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워싱턴에서 두바이로

공항에서 시작된 두 번째 이야기

by Hannah

다시 만나고 싶다는 그의 메시지를 받고, 나는 곧장 답하지 못했다. 새로운 기회일 수도 있었지만, 또다시 실패의 상처를 떠안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 무렵 코로나의 터널은 끝이 보이지 않았다. 백신이 개발된다, 접종한다, 부작용이다—세상은 온통 소란스러웠다.

혼란 속에서 내가 깨달은 건 단 하나였다. 가족과 가까운 사람들의 소중함.

해외에서 홀로 지내온 긴 세월 동안, 이번만큼 분명한 깨달음이 찾아온 적은 없었다.

만약 가정을 꾸린다면 내 편은 오직 그 사람뿐이어야 한다는 확신. 그 외의 다른 가능성은 더 이상 내 마음에 설 자리가 없었다.

며칠간의 고민 끝에, 마침내 답장을 보냈다. 다시 만나보자고.


서서히 녹아내린 마음

변화는 즉시 시작되었다. 아침마다 "잘 잤어?"라는 메시지가 도착했다. 하루가 저물면 "오늘도 고생 많았어"라는 따뜻한 말이 기다리고 있었다. 특별한 일이 없어도 내 하루를 함께하고 싶어 하는 그를 보며, 어느새 나 역시 그의 목소리를 기다리게 되었다.

예전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듯, 말 한마디조차 신중했다. 작은 농담으로 나를 웃게 만들고, 날마다 성실히 관계를 가꿔갔다. 그의 진심 앞에서 망설이던 내 마음은 서서히 녹아내렸다.


부모님의 응원

여름방학, 인천공항에 도착한 나는 답답한 14일 격리를 마치고 부모님께 소식을 전했다. 놀랍게도 두 분의 반응은 환했다.
"다시 만나게 된 게 잘된 일이다. 이번에는 서로 더 단단해질 거야." 아버지는 미소를 지으며 내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셨다. 어머니는 한참 동안 고개를 끄덕이다가 말씀하셨다. "그 아이만큼 순수하고 성실한 사람도 없지. 너희가 다시 만나길 원한다면 우리도 응원해." 말씀을 마친 어머니의 눈가에 번진 옅은 미소가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작은 오해로 헤어지기엔 아까운 사람임을 부모님도 알고 계셨던 것이다.


두바이 공항에서의 재회

가을이 깊어질 즈음, 상황이 달라졌다. 백신 접종 증명과 음성 확인만으로 격리 없이 입국이 가능해진 것이다. 내 짧은 일주일 방학에 맞춰, 그는 워싱턴에서 두바이로 날아왔다.

이번에는 내가 직접 공항 마중에 나섰다. 도착 게이트 앞에서 기다리는 동안 가슴이 두근거렸다. 문이 열리고 승객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사람들 사이로, 그가 나타났다.


14시간의 긴 비행에 지친 모습이었지만, 마스크 너머 눈빛만은 여전히 맑고 밝았다. 나를 발견한 순간, 그는 손을 들어 흔들며 환하게 웃었다.
“오랜만이야. 너무 보고 싶었어.”

단순한 한마디였지만, 그 순간 가슴이 벅차올라 잠시 말문이 막혔다. 몇 달 전만 해도 화면 속에서만 이어가던 그리운 목소리가, 이제 바로 내 앞에서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 눈빛과 마주한 순간, 확신이 들었다.
이제야 비로소, 우리의 진짜 이야기가 시작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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