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회 그리고 결혼 약속
공항에서 다시 만난 뒤, 우리는 두바이에서 열흘을 함께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하루하루는 지난 1년의 공백을 메우기에 충분했다.
작년 이맘때만 해도 ‘누나와 동생’처럼 여행을 떠났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이제는 연인이 된 둘만의 여행이었다. 그는 지난 10년의 익숙한 모습을 넘어, 더 성숙하고 진지한 남자의 얼굴을 보여주려 했다.
두바이의 한 호텔에서 열린 재즈 공연. 무대 위에서 울려 퍼지는 색소폰 소리는 잔잔한 파도처럼 가슴을 흔들었다. 어두운 조명 아래, 그는 내 손을 꼭 잡았다. 그 순간, 우리는 이제 과거와는 다른 관계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저녁에는 부르즈 칼리파 불빛이 보이는 레스토랑에서 이탈리안 요리를 나눠 먹었다. 와인 잔이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지난 1년의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그 순간만은 마치 드라마의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이었다.
푸자이라로 돌아와서는 소박한 일상이 이어졌다. 함께 장을 보고 음식을 해 먹고, 작은 카페와 생과일주스 가게를 찾아다녔다. 화려함과 평범함이 교차하는 그 나날 속에서, 우리는 조금씩 서로의 삶을 겹쳐 갔다. 그 시간들은 마치 미리 경험해 보는 신혼 같았다.
떠나는 날이 가까워지자 그는 미래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했다.
푸자이라 알아카 비치 리조트에서 해산물 저녁을 마치고 해변을 걸을 때, 그는 발걸음을 멈추었다.
“1년 전에는 내가 너무 조급했던 것 같아. 하지만 이제는 확실해. 너랑 평생을 함께하고 싶어.”
파도 소리가 그의 목소리를 감싸 안았다. 이번에는 결코 놓치지 않겠다는 단단한 의지가 그의 눈빛에 담겨 있었다. 나 역시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았다.
여행 마지막 날, 그는 반지를 사고 싶다고 했다. 화려한 금빛 장신구가 끝없이 이어진 두바이 금시장. 그 속에서 그는 작은 다이아몬드가 둘러진 심플한 골드 밴드를 집어 들었다.
“이건 매일 끼기 좋을 것 같아. 화려한 것보다 오래가는 게 좋잖아.”
짧은 말이었지만, 오래 지켜내고 싶은 그의 진심이 담겨 있었다. 그의 손끝이 살짝 떨리며 내 손가락에 반지가 끼워졌다. 그 순간, 마음 깊은 곳이 따뜻하게 채워졌다. 금빛보다 더 빛나는 건, 서로를 향한 우리의 확신이었다.
열흘은 길지 않았다. 그러나 그 안에서 우리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더 이상 흔들릴 이유가 없다는 것을.
함께 있을 때의 안정감, 지난 이별에서 배운 성숙함, 그리고 서로를 대하는 달라진 태도. 모든 것이 하나로 모여 결론은 단순했다. 결혼.
그가 미국으로 돌아가기 전, 우리는 조용히 약속했다.
“이번에는 늦추지 말자. 진짜 우리의 시간을 시작하자.”
그 말은 오래도록 내 마음속에 메아리쳤다. 이제 더는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10월 말, 그는 다시 워싱턴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우리는 약속했다.
12월 겨울방학, 함께 한국으로 가 부모님께 인사드리기로.
부모님 앞에서 그의 진심을 보여드리고, 우리의 새로운 시작을 함께 알리기 위한 자리였다. 결혼이라는 단어가 아직은 조금 낯설게 다가왔지만, 그 안에 담긴 미래는 분명하고 단단했다.
이제 우리는 또 하나의 문을 연다.
혼자가 아닌, 둘이 함께 걸어가는 길 위에서.
그리고 그 길은 곧, 부모님의 축복 속에서 시작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