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장] 버클리 생활: 션의 세상 엿보기
2025년 가을, 션은 겨우 16살이다. 그런 션이 UC Berkeley에서 3학년 생활을 막 시작했다. 션의 기숙사 입주를 도와주러 갔던, ‘달콤 쌉싸름’하면서도 이상하게 ‘멜랑콜리’했던 그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다. 여느 신입생들처럼 방을 꾸미며 사진을 찍는 것과는 달리, 션의 방 벽에는 포스터 한 장 걸리지 않았다. 천성이 소박함 자체인 션은 불필요한 장식이나 요란함을 원치 않았다. 본인이 다 하겠다고 극구 반류하는데도 평소와는 다르게 션의 짐을 정리해 주었는데, 놀랍게도 션이 챙겨 둔 짐은 단 한 개의 여행 가방에 모두 들어갔다. 기숙사 선반에 세면도구를 가지런히 놓고, 침대 밑 서랍에는 비상식량을 넣어 주었다. 베개를 톡톡 두드려 주고 시트를 곱게 펴 주며, 입주 기념사진을 찍을 만한 완벽한 모습으로 침대를 정돈해 주었다.
그 아이를 새로운 공간에 남겨 두고 돌아설 때, 이루 말할 수 없는 자부심과 함께 작고 아련한 엄마의 마음이 교차했다. 그 순간은 정말 꿈만 같았다. 션이 이렇게 어린 나이에 대학에 간다는 생각은 그저 희망적인 속삭임이었고, 우리가 함께 노력해 나가는 과정 속에 일어날지도 모르는 가능성에 불과했다. 결코 손에 잡히는 구체적인 목적지가 아니었고, 그저 미래 어딘가에 떠 있는 막연한 염원이었다. 그런데 션이 모두가 선망하는 대학에서 당당하게 학생증을 받아 들고 기숙사를 떡하니 차지하고 있는 그 모습이란! 이것은 단순한 꿈의 실현이라기보다는 많은 가족과 학생들을 지치게 하는 끝없는 ‘교육 경쟁’을 우회하도록 특별히 설계된 여정의 실질적인 결과이다. 솔직히 스스로를 전문가라 칭하는 나 자신조차 이렇게나 일찍 도달할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던 곳이기에, 그 성취는 더욱 비범하게 느껴졌다. 션의 학업 여정은 계속해서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으며, 션은 이제 ‘응용수학’에 집중하고 있다. 물론 그는 지금 고급 과정의 난관과 씨름하고 있다. 말 그대로 캘리포니아를 대표하는 대학교, CAL이기 때문이다.
** ‘California Accelerated Learning’을 줄인 ‘CAL’이라는 이름을 여러 가지 사업에 사용하다 보니 그것이 ‘UC Berkeley’를 겨냥한 것이냐 하는 질문을 받곤 합니다. 그렇게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분명 긍정적인 기운은 있는 것 같습니다. ‘UCLA’, ‘UCSD’처럼 ‘University of California at _____’ 형식으로 지명 따라 캠퍼스 이름을 짓는 다른 학교들과는 달리 ‘UC Berkeley’는 막상 자신을 ‘CAL’이라 부르는 것을 선호합니다. 캘리포니아 대학이 1868년에 처음 설립되고 다른 캠퍼스들이 차후에 생겨나면서 지명을 넣다 보니 ‘UC Berkeley’라는 캠퍼스명이 나중에 생겨난 것이지만 캘리포니아 대학(University of California) 자체이자, 최초 대학이라는 자부심을 담아 간단하게 CAL이라고 부릅니다. **
‘UC Berkeley’의 수업들은 가장 재능 있는 학생들조차도 깊이 있는 이해와 빠른 학습 속도를 요구하며 한없이 몰아붙인다. 하지만 호기심 많고 모험심 강한 성격답게, 션은 캠퍼스와 주변 지역을 탐색하기 위해 모든 자원을 부지런히 활용하고 있다. 특히 CAL의 학생으로서 얻는 무료 대중교통 혜택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검소한 션은 이것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널리 돌아다닐 수 있는 아주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이미 전형적인 특유의 열정으로 사교 활동에 뛰어들고 있는데, ‘버클리 저거스(Berkeley Juggers)’와 같은 클럽에 가입한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저거스’는 중세에서 영감을 받은 스포츠로, 푹신한 무기와 ‘라벨(ja vel)’이라는 공을 사용하여 경기를 한다. 션은 캠퍼스 활동 박람회에서 이 클럽을 발견했는데, 순수한 참신함과 완전히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볼 기회에 이끌려 가입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것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넘치는 에너지를 발산할 기발하고 만족스러운 활동을 찾아내는 그의 방식이다. 이런 아들 덕분에 세상에 이런 스포츠가 존재한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입학 한 달여 만에 찾아온 ‘홈커밍 이벤트(Homecoming Week)’에 션의 기숙사를 다시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학부모들은 사흘 동안 캠퍼스 곳곳을 둘러볼 수 있었는데, 이번 방문은 션이 처음 입주했던 날보다 훨씬 더 좋았다. 새로운 환경에 완벽하게 적응하여 편안하게 지내는 션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션이 극진하게 과보호하고 아끼는 여동생 소희도 이번 기회에 오빠 학교를 같이 방문하게 되었다. 그의 기숙사 방은 내가 입주일에 정리했던 깨끗하고 정돈된 모습과는 달리, 예상대로 침대 위에는 옷가지가 아무렇게 놓여 있었고, 책상 위에는 각종 서류와 ‘무언가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이걸 보니 그가 방에서는 공부하지 않는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는데, 사실 그 점이 오히려 안심되었다. 션이 모든 튜터링 세션에 참여하고 교수님의 ‘오피스아워’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고 말해주었는데, 그 점이 특히 기특했다. 어릴 적부터 교육한 그대로를 실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입학 때부터 길었던 머리카락은 더 자라 어딘지 모르게 사랑스럽고 학구적인, 그러나 흡사 털 많은 애완동물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를 진정으로 감동하게 한 것은 그의 놀라운 적응력이었다. 션은 상위 과정 수학 과목 중간고사를 이미 치렀다고 활기차게 이야기했고, 그가 시험 결과가 늦게 나오는 것을 걱정하며 전화기를 계속 불안하게 확인하는 모습을 보았다. 션은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첫 학기에 이렇게 어려운 수학 과목 세 개를 야심 차게 선택한 것을 후회한다고 고백했다. 이모가 그렇게 여러 번 말릴 때는 극구 괜찮다고 고집을 피우더니 딱 한 달 만에 결국 “아무도 저처럼 이렇게 하면 안 돼요.”라고 말하다니. 하지만 내 눈에는 이 모든 것이 훌륭한 배움의 경험이었고, 스스로에게 도전하고 그 과정에서 배우려는 그의 의지를 보여 주는 증거였다. 게다가 야외에서 일주일에 여러 번 서너 시간씩 열리는 저거스 모임 때문에 그의 흰 피부는 이제 구릿빛으로 건강하게 그을려 있었다.
언젠가 내가 저녁 식사 사진을 한번 보내 달라고 부탁했을 때 션이 보내 왔던 학생 식당 음식 사진이 떠올랐다. 솔직히 좀 쓸쓸한 느낌이 들었다. 그는 사진과 함께 ‘모든 식사가 다 이렇지는 않다.'라는 변명을 재빨리 덧붙였지만, 엄마인 나는 그 메마른 듯한 치킨과 접시 위를 굴러 댕기는 듯한 밥알들을 그가 다 먹지 않을 것이라는 본능적으로 알았다.
그래서 홈커밍 주간동안 나의 목표는 아주 간단하고 확고했다. 7달러짜리 커피도 손을 벌벌 떨며 안 사 먹는 구두쇠 션이 너무 돈이 아까워서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근사한 음식들을 마음껏 사 주기로 계획했다. 예상대로 정말 성공적이었다. 온갖 미사여구를 늘어놓으며 음식 평가를 조잘대던 에너지가 추수 감사절에 집으로 다시 올 때까지 이어지기를 바랐다. 이 모든 시간은 내 마음속에 한 번 더 조용한 자부심을 안겨 주었다. 모든 것이 기대 이상으로 잘 풀리고 있었고, 션이 새로운 환경에 완벽하게 적응한 모습을 보니 진심으로 행복했다.
아마 가장 놀라운 소식은, 션이 최근에 편입생 적응 수업을 들으면서 알게 된 사실일 것이다. 그들의 공식 자료에 따르면 UC Berkeley 올해 최연소 편입생은 현재 16살이라고 한다. 그리고 작년은 15세였다고 한다. 물론 작년의 15세, 올해 16세는 바로 션이다. 하지만 그는 보통 이 사실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제발 16살 편입생이 100명쯤 더 있었으면 좋겠어요.”라고 농담을 한다. 처음 우리가 모두 품었던 적응이나 학업 진도에 대한 불안감 등 매우 현실적이었던 그 걱정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그 자리에는 점점 커지는 자신감과 부인할 수 없는 소속감이 채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비범한 성취 속에서도 여전히 비싼 7달러짜리 라테 가격에 대해 격렬하게 불평해 대는 그의 매력적인 모습은, 그저 나의 아들, 우리 션, 바로 장시원다운 모습이다. 그는 조용하지만 굳건한 힘으로 이 새로운 세상에 발을 들였고, 이미 그곳을 온전히 자신의 무대로 만들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