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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꿈꾸고, 사랑을 잃고, 사랑을 완성한다.

드보르자크 오페라 <루살카>

by 해나책장

"젊은 날의 나의 청춘도
즐거웠던 나의 형제들도 모두 다 사라졌다.
나는 다시 옛날로 돌아가고 싶지만,
돌아갈 수도, 죽을 수도 없다.
이제 나에게 남은 것은 절망뿐이다."

_<루살카> 빼앗겨 버린 청춘이여 중

오페라 <루살카>에서 사랑을 잃은 루살카는 <빼앗겨 버린 나의 청춘이여>를 부른다. 사랑이 그녀에게 왔을 때 자신의 전부를 버릴 만큼 사랑의 기대가 가득했던 그녀는, 사랑이 이루어진 후 사랑하는 연인에게 버림받는다. 사랑만을 원했던 그녀는 사랑 이후에 꾸려갈 지속성에 대한 지혜가 없었다. 바라던 사랑이 이루어졌지만 사랑이 나의 안식처가 되지 못할 때 그녀는 사랑에 버림받고 돌아갈 곳이 없었다.

<루살카>는 3막으로 이루어지지만 사랑이 길을 열 때 두 개의 온도로 나누어진다. 사랑이 이루어지길 바라며 사랑 하나를 향해 달려가는 여정, 그리고 사랑에 버림받은 후 루살카가 진정한 자기 자신이 되어가는 과정이다.

사랑만이 전부였던 루살카는 사랑의 세계에 대한 달콤하고 충만한 기대감으로 사랑을 향해 모든 걸 던진다. 그때의 그녀의 기대 속에 '사랑은 고통'이라는 사랑의 이면이 없었다. 경험하지 못했기에 모르던 세상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사랑이 고통이 된 절망의 세계에서, 그녀는 다시 한번 사랑을 선택한다.

사랑이 욕망과 열정의 다른 이름이기에 이 이야기가 흘러감에도, 루살카의 선택은 사랑이 욕망이나 열정을 뛰어넘는 단 하나의 진실 '우리의 사랑이 존재했었다'는 것을, 기대했던 것과 결과가 달라도, 열정이 식어 나를 향해 지속되는 감정이 소멸되어도, 사랑이 고통인걸 알면서도 다시 한번 사랑을 선택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나는 <루살카>를 보며 사랑의 한 생애를 보았고, 진정한 자기 자신이 되어가는 한 여인의 선택을 보았다. 숲 속 호숫가에서 루살카는 경험해보지 않은 사랑에 대한 기대가 가득하여 지금까지의 자신의 삶을 버리고 사랑을 선택한다.
사랑에 배반당하고 다시 숲 속 호숫가로 돌아온 루살카는 또 한 번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그녀는 기대했던 결과가 기다리지 않아도, 자신의 마음의 울림을 따라 또 한 번 사랑을 선택한다. 꿈과 환상의 이상에서, 진정한 자기 자신으로서의 사랑을 쟁취한 것이다.

이 이야기가 내 마음에 울렸다.
김영하 작가의 소설 「아이를 찾습니다」(김영하 소설집 『오직 두 사람』 수록_2017년 문학동네에서 출간)에서 '기대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것이 결승점에서 기다리고 있을 때, 그것은 누구의 잘못일까?'라고 묻는다. 누구의 잘못일까? 그리고 그 선택은 잘못된 걸까?
루살카는 기대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결과가 결승점에서 기다리고 있어도, 주체적인 진심으로 '사랑'을 선택한다.

오페라 <루살카>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의 <안데르센 동화집> 중 <인어 아가씨>와 작가 카렐 에르벤의 <슬라브 신화와 전설집>과 같은 체코의 여류 작가인 보제나 넴초바의 <슬라브 동화와 전설>을 바탕으로 제작된 수작이다. 이 오페라는 1901년 3월 31일 프라하에서 국립 극장에서 초연되었다.
3막으로 구성된 극 속에는 인간의 욕망과 사랑, 배신과 희생, 용서와 화해가 담겨 있다.

사랑을 잃고 돌아갈 곳이 없는 곳에서 루살카는 '그럼에도' 다시 한번 사랑을 선택한다. 처음 사랑에 눈을 뜬 그녀는 인간 세계의 경쟁과 욕망, 열정의 변덕스러운 속성을 알지 못한 채 자신의 모든 걸 버리고 사랑을 선택한다. 목소리를 잃고 인간이 된 그녀가, 열정으로 가득 차 사랑이 짧았던 왕자에게 버림받고 모든 걸 잃었을 때, 그녀는 그럼에도 다시 한번 사랑을 선택한다.
드보르자크가 <루살카>에서 질문하는 것은 '루살카의 선택이 현명하고 지혜로웠는가'가 아니다. 그는 이 사랑의 여정을 통해 진정한 인간으로 성장해 가는 주체적인 한 여인의 진실함을 그려낸다.

오페라 <루살카>의 결말은 연출자의 해석에 따라 다르게 그려진다. 그 속에서 루살카는 '구원' 받는다.

그 마지막 장면에서 나는 루살카의 <빼앗겨 버린 청춘이여>를 떠올린다.

"젊은 날의 나의 청춘도
즐거웠던 나의 형제들도 모두 다 사라졌다.
나는 다시 옛날로 돌아가고 싶지만,
돌아갈 수도, 죽을 수도 없다.
이제 나에게 남은 것은 절망뿐이다."

그럼에도, 나는 사랑의 진실이 '존재했었다'는 단어 속에 있다고, 그녀의 선택이 진정한 사랑의 원형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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