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다, 개념. 안드로메다 탈출기!

어쩌다 보니 프레젠터 3

by Dolphin knows


일단은 지금은 신화로 남은 전설의 걸그룹, 무키무키만만수의 데뷔 타이틀곡을 먼저 들으셔야겠다.

지금부터 할 이야기 주제인 '개념'이란 걸 소환하는 의식에 꼭 필요한 매개체다.

https://youtu.be/TMtb6kDvFT8

한예종 동기였던 무키와 만수 그리고 이 그룹 리더였던 비인간 악기형 멤버인 '구장구장'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네이버 국어사전에서는 개념에 대한 정의를 이렇게 내리고 있다.


1. 어떤 사물이나 현상에 대한 일반적인 지식. 정보화라는 개념을 이해하다

2. 사회 과학 분야에서, 구체적인 사회적 사실들에서 귀납하여 일반화한 추상적인 사람들의 생각. 예를 들어 사람들이 많이 시청하는 프로그램을 재미있는 프로그램이라고 할 때, ‘재미있는 프로그램’이라는 개념이 생기게 된다.

3. 철학 여러 관념 속에서 공통된 요소를 뽑아내어 종합하여서 얻은 하나의 보편적인 관념. 언어로 표현되며, 일반적으로 판단에 의하여 얻어지는 것이나 판단을 성립시키기도 한다.


우리 은하와 제일 가까운 큰 은하, 안드로메다! 사람들이 보낸 개념들이 모여 찬란하게 빛난다고 한다



개념이 생기려면 일단 뭔가를 알아야 한다. 그리고 안 것을 정의를 내려야 한다. 그리고 그 정의를 내린 것을 공유한다. 그렇게 해서 개념은 탄생한다.


다양한 공공기관 기업의 PT를 기획했는데, 각 PT마다 주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었다.

거칠게 가르자면 두 가지 정도 '이 프로젝트(혹은 제품, 정책 등)는 이렇게 당신에게 도움을 줍니다.'

혹은 '이 프로젝트는 이런 이유 때문에 꼭 시행돼야 합니다.'

정도. 이게 바탕이 되어야 원하는 걸 말할 수 있다. 우리에게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혹 관심을 가져달라 무엇보다 사라! 해라! 해달라!

PT에서 주는 정보와 개념을 이해해야 PT를 보는 사람들이 이해하고 행동할 수 있다.


모 제약회사 피티를 만들며 처음 접한 오픈 이노베이션 개념도, 이후 이 친구와 자주 만났다.


위의 저 오픈 이노베이션이라는 개념도를 처음 접한 건 한 제약회사의 프로젝트를 맡았을 즈음이었다. 지금에야 여기저기서 많이 쓰는 개념도이지만, 그때는 낯설고 신선했다.

프로젝트는 그랬다.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어내는 과정인 저 오픈 이노베이션 개념도를 더 실감 나게 만들어달라는 주문과, 저 개념을 장표에 잘 녹여서 보여줄 것.


혁신적인 또라이를 발견한 불한당의 한재호님

즈이 회사는 이렇게 '혁신적인 또라이인 방법으로 아이디어를 모아' 멋진 제품을 만듭니다아아아아아!



개념도를 그리기 위해서는 사람들에게 어떤 물건이나 기호가 어떻게 인식되는가를 생각해야 했다. 이때 그동안 읽은 책과 기사, 뉴스가 도움이 된다.
저 오픈 이노베이션 개념도에서 사람들의 아이디어는 동그랗게 그리고 그걸 모은다는 의미를 '깔때기'로 그리고 목표는 사격 타깃 모양의 도해로 풀어냈다. 그리고 저 깔때기에 뚫린 동그란 구멍은 아이디어가 왔다 갔다 함을 나타낸다.


우리에게 일을 맡기시는 분들이 저렇게 다 소스를 가지고 있진 않았다. 대부분의 PT기획자가 고객사가 주는 다양한 자료와 정보들을 1차로 읽고 2차로 맥을 추출하고 마지막으로 사람들이 딱 보면 알만한 도해와 텍스트를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한다.


당시 모 대학 교수를 겸임했던 대표님이 내가 처음 입사했을 때 파워포인트의 개념을 설명해 주신 적이 있다. 파워포인트는 네 개의 점. 즉 사진을 찍을 때 초점을 맞추는 가운데의 네 개의 점이라고 한다. 주목도! 가 필요하다는 거다. 그 말씀에서 파워포인트의 목표는 어떤 메시지를 주목하게 만들도록 하는 도구라는 결론이 나왔다.

그리고 계속 강조하신 것. 설득은 과정이고 납득! 이 목표라고


납득을 일으키는 자, 천하를 얻을 것이다!


아무리 인디자인까지 써서 깔끔하게 디자인 테마를 잡고, 내용도 읽을 만한 PT자료라고 하더라도.

그냥 텍스만 죽죽 있는 건 전달력이 좋지 않다. 전달력이 좋지 않으니 납득을 하려면 정말 프레젠터의 역량(+단정한 외모도 어느 정도 작용한다는 것을 부인 못하겠다)이 어마무시하거나 시안이 있다면 시안이 끝내주거나, 아니면 회사의 네임 벨류 그 외 어른의 사정 블라블라가 있어야 한다.

뭐 근데 이도 저도 없이 만만하다면 설사 그 텍스트가 한 페이지에 세 줄 정도밖에 안 그려있어도 그걸 읽는 데 지친다. 심사의원들은 이러려고 이 시간, 이 자리에 앉아있나 자괴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일단 종이가 아니고 화면이니까. 안 그래도 읽을 자료가 산더미인데, 텍스트를 굳이 프로젝터로 읽으려고 들까?

내가 생각해도 그건 좀 아니었다.


그래서 고객사가 건네는 초기 자료를 받을 때마다 골머리를 앓았다. 그리고 참 꾸준하게 내가 스스로 씹어먹어 내 것으로 만들지 않고 그냥 안드로메다로 툭하면 퀵 배달해 버렸던. 개념들을 소환하고 쪼아 만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시간만 나면 온 인터넷을 뒤져 '도해 예시'를 보고 또 보고 했다.


그걸로 끝났겠는가. 계속 그렸다. 파워포인트로. 첫 글에도 말했듯이 나는 주입식 교육환경에서 노트 베껴쓰기, 깜지 쓰기로 단련된 100% 한국인이었다. 대학 때부터 동아리 문서 편집을 다양한 도구로 해왔기에 별 문제가 없었다.

또한 요즘 대학생들만큼이야 힘들진 않지만(진짜 가끔 어린 친구들이랑 이야기하면 눈물 난다. 요즘 애들이 우리 때보다 밥도 잘 못 먹고, 심지어 굶고 잠도 못 자고 특히 주거환경 경제환경 개떡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무지게 살아내고 있는 그들에게 존경을 보낸다), 대학시절 여러 가지 어른의 사정으로 등록금이나 용돈을 직접 벌어 써야 했던 나는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다.

그때 친구에게 배웠던 것이 어도비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 그리고 매킨토시 특히 쿽! 참 좋았던 게 이 것을 쓰는 알바는 다른 일과 병행할 수 있어서 시간활용도가 높았고. 나는 이 툴로 인해 알바를 세 탕 뛰어서 휴학하는 1년 동안 등록금과 용돈을 벌어 쓸 수 있었다.

거기서 자주 접했던 온갖 도형들. 특히 디자인 적인 아이디어들.

그리고 무엇보다 쿽의 단축키가 파워포인트에서 꽤 먹어서 도움을 받았다. 그리고 이것은 나중에 인디자인 툴을 익히고 이 툴로 제안서 작업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사실 우리는 이 도해가 그리 낯설진 않다. 수많은 교과서에서 이미 도해들을 많이 봤고.

1962년 국제표준화기구(ISO)에서 정의 / 출처 : https://ilovebulk.tistory.com/103


이런 것도 본 사람이 있을 것이다. 이것도 하나하나가 개념이다. 이 기호를 조합해 하나의 프로그램의 논리구조를 만드는 거다.

출처 : 마이크로소프트 '기본 순서도 만들기'


개념화-논리화-설득-납득, 이게 적어도 망하지 않을 PT의 4 원소라 생각한다.


또한 계속 초기 데이터와 문서를 보다가 머리가 멍할 때 이런 도해 저런 도해를 그리고 지우고 하다 보면 문자의 안드로메다에서 탈출해 다시 제정신을 차리기도 했다.

솔직히 가장 권하는 건 종이에 뭔가를 해보는 거다.

일단 몇 줄 정리를 해보고 (자세하게 하면 오히려 집중력을 해친다. 간단하게만)

직접 도해를 그려라. 잘 못 그려도 좋으니까 그 모눈이 그려져 있는 노트 하나 사서 쭉 그려보는 것도 좋다.

여하튼 이래서 다양한 고객사의 다양한 PT 과제들을 해결할 수 있었다.

기존의 도해만 사용할 필요는 없다. 액자, 자, 가위, 자전거, 태양 자기 맘대로 도해의 개념을 잘 해석해서 그림처럼 화면에 그려낼 수도 있다.

다만 팁이라면 디자인 2차 가공이 들어가고 디자인팀에게 넘겨줘야 한다면, 그 내용을 잘 이해시키고 디자인화 했을 때 최적의 효과를 낼 수 있는 부분까지 고민하면 좋다. 사실 디자인 툴을 혼자 잘 다룰 수 있다면 기존에 잘 된 디자인들을 참고해 자신이 한 번에 다 해버리는 게 편하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후자가 더 좋다. 내향인이 원래 그렇다던데...



내가 크게 도움을 받은 사이트, 지금도 참고하고 있는 사이트는 슬라이드 셰어이다.

쭉 살펴보다가 괜찮은 주제와 표현 방법이 있으면 참고하고. 때로는 거칠게나마 따라 그려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http://www.slideshare.net/


이건 '도해 사고력'이라는 책인데, 실무에 상당히 도움이 되므로 추천한다.

도해사고력 책은 인터넷에서 구입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