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코엑스에 볼 일이 있어서 방문하였습니다. 때때로 별마당 도서관에서 강사분들을 모셔다 강의를 진행하는데, 그날은 운 좋게도 관심 있는 휴머노이드와 관련된 강의가 준비되어 있기에 첫 줄에 앉아 듣게 되었습니다. 김상균 교수님이 인지 과학자로는 유명하신 분이라 하고 책도 쓰신 분이더군요. 그런 분의 강의를 직접 들을 수 있게 되었으니 저는 정말 운이 좋았습니다.
사실, 강의 중에 질문에 대한 답을 맞혔고 저에게 책을 주시고 싶다 하셨는데, 정말 신기하게도 강의가 끝나고 추첨으로 색을 고르는 시간에 강사님은 제가 들고 있는 초록색을 고르셨습니다. 제가 어떤 색을 들고 있는지는 모르셨을 텐데 한 편의 마술을 본 것 같았습니다.
AI? 진짜위협은 아직 오지 않았다. 휴머노이드의 세계에 관하여 강의를 해 주셨고, 질의응답 시간에 저뿐 아니라 굉장히 많은 분들이 상당히 심도 깊은 질문들을 던져 주셨습니다. 김상균 교수님의 책 '휴머노이드' 책도 받아서 내용을 살짝 들여다보니 생각보다 더 충격적이었습니다. 스포일러가 될까 싶어 많은 분들이 책을 꼭 사서 읽어보시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해당 강의에 대한 이야기만 잠깐 해보자면 제가 요 앞전에 제 브런치에서 언급했던 인공지능이 번역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글과 전반적으로 상당히 유사한 내용의 강의를 해 주셨습니다. 어딘가에 저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은 놀랍습니다.
https://brunch.co.kr/@hannahkim/45
강사님은 인간을 닮은 로봇이 접시도 나르고 공장에서 일도 하고 춤도 추고 전쟁터에서 대신 싸우는 등의 활동들을 영상으로 보여주시면서 실제로 중국, 미국 등 세계 여러 강국에선 이미 이들 휴머노이드 제작이 한창 진행되었고 앞으론 휴머노이드 기술을 가진 국가의 국력이 더 강해질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한국은 아직 분단 중이고, 군대도 강제징용 국가이니 휴머노이드의 전투력은 상당히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도 한편 하였습니다.
하지만 제가 브런치에서 이미 언급했던 것처럼, 머신러닝기능과 LLM기술을 탑재한 인공지능들이 세상에 나오게 되면 많은 문제들도 야기하게 됨은 비슷한 관점에서 말씀하셨습니다. 휴머노이드는 휴식시간도 필요가 없고, 충전만 하면 24시간도 가동이 가능하며 사람을 고용하며 생길 수 있는 많은 문제들이 사라지게 되니, 기업이 휴머노이드 고용을 선호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사람은 일터에서 밀려나게 되니 휴머노이드에게 임금을 주고 세금을 걷자라는 내용의 회의 등, 정말 저 같은 사람은 상상도 못 할 충격적인 미래가 기다리고 있는 듯합니다.
지금도 인구가 넘치는 이 작은 지구에서 고학력이 넘치지만 고품질의 일자리는 부족한 형국인데 더 줄이고 로봇으로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자는 대화를 하는 기업인들, 국가 수장들의 머릿속은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테슬라의 수장 일론 머스크 대표는 사람의 머리에 칩을 심어 글을 쓰는 실험에 성공하는 등, 사람을 휴머노이드화 시키려는 것인지?
요즘 나오는 휴머노이드 관련 기사를 보자면 예상은 했지만 영화 같은 일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휴머노이드가 대신 아기를 10달 품었다가 아기가 다 자라 세상에 나오게 되는 실제 영화 같은 이야기가 현실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여성의 출산은 언제나 커리어 발달에 장애가 되곤 했으니 휴머노이드 대리모가 등장하면 남녀 역할의 경계선이 허물어지고 동등한 선에서 경쟁이 가능하리라는 기대도 되겠지만, 한편으론 인간이 가진 고유 기능까지 휴머노이드에게 넘겨주는 것이 과연 정답인 것인지, 윤리적, 생물학적 문제는 없는지 고찰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휴머노이드가 상용화되면 천문학적 가격을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하지만 역시 고급 승용차 비용정도 되는 비싼 값을 구독으로 전환하여 서비스하는 방법으로 집에 로봇을 고용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살림도 시키고 아이 양육과 교육도 시키는 등 하우스 매니저가 한 명 생기게 되겠네요. (제가 바로 이 구독식 결제 방식을 맞췄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사회적 형평성 문제와 계층화 문제는 존재하기에 미레에도 경제력이 있는 부유층은 인간 대신에 휴머노이드를 고용할 것이고, 빈층은 계속해서 고된 노동과 살림, 육아의 고리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 듯 합니다.
또한 휴머노이드에 임금을 주는 등, 여러 사회 활동을 하며 그들에게 인간처럼 권리를 부여하고 사회적 책임을 묻게 하도록 전자 인격(Electronic Personhood)을 주자고 합니다. ('휴머노이드' 중에서 책 김성균 저자) 하지만 인간과 휴머노이드의 권리가 충돌하여 갈등이 양산되었을 때 그 둘의 권리 다툼을 법으로 다룰 수 있게 무생물의 권리를 인정해 주는 것이 합당한 것인가? 하는 문제도 있다고 합니다.
최근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AI 데이트 파트너 제공 앱을 실제로 사용하는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실제로 방송에서 실험하면서 사람이 인공지능을 사람과 같이 동일시하여 로맨틱한 감정을 느끼는가 하는 부분에 대하여 조명하였는데 실로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인공지능은 음성만 나올 뿐 물리적 형체가 없는데도 사람을 설레게 하고 정말 연애하는 것 같은 착각을 갖게 한다고 합니다. 인공지능에 삐지기도 하고 섭섭함도 느끼면서 어쩔 줄 몰라하는 인간의 모습을 영상으로 보게 되니 무척이나 혼란스러웠습니다.
살펴보니 미래에 휴머노이드의 발전 가능성은 인간의 무수한 상상력의 개수만큼이나 많았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모든 발전 속에서 소외된 사각지대는 존재합니다, 빛조차 들지 않는 달동네에서 로봇을 충전할 전기도 닿지 않는 마을에 휴머노이드가 가당치 않을 것이고, 늘 그렇듯이 세상은 돈과 권력을 가진 자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방법만 궁리할 테죠.
기업이 어떤 기술을 개발하여 상용화시키기 전에 사전 승인을 받는 규제가 매우 필요해 보입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확대하여 파급될 윤리적 문제 등을 사전에 국가로부터 승인을 받아야만 기술 개발이 가능하게 만들어야지, 지금처럼 무법지대처럼 기술을 마구 뽑아낸다면 예상하지도 못했던 이슈들을 마주해야 할 수도 있을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