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만 놓고 본다면 완벽, 그러나

Dancing with monsters 3

by Dolphin knows

Sci-fi라면 소설이고 영화고 절대 놓치지 않는 한 줌도 안 되는 그쪽 팬 1이다. 사람마다 호불호는 좀 있지만 적어도 비주얼 하나만큼은 기막히게 뽑아내는 '리들리 스콧'옹. 난 이 분이 정말 장수하시길 바란다. 동생 '토니 스콧'처럼 일찍 간다면 이 분이 낼 창작물이 줄어들 거 같아서 맘이 좀 그렇다.


초등학교 때 처음 본 '에일리언'시리즈는 내게는 그야말로 센세이션이었다.

영화에서 나오는 완벽한 생물이라는 말이 그 어린 나이에 납득됐다.

이유 없는 재난이라는 문구를 생명체로 바꾸면 딱 이 에일리언 A.K.A 제노모프 였다.

이 검고 매끈하며 매우 강한 친구는 자신의 '생존'에 대해서만큼은 진심이었다. 지금까지 봤던 SF소설에 나온 수많은 외계인들처럼 어설픈 커뮤니케이션 따윈 안 하고 거침없이 방해자들을 들이받았다.

화염방사기를 제외하곤 어떤 무기로도 이런 생물을 죽일 수가 없었다. 이들의 '생존 욕망'을 막을 인간은 없어 보였다. 우주 최강의 생존자 '리플리', 역시 내 소녀시절의 워너비이자 로망이었던 사람이 등장하기 전 까진 말이다.


적에게만큼은 악몽 같은, 떠올리기만 해도 피하고 싶은 존재가 되고 싶은
소녀시절의 로망 때문이었는지
나는 이 생존에 최적화된 제노모프에게 사로잡혔다
그 제노모프를 골로 보낸
최강의 생존자 리플리, 시고니 위버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무엇보다 신기한 건 이 제노모프의 탄생이었다.

알에서 깨어나 인간에게 전염되어 그게 남자든 여자든 동물이든 상관없이 숙주를 만든다. 배아가 자라는덴 인간처럼 오랜 기간이 필요없다. 극도로 효율적이다. 그렇게 배를 뚫고 거침없이 태어나 몇 번의 변태를 겪고 최강의 생물로 최종성장을 마친다.

눈여겨 봤던 건 어떤 생물을 숙주로 삼든 그 생물의 특성을 흡수해서 끔찍하게 강해지는 특성이었다.

충분히 공포스럽고 역겨움도 조금, 사실 많이 일으킨다.


이 에일리언 시리즈는 제임스 카메론, 데이비드 핀쳐, 장 피에르 주네를 거쳐서 새롭게 변주됐는데 사실 이 시리즈는 제노모프와 리플리라는 매혹적인 히어로와 안티 히어로의 사골을 끓이고 끓여서 맛이 다 빠진 상태라 별 흥미를 못 느꼈다. 의리로 봤다. 정말 의리로.

다시 리들리 스콧이 메가폰을 잡고 프리퀄을 만든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내적으로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무려 나는 엄마를 데리고 극장에 가서 '프로메테우스'를 봤는데 엄마가 하시는 말씀


주꾸미다 주꾸미.



엘리자베스 쇼 박사가 극혐 했던 2세 트릴로 바이트. 울 엄마는 이걸 보고 주꾸미... 를 떠올리셨다.


여러 이유로 불만과 분노가 많았던 고등학교 시절, 나는 내가 그 제노모프가 되고 싶었는데 반대로 그 제노모프가 내 주위에 이미 득실대고 있었다.

자신의 욕망에 따라 때론 교사로 때론 여고 주변에 있는 바바리 맨으로, 길거리 추행범으로...

그 어린 나이에 당했던 성희롱과 추행을 생각하면 그냥 쓴맛만 난다. 한 때는 세상은 살아갈 가치가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냥 자기의 욕망만이 살아있고 기본적인 프로토콜 따위는 지키려 들지 않았다.

반대의 입장에서 처음 생각해봤다. 내가 제노모프가 아니라 그 어디서 발생됐는지 모를 제노모프가 여기저기 날뛰고 있는데 이걸 쉽게 처리할 수도 없는 처지 말이다.

그들은 나에게, 또 내 또래 여자들에게 악몽 같은 존재였다. 닿기도 싫은 혐오스러운 존재였다.

나는 같은 재단의 고등학교로 진학했다. 공부에 대한 부담은 중학교 때보단 심각했지만, 여느 한국아이들 답게 적응을 했다. 그나마 그 딱딱한 고등학교를 견딜 수 있었던 건 같이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 때문이었다. 그 동네 아이들이 순했는지 혹은 뭐 특별하게 좋은 애들이 가려 뽑혔는지 일진이고 나발이고 없었다. 예를 들면 아이들이 '생각'이라는 걸 하고 '말'을 했다. 서로 좀 다퉜어도 말로 잘 해결할 수 있고. 여중 여고에 다니며 난 조금씩 초등학교 때 당했던 집단폭력의 상처를 나도 모르게 치유받고 있었다.

그런데 항상 문제는 교사들이었다. 나는 아직도 궁금하다. 도대체 그 낡고 오래된 동네의 교사들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혹시 공기에 나쁜 교사가 되는 독가스라도 풀었는지 궁금하다. 아직도 그 의문이 풀리진 않았다. 물론 소수의 괜찮은 교사들이 있었다.

특히, 내가 고등학교 3학년 때 학교를 그만두신 여선생님이 있었다. 조용하지만 쿨한 성격에 수업을 정말 잘하셨던 지구과학 선생님. 그리고 촌지 같은 건 바라지도 않고 꽤 인격적이었던 고2 담임 선생님. 그 분은 한 아이를 둔 엄마였고 뭔가 같이있음 맘이 안정됐다. 그렇다 그 두 여자 선생님과 몇 분 빼곤 상태가 좀 심각했다.


특히, 성추행을 일삼았던 몇몇 교사들
그리고 기분내키는 대로 폭언과 인격모욕을 일삼고 심지어 오전에
"아 기분도 더러운데 애들이나 팰까"라고 했던 교사들

일단 우리 앞에서 교감파와 교장파가 서로를 물어뜯었고, 수업시간에 진짜 입에 담지도 못할 더러운 이야기를 문학을 비유하며 했던 인간. 시험을 보는 학생에게 자기의 성기를 비벼 결국 스쿨 미투도 없었던 그 시절에 학교에서 잘린 그 유명짜했던 '국어교사'

나는 졸업하고물건이 징계받았다는 이야길 들었을 때 놀라지도 않았다. 그럴만 했다. 아이들에게 자기 원고를 밤새 타이프시키곤 입을 씻는다든지 정성을 보이지 않으면 입시에 필요한 시상 기회를 '자신에게 도움을 줄 아이'에게 돌린다든지. 평소에 기분 나쁘면 갑자기 수업 안 하고 나가버리고, 그 착한 반장과 부반장이 가서 그 사람에게 선물 주며 싹싹 빌 때까진 수업에 안 들어오는 등 별 짓을 다했던 거다. 수업시간에 그 인간이 했던 더러운 이야기는 이 지면에 치기도 싫을 정도다. 나뿐이었을까. 그러나 아이들은 힘이 없었다.


어떤 이혼한 남자 영어교사, 우리 또래의 딸이 있다던 그 남자는
일부러 여자아이들 많이 지나치는 곳에 끼고는 일부러 눈을 감고 몸을 비비며 다녔다. 나는 내가 예민한 줄 알았다. 그러나 알 아이들은 다 알았다.
욕망을 숨길 필요도 없었다. 그곳은 그들의 사냥터였을까?
아니면 마음껏 고개를 들이밀어도 되는 사료통이었을까?
적어도 하나는 알겠다. 우리는 그들에게 사람이 아니었다.


성추행과 희롱은 일부였다. 지금의 학교라면 통하지 않았겠지만 당시에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말을 잘도 이용해서 아이들에게 스트레스를 풀던 50대 아저씨 영어교사도 기억난다.

여러 번 말하지만 일진이 없는 학교였다. 그런데 영어시간에 한 명에게 시범적으로 뭔갈 물어보고 틀리면 그 아이를 본보기로 심하게 폭행했다. 그걸 보고 어떤 애는 울고 수업이 끝나자마자 그 아이에게 달려가 애들이 위로하곤 했다.

처음엔 기 잡느라 그랬고, 종종 쪽지시험을 보면서 그렇게 했는데 소심하고 남에게 별 관심 없던 나도 그 부분이 맘에 안 들었는지, 어느 날 폰트 6 크기의 손가락 한 마디만 한 커닝 페이퍼를 만들었다. 어차피 진짜 시험 점수에 포함되는 것도 아니니 다음 쪽지시험에 나올 부분을 프린트해서 애들에게 나눠줬다


"너네 절대로 맞지 마"

그게 내가 표현할 수 있는 최대한의 분노였다. 소심해서 그것밖엔 못했다.

나중에 들은 바로는 그 교사는 졸업식 때 절대 차를 갖고 오지 못한다고 했다. 애들이 분노를 참고 참았다가 졸업식날 그 교사의 차를 다 긁어놓는다고 말이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777081


용화여고 스쿨미투를 일으킨 가해 교사가 유죄 확정되기까지 아이들은 또 졸업생들은 얼마나 지난한 과정을 겪어야 했을까?

아이들의 눈물을 보고 때론 닦아주고 나도 울었던 시간들이 오버랩됐다.

교사만 그럴까? 아니었다. 직장상사 동료, 지인 그리고 그 수많은 모르는 사람들이 그랬다. 심지어 성직자도 그랬고...형태는 달라도 행태는 같았다.

다양한 생물을 숙주삼아 태어난 제노모프. 그 모습은 달라도 하는 짓은 같은 것처럼.

'무언가' 그 생존욕망만큼 강력한 것에 사로잡히면

뇌의 도파민 체계에 문제가 생긴 사람처럼

앞 뒤 생각 안 하고 미친 짓을 해대는 괴물로 변한다.


생존만 보면, 욕망의 충실도로만 보면 그들은 완벽하다.

거칠 것이 없으니 행동하는 것도 그 부분에 있어 잔머리를 굴리는 것도 대단하다.

그러나, 그들은 영원히 환영받을 수 없다. 특히 생각이란 걸 하고 미래에 대한 감각과 이성이 있는

사람의 세상에선 말이다.

리플리 같은 사람이 살기 위해서라도 그들은 굳이 이 지구에 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생존만을 생각하는 세포는 '암'일 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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