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하다

도민체전 나가고 싶었어요

by hannah

물 공포증을 극복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 마흔이 넘은 나이에 생애 처음으로 수영 강습에 참석했던 날, 가슴까지 오는 물에 숨이 턱 막혀, '그냥 나가 버릴까?' 생각했다. 다행히 함께 수영을 다니기로 한 친구의 도움으로 몰려오는 두려움을 뒤로하고 킥판을 잡았다.


그 후 일 년.


난, 한 마리의 물개가 되었다. 킥판을 잡던 첫 수업부터 자유형으로 25미터를 못 가서 중간에 멈춰 서야 했던 기억, 처음 수심 2미터에서 수업하던 날 혼자 패닉상태가 되어 50미터도 채 완주하지 못하고 구조? 되었던 일, 이 모든 추억들을 뒤로하고, 난, 이제 한 마리의 물개다.


이민 준비를 하는 그 바쁜 와중에도 일주일에 여섯 번 수영을 갔다. 틈만 나면 수영 선수들의 유튜브 채널을 보며 땅에서 할 만한 드릴을 연습하거나 보완할 점을 정리하며 내일의 훈련을 계획했다. 수영장에서도 마치 대회를 준비하는 사람처럼 연습했다. 잡담하려는 사람들을 멀리하고, 내 스타일을 지적해 주거나 피드백을 주는 사람과 대화했다. 지금 돌이켜보아도 이유를 알 수 없지만, 그냥 잘 해내고 싶었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만족할 만큼, 딱 그만큼만. 그때까지 연습을 게을리하고 싶지 않았다.


무언가를 꾸준히 열심히 해 본 기억이 별로 없다.


그래서 열심히 수영하고 살아온 지난 시간 동안 나 자신이 대견했다. 어떻게 되고 싶다,는 구체적인 생각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누구 보단 잘해야지,라는 욕심도 없었기 때문에 노력했던 하루하루가 그저 즐거웠다. 그리고 돌아보니 어느덧 난, 수영을 잘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같은 수영장을 다니시는 시어머님이, 보는 사람마다 내 수영실력을 칭찬한다며 괜히 당신도 으쓱해졌노라 말씀하신다. '수영하는 모습 동영상으로 찍어줄까? 엄마에게 보여드리면 매우 자랑스러워하실 거야.'라는 제안도 함께. 아니에요, 어머님, 당신이 물을 싫어해서 물 근처에도 못 가게 키우신 게 바로 제 친정어머니세요,라는 말을 꿀꺽 삼킨다. 강습 초반, 엄마에게 수영을 다닌다고 말 하니 '돈이 되는 기술은 안 배우고 팔자 좋게 수영이라니'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래서 더 잘 해내고 싶었던 건지도 모른다. 물 공포증을 극복하며 엄마도 극복해 나가기. 엄마의 말에 휘둘리지 않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보란 듯이 꿋꿋하게 앞으로 나아가기. 그 와중에 행복하기.


이민 오지 않았다면 몇 년 간 더 연습에 매진해서 도민체육대회에 나갔을지도 모르겠다. 정말 그러고 싶었으니까(물론 실력이 안 돼서 못 나갔을 수도 있겠지만, 이왕 못 나가게 된 거 그렇게 믿고 싶지 않다). 가끔 지원서에 이름을 쓰고 있는 꿈을 꾸다가 잠에서 깬다. 펜을 꼭 쥐고 긴장한 모습이 역력하지만, 기대와 희망에 찬 모습으로 당당히 서 있는 내가 있다. 더 이상 누구도 무엇도 두렵지 않다는 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