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원과 역사를 가진 통역사라는 직분
이렇게 재학 중이지만, 여러 정부기관, 공공기관, 국회 등 큰 국제회의 통역에 투입되었습니다.
기억에 남는 건으로는 23년 겨울 미국 나사가 처음 한국에 방문하였을 때 외교부 등 참여한 자리에서 뉴스 헤드라인이 수십 개가 방송과 기사로 보도되었고, 제가 통역과 영어 사회를 했습니다. >_<
저는 이때 재학 1학년이었습니다.
나사에서 한국을 방문한 건 이때가 최초였습니다.
제가 영어 사회로 그 부분을 소개했기 때문에 잘 알고 있습니다.
저렇게 큰 건을 보낼 때는 절대로 검증이 되지 않는 통역사는 보낼 수가 없답니다.
에이전시도 그 사안을 감지하고 있고, 여기저기 수십 개 보도국에서 오신 카메라들과 기자들까지 오는데 대대적으로 망신을 당하면 에이전시도 피해를 보기 때문입니다.
제가 저 날, 통역과 사회를 함께 준비하다 보니 미처 복장에 신경을 소홀히 하였습니다. 겉 재킷 색깔이 좀 화려한 탓에 방송에는 출현하지 못했습니다.
통역사는 튀는 복장은 하면 안 되겠다는 걸 깨달았던 날이기도 합니다. 흑 ㅠㅠ
하지만 저기 빨간 아이폰 들은 저 손은 저의 손이 맞으며 저 핸드폰은 저의 전화기가 맞습니다.
본 이미지는 직접 방송 뉴스에서 캡처 한 자료 화면입니다.
저 옆에 ROK-US SPACE FORUM이라고 써진 문구를 보고 한국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생각에,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50년이라는 짧은 세월이지만 대한민국은 세계가 놀랄만한 가파른 경제성장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통역사는 수많은 국가의 해외 사절단, 해외 기업 고객들, 기술자들 등을 뵙습니다. 한국이 지금의 자리에 있기에 방문하시고, 끊임없이 한국의 놀라운 성장에 감탄하고 계시는 현장을 목격합니다.
예부터 이중 언어, 삼중 언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해외 사절단과 함께 다니며 모든 외교, 무역 등 국가 간 중대한 사안을 통역하였다 합니다. 당시 그들의 지위는 자연스레 높아졌다 합니다. 이들이 없으면 어떤 일도 성립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옛날 한국도 이러한 분들이 계셨습니다. 이들을 가리켜 '역관'이라고 불렀습니다. 역관이란 번역(譯)’과 ‘관원(官)’의 합성어로, 글자 그대로 '통역, 번역을 담당한 관원(공무원)'을 뜻합니다.
이들의 주요 역할은 국가 간 외교 사절 접견, 조공, 책볼 무역 교섭, 사신 수행, 국경 지역 정보 수집 등에서 통번역을 맡았습니다. 활약 시기는 고려 말부터 조선 후기에 이르기까지 약 500년 넘게 제도화되어 활동했습니다.
태조 2년(1393)에는 사역원이라는 기관에서 중국어, 여진어, 몽골어 등을 담당하는 역관은 중앙관청에서 근무했으며 3품에서 9품까지 역관을 고용하여 곁에 두었습니다. 세종-숙종 때에는 동래, 부산포 통사에서 일본어를 하는 역관을 고용하여 대마도, 에도 막부 외교 및 왜관 무역 조력을 맡겼습니다. 이들 역관의 신분은 대부분 중인 계층으로, 관직 승진은 한계가 있었지만 외국어 능력 덕분에 실제로는 특권을 누렸다고 전해집니다. 통역을 하기 위하여 전문 훈련 기관을 두어, 실전 통역 수련으로 전문성을 길러왔다는 것이 전해지고 있는 사실입니다.
https://brunch.co.kr/@sangyeobkim/140
이 통역사께서 고대부터 전해오는 통역의 기원에 대하여 잘 적어주셔서 담아왔습니다.
통역사의 역할은 이렇듯 국가 간 외교 사안을 다루며 갈등을 해소하고 국가 소통을 이어주는 매우 중대해 왔습니다. 그리고 통역 및 번역의 기술 또한 역사에서 보듯이 훈련을 통하여만 함양될 수 있다고 보았으니 단순히 언어를 할 줄 알고, 해당 국가에서 장기간 거주한 것만으로는 통역, 번역이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희가 전문대학원에서 의대, 로스쿨 수준보다 비싼 등록금을 내고 다니는 것입니다.
물론 현장의 고객께서는 통역, 번역의 기술을 함양하기까지의 노력 과정을 모르실 수도 있습니다. 그저 펜이랑 입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일을 비싼 요율을 말한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통역, 번역의 기술은 값으로 매길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통역이 참여하는 업무의 중대성과 그 회의로 파장될 수많은 여파들, 경제적 효과를 따져본다면 말이죠.
통역은 단순히 메시지를 전달하는 일이 아니라 통역사는 출발언어를 듣고 그 언어를 분석하여 스스로 재해석한 다음 재구성한 내용을 다른 언어로 재창조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암기력, 어휘력 문장 구성력 이외에도 통역사 개인의 고유역량, 생각, 가치관, 의식, 개념, 배경지식, 논리력, 분석력 등 수많은 역량이 동시에 요구되는 매우 까다롭고 어려운 작업입니다.
그렇기에 통역을 하고 나면 너무나 많은 에너지를 한 번에 쏟아붓고 기진맥진하게 되는 것입니다. 여담이지만, 양방통역을 맡기셨다면 중간중간 쉬어주시는 것도 괜찮습니다. 통역은 단 일초도 쉴 수가 없거든요. 통역을 한다고 모든 연사가 하시는 발화를 듣고 노트테이킹을 해야 하고 그다음 통역하고 다시 듣고 적고 분석하고 통역하고를 하루 종일 하고 있는 겁니다.
종종 식사하면서도 통역을 해야 하기도 하는데 이때는 통역은 밥도 먹을 수가 없습니다. 입에 뭐가 있어도 안되지만, 계속 듣고 노트 테이킹을 하면서 암기하며 머리로 분석해야 하니까요. 그래서 식사 때 통역을 해야 하면 통역료가 따로 추가가 됩니다.
뿐만 아니라, 순차 통역의 경우는 연사가 10분가량 발화하시면 그 부분을 노트 테이킹을 다 하고 나서 기억하고 있다가 그대로 연사가 전하고자 하는 의도를 정확히 파악한 상태에서 방향성에 맞게 올바른 어휘를 골라 오역 없이 전달해야 하는 어려운 작업입니다. 실무자분들 중, 동시보다 순차가 더 어렵다고 하시는 분들도 계시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때문에 저희 학교는 순차와 동시 통역료가 동일합니다.
그것뿐 아니라 회의 한 번을 준비하기 위하여 통역사는 수백 장의 자료와 서류를 봐야 하고, 또 따로 관련 분야의 배경지식을 공부해야 하며, 모든 용어와 개념을 익혀야 합니다.
단 한 번의 통역을 위하여 통역사가 실제로 투자하는 시간과 에너지는 최대 1달까지 걸리기도 합니다.
업계에서 이러한 사정을 모르기 때문에 통역료를 깎아달라는 요구를 하시고, 동시는 왜 2명이 와야 하나, 너무 비싸다 1명이 혼자 와서 해주면 안 되는가? 순차 통역의 가격은 왜 1시간부터 6시간까지 동일 가격인가? 라며 시간별로 정산을 해달라, 순차요청을 받아 현장에 갔는데 갑자기 동시통역을 해달라 하시는 등 저희로서는 너무 술 고픈 요청을 주시기도 하신다고 생각합니다.
아래와 같이 생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의대 자격증을 딴 의사분의 의료상담 가격이나 변호사 1시간 상담 비용은 그들이 해당 자격을 획득하기까지 투자한 그간의 시간, 노력, 에너지 등 많은 기회비용을 합산한 가격이 매겨진 총합이듯이, 통역사도 1시간 통역료는 6시간과 동일합니다. 그 1 시간은 통역사의 지금까지의 모든 노력의 총합의 가격인 것입니다. 또한, 이는 화상회의, 대면 회의 상관없이 동일한 가격입니다.
제가 최근에 의료 통역 연습을 하려고, 의료원 커뮤니티 통역에 2일 정도 참여했었다고 앞전 포스팅에서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해당 통역 에이전시에서 제가 저렴한 가격에 통역을 참여하고 있으니, 비즈니스 2시간 통역 일을 잡으시고는 해당 통역료를 5만 원을 올리신 것입니다.
이건 대학생 1시간 아르바이트비도 안 되는 가격입니다.
(여담이지만 이때 제가 들어간 대부분 의료 상담 통역에서 건별로 700만 원-1000만 원가량의 계약이 진행됨, 저 이래 봬도 국내영업과 해외영업 했던 사람입니다? )
당연히 저는 업계 통역일에 대한 진입장벽이 참 모호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기술도 배우지 않고 역량 검증도 되지 않은 이들과, 전문 기술을 교육받은 통역사를 동일 가격에 고용하시려 하는 아이러니한 이 상황에 헛웃음이 나옵니다.
현장에서
"통역'이라고 불리느냐
"통역사님"이라고 불리느냐는
통역사 스스로 정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의 실력을 증명하면서 그에 합당한 값을 요구하는 것에 주저함이 있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참고문헌>
「역관(譯官)」 — 한국민족문화 대백과사전: 조선의 역관 제도·업무·선발 시험(역과) 등에 대한 개관 encykorea.aks.ac.kr
「사역원(司譯院)」 — 한국민족문화 대백과사전: 중앙 통역·번역 관청의 설치 시점(태조 2년, 1393)과 직제·언어별 역관 편제 설명 encykorea.aks.ac.kr
「동래 상인과 일본어 통역관의 경쟁」 — 우리 역사넷: 부산 왜관에서 활동한 일본어 역관(통사)의 통역·무역 겸업 실태 contents.history.go.kr
「소통사」 — 부산역사문화대전: 동래부 왜관 현지 보조 통역관 제도(소통사)와 업무 범위 busan.grandculture.net
「왜학훈도(倭學訓導)」 — 한국민족문화 대백과사전: 일본어 전문 역관 직명·관품·교육 기능 소개 encykorea.aks.ac.kr
「역과(譯科)」 — 역주 조선왕조실록 사전: 한 어·몽 어·왜 어·여진어 과목으로 실시한 역관 선발 과거 시험 waks.ak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