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법률 사무소 직원이 된 통역사

경단녀 사회입성하기 왜 이리 힘든지

by 둥이맘 통번역사 Hannahkim

일반회사와 변호사 사무실이 다른 점을 사무원증을 받았을 때 처음 알았습니다. 법률 사무원증이 따로 협회에서 발급된다는 사실을. 외국인투자나 해외투자 업무를 제안하시는 전화를 이력서도 내지 않았는데 날 수소문해서 전화하신 대표님의 성의에 놀랐고, 당시 여의도 법무법인에 들어갔는데 회계 경리 업무가 주를 이루고 있어서 이건 내가 원하는 업무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찰나인지라 바로 면접 보러 가겠다고 했습니다.

(대표가 세무사로 키우려 했음)


일단 외투 업무를 배우고 싶었던 마음이 컸습니다.

영어도 사용할 수 있고 번역 및 외국인 고객과의 소통이나 응대도 하는 업무가 있어서 좋았습니다.


사무실에서 통역도 했었는데 외국인들이 날 그저 통역사로 보는 게 아니라 실무담당자로 오인하여 변호사님을 등한시하고 나랑만 대화하고 싶다고 하는 일이 생기자 나보고 직접 상대하라는 변호사님.


그렇게 첫 고객, 두 번째 고객 계속 그러자 변호사님이 많이 불편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변호사는 법적 지식과 실무에 전문가이고 영어 전문가는 통대 나온 제가 담당해야 맞는 거 아닌가 싶었습니다.


지난번 병원 통역을 갔을 때도 원장님이 저보다 젊었는데 미국인 고객과 의사소통하고 있는데 본인이 제 발음이 안 들리는 게 짜증이 나셨던 듯 다시 말해보라고 허시는 겁니다. 미국인 발음이야 원래 잘 안 들리지만 한국인 발음은 항상 잘 들렸었는데, 작정하고 원어민 유사하게 발음하면 한국인들은 잘 못 알아듣습니다. 원어민들만 '너 영어 어디서 배웠어? 왜 이렇게 잘해?' 이러지. 저에게 발음을 다시 해보라고 명령을 하시고는'발음이 좋아서 내가 안들린거구나' 라며 진단을 하셨습니다.


이럴 땐 한국외대 통대를 그냥 지원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 한탄이 나올 때도 있습니다. 쌍둥이 둘 키우고 정신없는데 시험 유형만 보자고 원서내고 갔는데 입학장학금까지 받고 합격해 버린 게 컸습니다. 이미 나이도 38인데 일 년 더 기다려 뭐 해 싶어 그냥 지원했습니다. 이대도 한국외대도 지원을 해서 떨어진 것과 지원도 못해본 건 전혀 다른 후회였습니다.


솔직히 설외대 통대로 입학하면서 호주 유학까지 가느라 유학비용 부담에 바로 일을 안 할 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갓 졸업한 생초짜가 프리시장에서 고정적인 페이를 받으며 자리를 잡는 것도 쉽지 않아, 이때가 진짜 고비였습니다. 나이면 어지간한 회사에서는 부장 급 이상이었습니다. 면접 에서 보니 연령대가 한참 어린 분들이 앉아계셨고 그들이 곧 상사가 될 참인데 입사는 뜬구름 처럼 보였습니다.



법률 사무소라고 별반 다를 건 없었습니다. 대표님은 나이가 상관없으니 뽑지만, 같이 일하는 직원들은 불편해 보였습니다. 나이가 많다는 건, 본인보다 사회경험이 더 많다는 것이고, 본인이 모르는 분야도 알 수 있다는 거니까, 단순히 나이 때문에 일을 가르치기 불편해하시기도 합니다.



실제로 일을 가르쳐 주기보단 얼마나 혼자 잘 해내는지 지켜보다, 실수하는 게 있으면 대대적으로 광고를 하면서 왜 이걸 못하냐는 식으로 면박을 주는 식으로 대응을 하시더군요. 처음 입사할 때부터 외투업무도 처음이고 법률 사무소 근무경험도 거의 전무하고 상업 등기는 당연히 해보지도 않은 분야라는 걸 알고 뽑아서는 왜 이걸 못하냐고 하니 울화가 치밀 지경이긴 했습니다.


경력자를 뽑은 건 아니지만 일을 가르쳐 주는 사람은 없고 실수가 나오면 왜 실수하냐고 하니 사람 딱 환장하기 좋은 상황이긴 했습니다.


그렇게 억울함과 황당함을 참아가며 배우겠다는 일념 하나로 열심히 공부하고 배웠습니다.


두 달, 세 달쯤 되자 외투업무는 A부터 Z까지 혼자 마무리해서 몇몇 고객의 서비스를 종료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런 게 외투업무라는 생각을 하면서 예전에 내가 하던 비자 업무처럼 서비스 대행 업무의 새로운 묘미를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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