. 영끌하라는 말이 아닌 것이다.


넷, 힘을 빼고 할 것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과하면 속도가 안 난다. 그리고 힘이 들어가서 이것저것 욕심부리게 되고 메시지가 흐려진다. 내가 진행하는 <해나의 브랜딩 글쓰기 수업>을 수강하는 분들도 대체로 과제를 해 오는 속도가 느린 편이다. 그건 완벽하게 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어서 그렇다.

정성을 다하되 힘은 빼고 하자. 그건 메시지에 집중하는 것이다.

메시지를 선명하게 전달하기 위해서 어떻게 구성하고 글을 쓸까 고민하며 계속 읽는 대상에 대해 생각하면서 힘을 빼고 글을 쓴다.


콘텐츠화할 때 명심할 네 가지를 정리하자면


하나, 쉽게 할 것

둘, 메시지가 선명할 것

셋,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가장 좋은 콸러티를 만들 것

넷, 힘을 빼고 할 것



미루지 않고 콘텐츠화하는 법


나는 잘하고 싶은 욕심이 앞서 자꾸 작업이 느려지거나 부담이 될 때는 두 가지만 생각한다.


첫째, 기록을 쌓아가는 데 의의를 두자

둘째, 메시지에 집중하자


미루지 않고 콘텐츠화하는 빠른 방법은 "기록을 쌓아가는 데 의의를 두는 것"이다.

짜임새 있고, 완벽한 결과물을 매번 만들어 모두를 만족시키겠다고 생각하면 되게 부담스럽다. 그렇게 부담감이 몰려올 때는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제1의 독자인 미래의 나를 위한 기록을 쌓아가는 거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진다. 그리고 뭔가 기-승-전-결이 완벽한 결과물을 만들기가 부담스럽다면 그냥 내가 꼭 전하고 싶은 메시지에 집중해서 간단하게 정리한다는 생각으로 기록해보자. 그렇게라도 해서 완성된 콘텐츠가 있는 것과 결과물 없이 생각만 많이 하다 흘려버리는 건 정말 다르다.


학업을 다시 시작하며 시간이 부족해 유튜브가 멈춰있었다. 한 번 멈추니 다시 시작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다시 시작한 후에도 하나하나 잘하고 싶은 생각에 작업 속도가 더디었다. 중단 없이 계속 결과물을 만들어야 독자의 피드백을 받으며 성장해갈 수 있다. 그리고 매일 지속되는 반복 속에 나의 내면도, 작업 실력도 성장한다. 나는 시작하기까지 시간이 걸리고 부담이 심해질 때는 너무 큰 욕심을 버리고 기록을 쌓아가는데만 의의를 두기로, 그리고 시작한 후에 작업이 발열이 되었으면 가능한 한 정성을 다하는 전략으로 작업을 하나하나 이어가고 있다. 마음을 담고, 정성을 쏟고, 과정을 즐기면서.

문보영 시인은 <준최선의 롱런>에서 삶의 주도권이 자신이 사랑하는 문학과 시에만 있을 때 삶이 위태로워 다른 존재에게 주도권을 분배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녀는 음악, 그림, 친구, 춤, 영상, 일기에 에너지를 분산하고 러닝머신을 타는 것처럼 매일 일기를 쓰듯 작업들을 이어갔다. 나는 무언가를 미루지 않고 콘텐츠화하는 팁이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각 잡고 최선을 다하는 게 아니라 준최선으로 꾸준히 지속하는 것. 그리고 차곡차곡 쌓은 결과물로 나의 정체성을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MrUUE5y_ox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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