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햇살이 비췰 때 벼 위에 맺힌 이슬을 본 적 있어요? 그 물방울이 꼭 이렇게 생겼어요. 40년 전에 그의 그림을 선물 받았어요. 떠날 날이 다가올수록 그림에 가득한 물방울을 보며 갈 길은 바쁜데 할 일이 많아 마음 분주하게 저렇게 쏟아냈구나 싶어 볼 때마다 눈물이 나요."
김창열 화백의 그림을 보러 부산에서 오신 할머니가 해주셨던 이야기. 말씀하시면서도 우셨다. (들으면서 나도 눈가 촉촉) 사진 찍어 달라고 하신 게 인연이 되어, 부지런히 여러 장을 여러 각도로 찍어드리고, 할머니의 이야기가 특별해 내 핸드폰에도 할머니를 담았다.
좋은 그림을 세상에 소개하는 사람이 되는 것은 나의 숙원사업이다. 예술시장은 여러 형태로 커왔지만 순수하게 그림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그 고유함을 밀도 있게 전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르고 싶어 나 역시 갈 길이 멀다.
그리고 이 날은 나의 미래 모습이 보였다. 그림 좋아서 여전히 전시장을 산책하고 있을 여든 살의 나와 나를 닮은 공간(J편집장님은 공간을 구현해야 할 순간이 반드시 온다고 하셨다). 세월만큼 깊어진 안목과 겸손하고 정갈한 태도를 옷 입은 나의 작업 동반자들. 어제의 갤러리는 그런 미래를 그리게 되는 장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