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툴지만 진심 가득한 청혼

기다림 끝에 도착한 답

by Hannah

크리스틴과 함께했던 짧은 셋의 여행은 어느새 끝을 맺었다. 웃음과 배려가 함께했던 시간이었지만, 친구와의 동행을 마치고 난 후에야 비로소 우리 둘만의 여행이 시작되었다.

그와 나는 두바이와 아부다비를 이어 가며 다시금 둘만의 시간을 누렸다. 오랜 영주권 대기 기간 동안 제대로 여행을 하지 못했던 그에게 아랍에미리트에서의 날들은 하루하루가 새롭고 설레는 경험이었다. 나에게도 그와 오롯이 마주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부르즈 칼리파와 두바이 파운틴에서 함께한 로맨틱한 저녁, 붉게 물든 사막 노을 속에서 남겨진 둘만의 사진, 아부다비의 그랜드 모스크에서의 고요한 순간과 금가루 커피와 함께한 티타임, 그리고 우연히 들어간 북한 식당에서 본 이색적인 공연까지. 여행의 순간들은 어느 것 하나 평범하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청혼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여행은 마무리에 접어들었다. 푸자이라 집에서 며칠을 보낸 뒤 그는 다시 미국으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여행 내내 다정했던 그는 떠나기 전, 자꾸만 무언가를 말하고 싶은 듯 초조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출국을 이틀 앞둔 어느 새벽, 그는 끝내 마음을 꺼내 놓았다.
“나, 결혼하고 싶어. 결혼을 한다면 누나밖에 없어. 나랑 결혼해 줄래?”

순간, 시간은 멈춘 듯했다. 좋아한다는 말도, 사귀자는 말도 아닌 갑작스러운 청혼. 놀라 어찌할 바 없는 나를 보며 그는 조심스럽게 말을 보탰다. 어머니의 마지막 유언이 “두바이에 가서 청혼하라”는 말이었다는 고백이었다.


기다림

그 후 남은 이틀은 낯설게 어색했다. 그러나 떠나는 날, 그는 다시 한번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답변을 언제까지라도 기다릴게.”

10년 동안 누나와 동생으로만 지내 온 우리. 그 긴 시간을 뛰어넘어 갑작스레 건네진 청혼은 무거운 제안이었다. 하지만 그의 다정한 성품과 묵묵히 꺼지지 않는 촛불 같은 사랑은 내 마음을 흔들었다.

나는 한 달 동안 기도와 말씀 속에서 답을 찾았다. 그리고 겨울방학, 한국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그에게 짧은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겠다고.”


축복의 선물

그 순간 멀리 떨어져 있던 그는 휴대폰 화면을 꼭 쥔 채, 믿기지 않는 듯 몇 번이고 답장을 읽어 내려갔다. 사실 그는 여행 내내 웃음 뒤편에서 홀로 있는 시간에는 어머니를 떠올리며 눈물을 흘리곤 했다. 사랑하는 이를 잃은 슬픔 속에서 나와 함께한 시간은 조금씩 그 상처를 치유해 주었다.

그래서 내 답변을 받은 순간, 그는 마음 깊이 확신했다.
“이 만남은 어머니가 하늘에서 보내주신 축복의 선물이구나.”

그에게 나는 축복의 선물이었고, 나에게 그는 끝까지 꺼지지 않는 촛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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