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대륙을 오가던 신혼부부의 기적 같은 재회
결혼 후, 1월 초 나는 두바이로, 남편은 워싱턴으로 돌아갔다.
이제 막 부부가 되었지만, 우리는 서로 다른 대륙에서 신혼을 시작해야 했다.
매일 아침과 밤, 메시지와 영상통화로 안부를 전했지만 화면 속 온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따뜻한 말 한마디로 위로가 되던 날도 있었지만, 옆자리에 있어줄 수 없다는 현실은 언제나 조금의 고통으로 남았다.
3월, 짧은 2주간의 봄방학이 찾아왔다.
나는 미국으로 날아가 남편을 만났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우리는 다시 평범한 부부처럼 함께 밥을 먹고, 손을 잡고 산책했다.
하지만 공항에서 돌아서는 순간, 다시 시작되는 긴 이별을 직감했다.
결혼을 통해 신청한 미국 영주권은 언제 나올지 기약이 없었다.
3년일 수도, 4년일 수도 있는 기다림이었다.
그런 어느 날, 남편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내가 당신 있는 곳으로 가면 어때? 영주권 나올 때까지 함께 지내고 싶어.”
순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화면 너머 그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고, 내 마음속에서도 무언가가 울컥하고 올라왔다.
그 말 한마디에 모든 외로움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6년 동안 미국에서 안정된 직장을 다니며 경력을 쌓아온 사람이었다.
그가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나와 함께 살기 위해 낯선 나라로 오겠다는 결심을 한 것이다.
그의 아버님도 적극적으로 응원해 주셨다.
“가서 안 되면 택시라도 몰아라. 옆에 있어주는 게 제일 큰 일이지.”
그 한마디에 눈물이 핑 돌았다.
2022년 6월, 남편은 짐 한가득을 들고 푸자이라 공항으로 들어왔다.
그날 공항의 공기는 이상하게도 익숙했다.
1년 전, 두바이 공항에서 재회했던 그 순간처럼, 이번에도 우리는 서로를 꼭 껴안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잠시가 아니라, 함께 살기 위한 새로운 시작이었다.
여름방학 동안 우리는 프랑스로 삼 주간의 여행을 떠났다.
파리 곳곳을 다니고 남프랑스 일주를 하며 “이제 진짜 함께 있구나”라는 안도감에 잠겼다.
여행이 끝나고 남편은 직장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현실은 쉽지 않았다.
두바이라면 일자리가 많았겠지만, 내가 근무하는 이곳 푸자이라에서는 외국인에게 주어지는 일자리가 많지 않았다.
방학을 마치고, 새 학기가 시작되어 나는 분주한 일정을 보내고 있었다.
푸자이라 왕가 자녀들이 재학 중인 우리 학교에는 개학 첫날, 왕세자가 직접 학생들을 격려하는 전통이 있었다.
왕세자는 크리스틴을 통해 내가 의전을 했으면 좋겠다는 부탁을 전했다.
새 학기 첫날, 왕세자는 환한 미소로 교실을 둘러보며 나에게 인사를 건넸다.
“남편분이 오셨다면서요? 함께 지낼 수 있게 되어 참 잘된 일입니다.”
뜻밖의 말에 나는 잠시 놀랐다.
아마도 크리스틴을 통해 소식을 들은 모양이었다.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아직은 직장을 찾는 중이에요. 두바이에 가게 될 예정인데, 그전까지 학교에서 태권도나 드럼을 가르치며 도움이 되는 일이 있으면 봉사라도 하겠다고 하더라고요.”
왕세자는 잠시 생각하더니 물었다.
“남편분의 이력서를 받을 수 있을까요?”
전혀 예상치 못한 제안이었다.
다음 날, 나는 남편의 이력서를 정리해 크리스틴을 통해 전달했다.
며칠 후, 믿기 어려운 연락이 왔다.
왕세자가 직접 남편의 이력을 보고 말했다는 것이다.
“가족은 함께 있어야 합니다. 특히 휴가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중요하지요.”
그 말은 단순한 배려가 아니었다.
타국에서 살아가는 우리 부부에게, 그것은 이해와 존중의 표현이자 하나의 축복처럼 들렸다.
그리고 왕세자는 크리스틴에게 특별히 당부했다고 했다.
“남편분이 학교에서 일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세요. 그분의 경력을 살려 리더십이 발휘될 수 있도록 하고, 연봉은 정성껏 후하게 책정해 주세요.”
그 소식을 들은 날, 남편과 나는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이 모든 일이 믿기지 않을 만큼 갑작스럽고, 동시에 기적처럼 느껴졌다.
미국에서 메릴랜드 초등학교 교사로 취업하던 그때의 기적 같은 순간이 떠올랐다.
그리고 지금, 남편과 함께 살기 위해 필요했던 또 하나의 기적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기적은 언제나, 포기하지 않는 사람에게 찾아온다.
그리고 이번에는, 혼자가 아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