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의 진화: 탐색하고, 방향을 전환하며, 끈기 있게

[6장] 열정의 진화: 탐색하고, 방향을 전환하며, 끈기 있게

by 정한나 Hannah Jung

5장에서 언급했듯, 션이 미라코스타 대학에서 보낸 첫 몇 학기는 아주 신중하게 선택한 균형 잡힌 시간이었다. 높은 GPA를 유지하고 모든 중요한 교양 필수 과목(IGETC) 요구 사항을 충족하도록 최선을 다했다. 이것은 탄탄한 학업적 기반을 다지는 것이기도 했지만, 단순히 정해진 과제를 체계적으로 완수하는 것을 넘어, 훨씬 더 깊은, 진정한 학문적 열정을 발견하고 키워 나가는 과정이었다. CAL Prep 방식, 특히 커뮤니티 칼리지 구조 내에서의 놀라운 자유는 이러한 탐색을 가능하게 하는 엄청난 여유를 선사한다. 성급하게 전공을 선언해야 할 압박감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 정말 큰 선물이었다. 충분히 경험해 보고 또다시 도전해 보아야 흥미가 생기기도 하고 없어지기도 할 것인데, 모두 다 대학 입시만을 위해 틀에 박힌 똑같은 수업들을 수강해야만 하는 일반적인 고교 교육에서 션을 자유롭게 꺼내 준 것이 너무 다행이라고 느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예를 들어, 벤나이스 고등학교에서 언니와 나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생물학, 화학, 물리학, 이렇게 세 과목이 전부였다.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의대 준비를 기본 모토로 잡고 있는 고등학교였기에 마지막 물리학 대신 Honors Physiology(인체학)을 선택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전부였다.


그런데 션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참 다양했다. 물리과학과 생물과학, 이렇게 두 과목을 반드시 필수로 들어야 했지만, 물리과학 과목 범주 안에 주어진 선택권은 화학과 물리학 외에도, 천문학, 지구과학, 지리학, 지질학, 해양학, 물리과학까지 정말 다양했다. 이렇게 많은 과목들 중에 한 과목을 수강하는 것이다 보니 학생들마다 본인의 흥미에 맞춰 선택할 수 있다. 생물과학도 마찬가지다. 기본적인 생물학도 물론 있지만 생물인류학, 동물학, 식물학, 생물심리학, 원예학까지 그 선택지가 참으로 다양했다. 일반 고등학교와 다른 점은 또 있다. 이러한 수업들을 본인 관심사에 맞게 선택하고 난 후에 약 2주 정도 수업을 직접 수강해 보고, 생각만큼 흥미롭지 않다면 얼마든지 아무런 기록도 남지 않게 수강을 취소하고 다른 수업을 수강해 볼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진다는 사실이다. 여러 개의 과목을 한껏 쇼핑 카트에 넣어 놓고, 직접 수강해 보고 난 후에 선택한다는 것은 마치 모든 음식을 까서 직접 시식해 보고 최종적으로 맛있는 것만 골라 담아 계산하면 된다는 믿기 힘든 기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션에게 주어진 이러한 자기 발견의 여정은 충분히 예상했던 곳으로 흘러가게 되었다. 바로 매혹적인 컴퓨터 과학의 세계에 대한 깊은 몰입으로 말이다. 아주 어릴 적부터 션은 코딩과 컴퓨터 논리의 모든 것에 큰 관심을 보였다. 그는 컴퓨터 프로그래밍과 디지털 세계의 모든 것에 진정으로 끌리는 아이였다. 거의 타고난 듯, 깊게 각인된 특성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또한 어린 시절 열심히 다녔던 ‘코드닌자(Code Ninjas)’에서 관심과 호기심을 키웠다. 그래서 션이 처음 컴퓨터 과학을 전공하고 싶다고 말했을 때 나는 전혀 놀라지 않았다. 그러나 션의 엄마이기도 했지만 본업이 교육 컨설턴트이기에, 엄청난 인기에도 불구하고 컴퓨터 과학 전공을 너무 일찍 확정하는 것에 대해 학생들에게 늘 조심하라고 당부하는 역할을 할 수밖에 없었고 솔직히 처음에는 내심 우려를 했다.


나는 직업 특성상 컨설팅을 하면서 아이가 비디오 게임을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컴퓨터 과학 전공이 제격이라고 생각하는 부모님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개발자가 돈을 많이 버니까 그저 컴퓨터 엔지니어를 하면 어떻겠냐고 질문하시는 분들 옆에서 막상 당사자인 학생은 컴퓨터의 원리나 명령 체계에 대해 그 어떤 관심도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생각이 그 분야에 대한 진정한 지식 부족에서 비롯된 것임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러한 학생들과 부모님들이 너무 많아지게 되면서 현실은 훨씬 더 복잡한 병목 현상으로 치닫게 되는 것이다. 컴퓨터 과학 프로그램은 경쟁이 치열하고, 선수 과목 요구 사항도 매우 까다로워서 아무리 유능한 학생이라 할지라도 합격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 더욱이 학부에서 컴퓨터 과학을 전공하는 것이 기술 분야 경력을 위한 유일한 길도 아니며, 졸업했다고 해서 자동으로 ‘컴퓨터 과학자’가 되는 것도 아니라고 아무리 이야기해도 마치 지구상에 존재하는 대학 전공 중에서 아시안 남학생에게 이과라면 엔지니어, 문과라면 경영‧경제만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할 때, 나는 일반적으로 컴퓨터 과학이나 경영으로 애초에 맞춰진 전공 선택을 적극적으로 말리는 편이다. 학생이 정말 그 분야에 지대한 관심이 있고, 모두가 인정할 수밖에 없는 재능이 보일 때까지 기다려 보는 것이 옳다. 이것이 바로 내 아들이 컴퓨터 공학을 언급했을 때 움찔했던 이유이다.


아이들이 부모의 직업과 관련된 분야에 끌리는 경향이 있다는 것은 흔히 관찰되는 현상이다. 그런 점에서 션의 컴퓨터 과학에 대한 깊은 관심은 특히 흥미로웠다. 나는 21살에 결혼했고 30살에 둘째 아이를 낳은 이후에 바로 결혼 생활을 마무리하기로 결정했기에, 홀로 아이들을 키웠다. 그래서 션은 실제로 유능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이자 컴퓨터 과학 전공자인 션의 친부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기회가 없었다. 불과 약 3년 전부터 한국에 거주하는 아빠와 친가 가족들과 왕래하며 가까운 관계를 맺기 시작했을 뿐이라서 션은 성장기에 아버지와 친밀한 관계를 맺거나 큰 영향을 받지 못했다. 그렇기에 션이 컴퓨터 과학에 어릴 적부터 강하게 끌리는 현상은 나에게 흥미로운 우연으로 다가왔다. 정말 유전자가 이렇게 강력한 역할을 하는 걸까, 아니면 ‘피는 물보다 진하다’라는 옛말이 정말 일리가 있는 걸까? 물론 그에게는 강한 외가의 유전자도 눈에 띈다. 그의 놀라운 언변과 필력, 명확한 의사소통 능력,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비유하는 위트, 그리고 뛰어난 유머 감각에서 내가 사랑스럽게 재발견하는 모습들도 있기에, 나는 항상 그가 교육계나 인문학 분야에서 빛을 발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 션이 어린 시절에 직접적인 영향을 거의 주지 못했던 아버지의 분야와 너무나도 명확하게 일치하는 컴퓨터 과학 분야로 끌리는 모습을 목격하는 그것은 실로 신기한 경험이었다.


아이들의 흥미를 보이는 것에 단순히 “안돼.”라고 말하는 것은 늘 역효과만 내는 행동이기에, 나는 완전히 다른 전략을 택했다. 이름하여 ‘울아부지 교육법!’이다. 무엇을 이야기해도 흥미롭게 들어주시고 장려해 주셨던 우리 아빠의 방법보다 더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열정이 과연 지속될지, 아니면 일시적인 것일지를 판단하고 어떤 분야의 미묘한 차이를 온전히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저 직접 뛰어들어 보는 것이라고 나는 굳게 믿었다. 뭐든 일단 해 보고 결정하라고 하셨던 나의 아빠처럼 일단 뛰어들어 보고, 두드려 보고, 만져 보고, 탐색하도록 허락하는 것! 그래서 션의 초기 학기 동안 다양한 기초 컴퓨터 정보 시스템 및 컴퓨터 과학 과목들을 신중하게 선택하도록 했고, 그것들을 수강하는 동안에도 충분하게 필수 과목들을 챙길 수 있도록 흥미 위주 수업과 필수 요건을 채우는 수업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관건이었다.


2022년 가을부터 2024년 여름‧가을 학기까지, 여러 학기 동안 이 다양한 과목들은 어린 대학생인 그를 몰입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러한 직접적인 탐색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치를 품게 되었다. 그는 이곳에서 충분히 깊은 물에 발을 담가 볼 수 있었고, 어린 시절부터 보였던 컴퓨터 과학에 대한 호기심이 과연 대학 수준 이상의 컴퓨터 공학의 엄격함까지도 뚫을 만큼 여전히 유효한지 진정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 모든 과정을 통해 션은 귀중한 통찰력을 얻었다. 자신의 강점과 흥미가 몇몇 컴퓨터 코딩 언어가 아니라 실제로는 더 넓은 분야의 응용 프로그램에 있을 수도 있음을 깨달았고, 이는 장기적으로 매우 신중하게 계산된 방향 전환을 준비하게 했다. 다양한 코딩 언어에는 이미 아주 능숙했지만, 그것을 평생 직업으로 삼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 것이다. IGETC 학점을 충분히 쌓아 UC 계열 대학에 3학년으로 지원할 시기가 다가오면서, 전공 선택이 꼭 필요한 순간이 왔다. 아직 션은 만 14세의 나이였기에 전공이라는 단어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시기상조였고, 그렇다고 충분하게 수강해 놓은 학점을 그냥 무시하고 내년으로 넘어갈 수는 없었기에 말 그대로 가장 무난하고 전공 필수 과목 수도 적었던 ‘인류학(Anthropology)’을 선택했다. 당시 션은 여전히 자신의 흥미를 탐색 중이었고, 만약 혹시라도 합격 제안을 수락하기로 한다면 인류학처럼 폭넓은 전공은 오히려 다양한 학문적 추구를 가능하게 해 줄 것으로 판단했다.


이러한 결정은 사실 두 가지 전략적 목적이 있었다. 첫째, 션에게 명문 대학의 복잡한 지원 과정을 헤쳐 나가는 귀중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나는 그가 대학 입시 과정과 그 시스템을 이해하고, 에세이도 써 보는 경험을 통해 나중에 아주 잘 사용하게 될 ‘근육’을 미리 키워 보기를 바랐다. 둘째, 어쩌면 더 중요하게도 ‘공식적인 합격 통지서’를 확보하는 것이 목표였다. ‘CHSPE’를 통해 모두가 인정할 수밖에 없는 공식적인 방법으로 고교 과정을 마무리한 것처럼 미라코스타에서의 션의 뛰어난 학업 적응과 빠른 진척이 그의 능력을 확실히 증명해 주길 바랐고, 최고 수준의 대학으로부터의 합격 통지서를 받게 되면 실질적인 수준의 성취를 인정받게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것은 션 자신에게는 물론이고, 나와 우리 학교의 CAL Prep 방식 자체를 유효화하는 강력한 검증 절차라 여겼다.


우리가 취한 전략은 결국 결실을 맺었다. 션은 2024년 봄, 지원했던 모든 캘리포니아 대학 캠퍼스(UC Berkeley, UCLA, UC San Diego, UC Irvine)로부터 합격 통보를 받았다. 경이롭게도 어린 15세 학생에게 날아든 그 합격 통지서를 보는 순간 정말 믿을 수 없는 감동 자체를 느꼈다. 션의 노력이 명확하게 공식적으로 인정받았음을 의미하는 과정이었고, 그는 손에 원하면 바로 갈 수 있게 해주는 ‘황금 티켓’들을 쥐게 된 것이다. 이제 명문대 합격이 확실해진 시점에서, 진정한 질문이 떠올랐다. ‘이렇게 특별히 어린 대학생에게 과연 그다음 절차는 무엇이 최선인가?’, ‘가장 좋은 계획은 무엇일까?’ 인정을 받았다는 행복함을 충분히 누리고 난 후에 션과 우리 가족은 이제 진지한 고민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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