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조기 졸업: 대학으로 가는 문이 열리다
홈스쿨링 기간 동안 션이 보여 준 놀라운 학업 속도를 통해 확실하게 깨달은 사실이 있다. 엄격하고 연령에 기반한 진행 방식을 가진 전통적인 K-12 시스템은 션의 특별한 속도를 수용하도록 설계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션은 공식적인 고등학교 입학 시기보다 훨씬 전에 이미 초등학교와 중학교 과정을 넘어섰고, 고등학교 수준의 주제들을 깊이 탐구하고 있었다. 코로나19 봉쇄 조치가 해제되고 많은 학교가 정상적인 학사 일정으로 돌아간 후에도, 우리는 전통적인 학교 시스템으로 절대 돌아가지 않기로 했다. 이는 새롭고 중대한 도전으로 다가왔다. 션의 뛰어난 능력에 진정으로 맞는 학습 환경으로, 어떻게 정식으로 전환할 수 있을까? 귀한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션의 훌쩍 성장한 수준에 맞으면서도, 절대 다시 틀에 갇히지 않게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를 깊게 고민하게 되었다.
캘리포니아 고등학교 졸업 자격시험 (California High School Proficiency Exam, CHSPE)은 이러한 상황에서 명확한 해결책으로 떠올랐고, 우리의 교육 철학과 션의 독특한 궤적에 완벽하게 부합했다. 이것 또한 사실 우리에게 새로운 발견은 아니었다. 오히려 CAL Prep의 가속화 프로그램에 필수적인, 우리가 이미 많은 학생들에게 성공적으로 적용했던 검증된 전략이었다. 다만 만 13세 정도로 어린 학생이 아직 없었을 뿐이었다. 이 시험을 보기 위해서는 만 16세 이상의 학생이어야 시험 등록을 할 수 있었고, 16세 미만 학생이라면 이미 10학년 1학기에 해당하는 학업 진도를 마쳤음을 증명해야 했다. 이미 10학년 과정까지 마무리한 션에게, ‘CHSPE’는 논리적이고 필수적인 다음 단계임이 분명했다. 이 시험은 우리가 찾던 고등 교육으로 가는 공식적인 통로를 제공했고, 션이 고등학교 졸업과 동등한 법적 자격을 얻어 K-12 시스템을 벗어나 또래보다 몇 년 일찍 대학 생활을 시작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우리의 목표는 단 하나였다. 션의 학습 모멘텀을 유지하고 그의 배움이 유연하며 제약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다.
** 앞으로 이 길을 가고자 하는 부모님들께 알려드립니다. ‘CHSPE’는 2023년 말에 폐지되었습니다. 이후 캘리포니아 자격 프로그램(California Proficiency Program)으로 대체되었는데, 이는 California Proficiency HiSET 서브테스트 세 과목을 통과하여 캘리포니아에서 고등학교 졸업 동등 학위를 취득하는 방식입니다. ‘CHSPE’는 고등학교 10학년까지의 교과 내용을 시험으로 통과하는 방식이었는데, 캘리포니아 자격 프로그램은 고교 12학년까지의 영어와 수학 실력을 검증하기에 난이도가 다소 높아졌습니다.
만 16세 이상이면 전 세계 누구나 응시할 수 있었던 ‘CHSPE’는 이제 캘리포니아 내 공립 및 사립 고등학교 재학생이나 PSA 등록을 한 홈스쿨러들에게만 등록 자격이 주어지는 California Proficiency HiSET로 변경되었고 등록 절차도 다소 복잡해졌습니다. 그러나 기존에는 일 년에 딱 세 번(봄, 여름, 가을) 캘리포니아에서 직접 시험장에 방문해 응시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온라인으로 언제나 신청할 수 있게 바뀌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
불필요한 부담을 덜어 주고자, 우리는 션에게 이 시험을 그저 자신을 시험하고, 그간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확인하는 기회로 여기도록 격려했다. ‘CHSPE’는 불합격한 부분이 있다면 재등록 비용을 내고 원하는 만큼 재응시가 가능하기에, 이론적으로는 첫 시도에 꼭 성공해야 한다는 본질적인 압박은 없었다. 하지만 나는 내 아들을 잘 알고 있었다. 션은 타고난 성정 자체가 스스로에 대한 큰 기대를 품고 있었고 그것을 절대 내색하지 않는 아이였다.
‘CHSPE’ 시험 준비 과정은 놀랍도록 순조로웠는데, 이는 그의 철저한 자기 주도 홈스쿨링의 성과를 증명하는 것이었다. 이 시험이 읽기, 쓰기, 수학 등 고등학교의 기본적인 역량을 평가하는 만큼, 션의 꾸준하고 빠른 학습 진도 덕분에 시험 준비는 새로운 학습보다는 복습에 가까웠다. 우리는 그저 그가 시험 형식에 익숙해지도록 돕고 시간 제약이 있는 섹션을 미리 파악하여 시간 분배를 잘할 수 있도록, 그래서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전부였다.
당시에 ‘CHSPE’의 인기가 높아져서였는지, 아니면 내가 고민하다가 막판에 등록해서였는지, 시험을 볼 수 있는 유일한 장소는 우리 집에서 무려 100마일이나 떨어진 곳에 있었다. 나는 ‘압박감 제로’ 철학을 완벽히 실현하기 위해 이 시험을 가족 여행으로 바꾸었다. 시험 전날, 웨스트 코비나(West Covina)로 차를 몰고 가 편안한 호텔에 머물렀고, 여유로운 저녁 식사를 즐기며 션이 편안하게 잠들도록 배려했다. 시험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어바인(Irvine)에 있는, 션이 가장 좋아하는 훠궈 식당에서 새로운 시도를 축하하기 위한 만찬 계획까지 세웠다. 기록적으로 어린 나이에 고교 졸업시험을 치를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된 그 행위 자체에 대한 격려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경험을 최대한 학업적인 부담 영역에서 탈피시키고 설사 실패하더라도 긍정적이고 좋은 기억으로 남을 수 있도록 행복한 가족 나들이로 만들어 주고 싶었다.
그리고 마침내 시험 당일 아침이 밝았다. 2022년 5월, 우리는 마침내 시험장에 도착했다. 겉으로는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나의 마음은 애써 감추려 했던 기대로 요동치고 있었다. 자율성을 키워 주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엄마로서, 나는 션을 내려주고 스스로 시험장으로 걸어 들어가도록 했다. 겉으로는 단호한 척했지만 나는 션 못지않게, 어쩌면 그보다 더 큰 긴장감에 휩싸여 있었다.
아이가 게이트를 통과해 사라지는 순간, 나는 재빨리 멀찍이 주차한 뒤, 담장 너머로 고개를 내밀어 션을 훔쳐보았다. 그리고 시험장 건물로 향하는 모습을 애타게 쫓았다. 마침내 션을 발견하고, 은밀히 줌인하여 사진 한 장을 남겼을 때, 정말 숨이 턱 막히는 듯했다.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다른 고등학생들 사이에서도 눈에 띄게 키가 컸고, 동시에 누가 봐도 어린아이였다. 어린 소년 특유의 순수함은 나의 눈에만 들어오는 듯했고, 동시에 불확실성의 물결이 나를 휘감았다. ‘정말로 이 길이 옳은 선택일까?’ 나는 속으로 끊임없이 되물으며, 침묵 속에서 간절히 좋은 결과를 바라는 기도를 올렸다. 션이 나의 걱정을 절대 눈치채지 않기를 바라면서.
그 순간이 션에게 얼마나 중요한 전환점이 될지 나는 직감하고 있었다. 내 마음속은 온갖 다양한 감정으로 휩싸였지만, 션은 불과 열세 살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홈스쿨링 기간 동안 차근차근 키워 온 자기 효능감 덕분에 차분한 자신감으로 시험실에 들어섰다. 그는 자신이 무엇을 공부했고, 어떻게 시간을 관리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알고 있었다.
몇 시간 뒤, 시험이 끝나고 션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을 때, 첫 질문은 당연히 시험이 어땠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그는 살짝 짜증 섞인 표정으로, 시험 중간에 꽤 길게 화장실에 가야 했다며 그게 아무래도 호텔 조식 때문인 것 같다고 투덜댔지만, 나는 긴장감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그는 그것 때문에 귀한 시간을 많이 빼앗겼다며 걱정했다. 오랜 교육 경험으로 다져진 내 육감은, 션이 은연중에 점수에 대한 엄마와 이모의 기대를 낮추려고 시도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이는 학생들이 혹시 모를 완벽하지 않은 결과에 대한 이른 걱정을 비롯한 여러 가지 이유로 주위 사람들의 기대감을 낮추려고 애쓰는, 꽤 익숙한 전술이다.
딱 한 달 뒤인 2022년 6월, 결과를 담은 우편물이 도착했다. 우편함에 꽂힌 노랑 봉투를 보자마자 딱 알았다. 우리 학생들이 이미 수십 명 그 시험을 치렀고, 성공하면 큰 노랑 봉투에 졸업장이, 실패하면 작은 하얀 편지 봉투에 결과지가 배달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션은 나의 예상대로 성공했다. 단 한 번 만에 ‘CHSPE’ 시험을 당당히 통과한 것이다. 이 결과는 단순히 고등학교 과정을 마쳤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그의 고교 과정이 깔끔하게 정리되고, 이제 대학으로 학업이 이어지게 되었음을 명확하게 알리는 신호탄이었기 때문이다.
그 성취의 무게는 엄청났다. 상상해 보자. 대부분의 또래들이 이제 겨우 7학년을 마무리하고 8학년이 될 기대를 하고 있을 여름에, 션은 캘리포니아 교육구가 인정하는 합법적인 고등학교 졸업장을 손에 쥐게 된 것이다. 이것은 그저 ‘5년의 학습 기간을 건너뛰었다’라는 의미를 넘어 그의 성취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그를 위한 맞춤형 가속 학업 여정으로 향하는 문이 이제 활짝 열렸다는 것을 뜻했다.
션은 사실 정식 초등학교 졸업식도, 중학교 졸업식도 치르지 못했다. 하물며 고등학교 졸업식에서 무대 위를 걸어 볼 기회도 없었다. 언니도 나도 초중고 졸업식마다 졸업 대표 연설을 도맡아 하며 모두의 주목을 받았지만, 우리 션은 모두가 경험하는 그 세 번의 졸업식을 단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열세 살에 ‘CHSPE’에 합격한 아이를 축하하는 이 사진 한 장에 이 모든 의미가 담겨 있다.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손수 만들어 주신 축하 장식과 가족들이 정성껏 준비한 음식, 그리고 시원이의 성장을 함께 목격한 CAL Prep 코치들과 함께 마음을 다해 축하했던 그 순간의 사진이 남았다.
13살에 이 시험을 통과했든, 아니면 15살에 대학교 3학년에 합격하고 16살에 버클리를 선택했든, 션의 여정 내내 나는 한결같이 “당신의 아들은 천재임에 틀림없어요!”라는 말을 듣곤 했다. 그리고 나는 그때마다 그저 조용히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재미있게도, 이렇게 ‘천재’라는 말을 듣던 아이가 “너는 지금 몇 학년이니?”라는 직설적인 질문을 받으면 가장 어이없는 대답을 했다. 그는 “아… 까먹었어요.”라거나 혹은 “잊어버렸어요.”라고 말하는 것이 자신의 특별한 상황을 설명하려고 애쓰는 것보다 훨씬 쉬웠다고 말했다. 자신이 눈에 띄거나 자랑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성격 탓이기도 했다. 나는 그 어이없는 대답에 그냥 웃어야 할지, 깊게 한숨을 쉬어야 할지 늘 고민했다.
션의 ‘CHSPE’ 시험 합격 직후인 2022년 가을, 그의 대학 생활은 공식적으로 시작되었다. 이는 그의 정규 교육이 전통적인 고등학교 과정을 완전히 건너뛰고 고등 교육으로 얼마나 매끄럽고 효과적으로 전환되었는지를 보여 주었고, 만 14살이 되기 전에 받게 된 인생 첫 대학 성적표가 그 모든 것을 증명하게 되었다.
왜 션이 홈스쿨링을 딱 10학년까지만 하고 고교 졸업 자격을 얻었는지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참 많았다. 현재 일반 고등학교에서도 10학년이 지나면서부터는 거의 대부분이 대학 수업을 선수강하는 교과과정으로 바뀌게 된다. 아너스와 AP 수업들을 최대한 많이 수강해서 11학년이 끝나고 12학년이 시작하는 시점에 대학 원서를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10학년이 끝나면 대부분의 기본 고교 교육은 끝나고 11, 12학년 커리큘럼은 대입 준비를 하는 수업이다 보니 아예 칼리지로 보내서 그 대학 수업들을 하나씩 차근차근 수강하게 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그 어떤 졸업장도 받지 못했던 션에게 5-10학년까지의 학과 완성을 고교 졸업시험으로 ‘공식’ 인정받게 하고 그 이후 과정은 평생의 기록으로 남을 대학 성적표로 남기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