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법률 사무소 직원이 된 둥이엄마 통역사

경단녀 사회입성하기 왜 이리 힘든지

Nov 28. 2025 brunch_membership's

일반회사와 변호사 사무실이 다른 점을 사무원증을 받았을 때 처음 알았다. 법률 사무원증이 따로 협회에서 발급된다는 사실을. 외국인투자나 해외투자 업무를 제안하시는 전화를 이력서도 내지 않았는데 날 수소문해서 전화하신 대표님의 성의에 놀랐고, 당시 여의도 법무법인에 들어갔는데 회계 경리 업무가 주를 이루고 있어서 이건 내가 원하는 업무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찰나인지라 바로 면접 보러 가겠다고 했었다.

(대표가 날 세무사로 키우려 했음)

일단 외투 업무를 배우고 싶었다.

영어도 사용할 수 있고 번역 및 외국인 고객과의 소통이나 응대도 하는 업무가 있어서 좋았으니까.

사무실에서 통역도 했었는데 외국인들이 날 그저 통역사로 보는 게 아니라 실무담당자로 오인하여 변호사님을 등한시하고 나랑만 대화하고 싶다고 하는 일이 생기자 나보고 직접 상대하라는 변호사님.

그렇게 첫 고객, 두 번째 고객 계속 그러자 변호사님이 많이 불편해 보였다. 하지만 변호사는 법적 지식과 실무에 전문가이고 영어 전문가는 통대 나온 내가 담당해야 맞는 거 아닌가 싶었지만.

로스쿨이나 의대 나온 사람들은 다 하고 싶나 보다. 지난번 병원 통역을 갔을 때도 원장이 나보다 젊었는데 나는 미국인하고 의사소통하고 잘하고 있는데 본인이 내 발음이 안 들리는 게 짜증 났나 보다. 미국인 발음이야 원래 잘 안 들리지만 한국인 발음은 항상 잘 들렸었는데, 내가 작정하고 원어민 유사하게 발음하면 한국인들 잘 못 알아듣는다. 원어민들만 우와 '너 영어 어디서 배웠어? 왜 이렇게 잘해?' 이러지. 나에게 발음을 다시 해보라고 명령을 하고 듣고는 '발음이 좋아서 내가 안들린거구나' 라며 진단을 하셨다.

이럴 땐 한국외대 통대를 그냥 지원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 한탄이 나올 때도 있다. 쌍둥이 둘 키우고 정신없는데 시험 유형만 보자고 원서내고 갔는데 입학장학금까지 받고 합격해 버린 게 컸다. 이미 나이도 38인데 일 년 더 기다려 뭐 해 싶어 그냥 지원했다. 이대도 한국외대도 지원을 해서 떨어진 것과 지원도 못해본 건 전혀 다른 후회더라.

솔직히 설외대 통대로 입학하면서 호주 유학까지 가느라 유학비용 부담에 바로 일을 안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갓 졸업한 생초짜가 프리시장에서 고정적인 페이를 받으며 자리를 잡는 것도 쉽지 않아, 이때가 진짜 고비였다. 내 나이면 어지간한 회사에서는 부장 급이었다. 면접 가 보니 죄다 나보다 어린 사람들이 앉아있었고 그들이 곧 나의 상사가 될 참인데 입사는 뜬구름 처럼 보였다.

법률 사무소라고 별반 다를 건 없었다. 대표님은 나이가 상관없으니 뽑지만, 같이 일하는 직원들은 불편해 보였다. 나이가 많다는 건, 본인보다 사회경험이 더 많다는 것이고, 본인이 모르는 분야도 알 수 있다는 거니까.단순히 나이 때문에 일을 가르치기 불편해한다.

실제로 일을 가르쳐 주기보단 내가 얼마나 혼자 잘 해내는지 지켜보다, 실수하는 게 있으면 대대적으로 광고를 하면서 왜 이걸 못하냐는 식으로 면박을 주는 식으로 대응을 했다. 처음 입사할 때부터 외투업무도 처음이고 법률 사무소 근무경험도 거의 전무하고 상업 등기는 당연히 해보지도 않은 분야라는 걸 알고 뽑았지만 왜 이걸 못하냐고 하니 울화가 치밀 지경이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