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전환점이 선물한 잠재력의 해방

[3장] 뜻밖의 전환점이 선물한 잠재력의 해방

by 정한나 Hannah Jung

션의 어려움을 깨달았을 때 정말 눈이 번쩍 뜨이는 듯했다. 하지만 인생의 중요한 변화가 그렇듯, 익숙한 길에서 벗어나려면 때로는 거부할 수 없는 외부의 강한 힘이 필요하다. 우리 가족에게 그 힘은 바로 ‘글로벌 팬데믹’이라는 이름으로 찾아왔다.


2020년 3월, COVID-19 셧다운으로 모든 학교들이 하루아침에 다 문을 닫아 버렸다. 션에게는 그저 ‘개인적인 고려 사항’이었고 나에게는 마음속 깊이 숨겨진 ‘조용한 불안감’이었던 홈스쿨링이 순식간에 수백, 수천만 가정의 ‘필수적인 현실’이 되어 버린 것이다. 온 세상이 원격 학습으로 전환했고, 우리 가족과 학교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처음에는 그저 예상치 못한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임시방편적인 조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시작되었던 그 변화는 놀랍게도 션의 학업 잠재력을 터뜨리고, 그를 자신만의 가속화된 특별한 학업 여정으로 안내하는 시작점이 되었다. 많은 이들이 너무나 힘들어했던 그 시기가 우리 가족과 학교에는 더없이 좋은 기회이자 전환점이 되었지만 차마 겉으로 드러나게 좋아하지 못하던 긴긴 시간이었다.


전통적인 학교의 틀이 사라지면서, 우리 가족은 ‘Time4Learning’과 ‘칸 아카데미’ 같은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하여 점차 홈스쿨링으로 전환했다. 변화는 즉각적이고 놀라웠다. 션은 융통성 없는 시간표와 다른 친구들을 기다려야 하는 비효율적인 교실 환경에서 벗어나자마자, 꽃을 피우듯 활짝 피어나기 시작했다. 일반적인 학생들을 위해 설계되어 ‘앞으로 나아가고 싶어 하는’ 아이들의 발목을 잡곤 했던, 계속 멈췄다 다시 시작하는 답답한 시스템을 더 이상 견딜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처음 우리는 홈스쿨링을 ‘일반적인’ 학교 교육의 연장선으로 생각했다. 션은 학교가 문을 닫은 3월에 5학년 2학기 과정 중이었고, 약 3개월 후면 초등학교를 졸업할 예정이었다. 이 졸업식은 팬데믹 때문에 많은 아이들이 놓쳐 버린 아쉬운 경험이기도 하다. 새로운 학습 속도와 온라인 플랫폼에 익숙해지도록 돕기 위해 우리 학교의 교장이자 친언니인 션의 이모가 본격적으로 나섰다. 홈스쿨링 커리큘럼을 5학년 과정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우리 예상으로는 남은 3개월 동안 이 한 학년 전체를 마치려면 최소 하루 6시간은 공부해야 할 것으로 생각했다. 마치 큰 도약을 위해 잠시 뒷걸음질을 하는 것처럼 제대로 5학년을 마치고 6학년부터는 온전한 교육을 하겠다는 다짐이었다.


하지만 믿기 힘든 일이 벌어졌다. 션이 매일 할당된 그 많은 학습량을 약 2시간 반 만에 끝내 버리는 것이다. 이는 우리 자매에게 근본적인 의문을 갖게 했다.

‘집에서 이렇게 빨리 하루 학업을 마칠 수 있다면, 과연 지금까지 학교에서 오전 8시부터 오후 3시까지 그토록 긴 일곱 시간 동안 정확히 무엇을 하고 있었던 걸까?’


션에게 이렇게 많은 ‘자유’ 시간이 생긴 것을 깨닫고, 우리는 여름 방학이 되자 그의 학습 속도를 더 끌어올리기로 했다. 우리 자매에게 여름 학기는 CAL Prep 학생들을 위한 6~8주간의 집중 여름 프로그램을 운영하느라 가장 바쁜 시기이다. 그래서 나는 션이 여름 캠프에 참여하게 했고, 8주 만에 6학년 전체 커리큘럼을 끝내도록 계획했다. 내가 제일 바쁠 때 션의 학습량을 늘려 생산적으로 시간을 보내게 하려는 의도였다. 이 계획은 잘 들어맞았고, 션의 학습량도 조금 늘어났다. 그럼에도 바로 적응하고 여전히 하루 약 3시간이면 그 많은 과제를 모두 마치는 것이었다. 정말 놀라웠던 점은 션의 반응이었다. 그는 빨라진 학습 속도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듯 보였다. 학습이 ‘5학년 수준’이라든가 ‘1년 과정’과 같은 전통적인 연령 기반의 인위적인 틀에 갇히지 않자, 자신의 잠재력에 대한 어떠한 ‘한계’도 사라진 것이다. 그의 진도는 그저 자연스럽게 흘러갔고, 나는 그 속도를 늦출 어떤 이유도 찾지 못했다. 이처럼 유기적으로 가속화된 학습 덕분에 션은 2년도 채 되지 않아 무려 6년에 해당하는 학습량을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었다. 만 열한 살부터 열세 살까지 2년 동안 5학년부터 10학년까지의 진도를 다 완료했다. 주말을 더 길게 즐기고 싶다는 생각에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배정된 진도를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주 4일 안에 끝내도록 재배치해달라고 스스로 요청했고, 그렇게 25%가 더 늘어난 분량조차 여유로운 3일간의 주말을 즐기겠다는 신념 하나로 기꺼이, 심지어 아주 훌륭한 퀄리티로 해치워 나가기 시작했다.


사실 이렇게 가속화된 학습은 우연이 아니었다. 우리 아버지께서는 나와 언니가 주말까지 공부하거나 늦게까지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셨다. 나와 언니는, 다른 부모님은 공부를 많이 하면 칭찬을 해 준다던데, 우리 집은 왜 빨리 못 끝내서 주말까지 과제를 하냐고 성화시냐고 했다. 그런 우리에게 부모님은 어디든 놀러 나가자고 주말마다 손을 끌고 밖으로 향했다. 부모님은 우리가 주일은 온전히 쉬길 바라셨고, 가족과 함께 대화하고 식사하며 잘 쉬어야 더 열심히 살아갈 수 있는 것이라며 더 집중해서 열심히 살아가되 충분히 쉬는 것과 멈추는 것에 대한 미덕을 가르쳐 주셨다. 그것은 우리 교육 사업을 통해 하나의 철학으로 자리 잡게 되었고,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하고 더 열심히 놀자.’라는 상당히 ‘이상적’으로 들리는 슬로건을 갖게 했다. 션은 아주 어릴 때부터 이러한 학문적 생태계에 자연스럽게 노출되어 있었다. 그는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하고 할 일 목록을 하나씩 지워 나간 다음, 그날의 학습을 ‘마치고 홀가분하게 떠나는’ 모습을 보며 자랐다. 그들의 자유 시간은 온전히 그들만의 것이었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목격했다. 저녁 식사 시간 전까지 그날 할 일을 마치지 못한 학생들은 늦게까지 남아서 보충 학습을 해야 했고, 이는 학습 시간을 연장시켰다. 충분히 쉬지 못하고 다음 날까지 피곤함이 계속되는 악순환을 목격하게 된 것이다. 이왕 해야 할 일이 있다면 최대한 효율적으로 집중해서 빨리 끝내는 것이 무조건 이득이라는 것을 보고, 느끼고, 체득해 나갔다.


나는 이와 똑같은 구조를 우리 아이들에게 적용했다. 나의 아버지가 늘 그러했듯 한번 약속한 것은 반드시 지켰고, 그렇게 흔들림 없는 약속 덕분에 우리 아이들은 맡은 일을 일찍 끝내는 것의 엄청난 이점을 배웠다고 생각한다. 일단 그들이 책임을 다하고 얻은 자유 시간은 말 그대로 ‘신성불가침’의 영역이었다. 협상의 대상도 아니었고, 침해당하지도 않았다. 나는 내 아이들에게 심지어 하루 종일 게임을 하는 한이 있더라도, 그들이 원하는 모든 활동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주었다. 그리고 그 약속은 늘 진심이었다. 내가 아이들을 굳이 말릴 이유가 없었다. 그 이유는 첫째, 게임 자체가 본질적으로 나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게임이냐에 따라 오히려 비판적 사고를 갖게 하고 문제해결 능력을 키워 줄 수도 있다고 본다. 둘째, 만약 아이들이 자신의 책임을 다했다면, 내가 한 약속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이것은 효율성을 위한 강력한 동기 부여가 되었다.


이러한 믿음이 합리적이라는 것은 우리 자매가 한국에서 학원을 운영할 때도 경험하게 되었다. 많은 학생들이 해야 할 일을 늘 미루고 꾸물거렸는데, 우리는 그들이 충분히 더 빠르게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한 학생에게 왜 그렇게 오래 걸리느냐고 물었을 때, 돌아오는 대답은 우리를 슬프게 했다. 너무 빨리 마치면 부모님이 즉시 그 ‘여분의 시간’을 채우기 위해 추가 과외나 학원을 더 등록하실 것이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어려운 척하고 더 천천히 했다는 것이다. 이는 아이들의 자연스러운 효율성을 짓밟고, 성취를 오히려 올가미로 바꾸는 뒤틀린 교육이었다. 이러한 사례들을 직접 경험했기에 나는 내 아이들에게는 결코 그런 짓을 하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그래서 션은 홈스쿨링 기간에 재빨리 과제를 마치고 놀 시간을 더 많이 얻고자 하는 열망에 이끌려 정말로 엄청난 속도로 교재를 파고들었다. 학년이 쭉쭉 올라가더라도 그는 여전히 어린 학생이었기에 아직은 마냥 흥미를 탐색하고 배움의 즐거움을 찾는 데 중점을 두었다. 따라서 우리의 기준은 의도적으로 유연했다. 션은 85%의 완성도나 이해도를 달성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었고, 그렇게 많은 분량을 감당하면서도 아주 여유롭게 3일 이상의 자유로운 주말을 보낼 수 있었다.


그 순간에 ‘깊이 있는 이해’를 당장 완벽히 해내는 것보다는, 올바른 학습 습관을 기르는 데 더 중점을 두었다. 집중해서 공부하면 집중해서 여가를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을 아이에게 각인시키는 것이 유일한 목표였기 때문이다. 학업 과제를 미리 해내면, 비학업적인 활동을 위해 벌어들인 시간을 진정으로 즐길 수 있었고, 이는 전체적인 루틴을 지속 가능하고 긍정적으로 만들었다. 션은 가장 생산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을 찾는 것에 대한 강렬한 열정으로 빛났고, 그렇게 확보한 자유 시간에 그가 스스로 선택한 코딩이나 좋아하는 팟캐스트를 들으며 온라인 친구들과 채팅하는 등의 활동을 수치심이나 죄책감 없이 온전히 즐기는 자기 모습을 자랑스러워했다. 이것은 단순히 ‘속도’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진정한 몰입, 강한 목적의식, 그리고 균형 잡히고, 자기 주도적인 삶을 살아가는 순수한 즐거움에 관한 이야기이다.


궁극적으로 이 시기는 단순히 원격 학습에 ‘대처하는’ 기간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그것은 전통적인 시스템 안에서 자신도 모르게 억눌러왔던 잠재력을 해방시키는 기회였다. 션은 그저 잃어버린 것을 따라잡는 정도가 아니었고 이미 저만치 앞서 달려가고 있었다.


물론 홈스쿨링 기간이 도전 과제 없이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규율과 체계, 그리고 부모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아주 좋았다. 션은 행복해했고, 학습에 몰입했으며, 자신의 능력에 완벽하게 맞는 속도로 배워 나갔다. 팬데믹으로 인한 강제적인 고립은 역설적으로 우리에게 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발견할 기회를 선물해 주었다. 이는 개개인의 속도를 존중하고, 배움을 장려하며, 궁극적으로 모든 전통적인 기대를 뛰어넘는 가속화된 학업 여정을 위한 토대를 마련해 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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