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Conwy로부터 30분 정도 차로 달리면 Anglesey라는 작은 섬에 도착한다. 스코틀랜드 출신 건축가인 토마스 텔퍼드에 의해 19세기 초 설계된 메나이 현수교와 브리테니아 다리를 통해 웨일스 본토와 연결되어 있는 이 섬은 내국인들 뿐만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아름다운 명소이다.
상징적 의미가 강하다고는 하지만 21세기에 입헌군주제라니,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나에게 시부모님은 여왕의 가든파티에 초대받았던 시절, 올해 있었던 왕의 대관식, 윌리엄과 케이트(덧붙여 해리와 메건)에 관련된 이야기를 자주 하신다. 그중 어머님이 언급하기 가장 좋아하시는 건 윌리엄과 케이트가 자주 산책했다던 랜드윈에 관련된 이야기이다. 실제로 어머님은 날씨가 허락하는 한 그 섬에 가길 좋아하신다. 섬에 관련된 전설 때문인지는 몰라도, 낭만적인 어머니에게 그 섬은 마치 사랑의 섬, 낙원, 같은 이미지로 각인되어있기 때문이다.
윌리엄이 RAF(Royal Air Force)에서 근무하던 시절, 그들은 앵글시의 4 베드룸 하우스에서 평범한 삶을 영위했다. 그 당시 윌리엄과 케이트가 자주 찾았던 곳 Llanddwyn Island는 그래서 그들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곳인 것 같다(결혼 10주년에도 이곳에 머물렀다고 함). 그림같이 펼쳐진 모래사장의 끝을 향해 걷다 보면 라이트하우스로 향하는 바닷길이 열린다(물론 물때표를 확인하고 가야 한다). 동화 속 주인공인 된 듯한 기분으로 산책을 즐길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지만, 날씨가 좋지 않은 영국에서 물때까지 맞춰 가야 하니 일 년 중 정말 아름다운 Llanddwyn Island를 볼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 나는 다섯 번을 갔었지만 바람도 불지 않고 화창했던 날은 단 하루에 불과했다. 그래도 가 볼 만하다! 이렇게 아름다운 바닷길은 살면서 몇 번 못 걸어볼지도 모른다.
Newborough Beach 주차장에 차를 대고 6km에 걸쳐 펼쳐진 고운 모래사장을 걷는다. 가족단위의 관광객이 많고, 로컬은 개를 데리고 산책한다. 바다 위로 패러글라이딩을 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고 바람이 많이 부는 날엔 서퍼들도 꽤 많다.
패러글라이딩 앵글시, 사진 출처 트립어드바이저
랜드윈이 앵글시의 남서쪽 끝이라면, 사우스스택 라이트하우스는 섬 서쪽 끝에 자리하고 있다.
아이와 함께 이곳을 방문했던 때는 아직 두꺼운 재킷이 필요한 3월이었다. 주차장 옆으로 환상적인 뷰를 자랑하는 카페가 있고 케이크, 간단한 핫푸드, 샌드위치 같은 음식과 다양한 종류의 음료를 판매한다. 나는 어디를 가든 주로 도시락을 싸서 다니기 때문에 음료만 주문해 야외에 앉아 탁 트인 바다 경치를 감상하며 점심을 먹었다.
사우스스택 카페 야외 좌석
섬의 끝자락에 있는 South Stack Lighthouse는 카페로부터 걸어서 20분 넘게 걸리는 거리에 있다. 눈앞에 훤히 보이지만 업 앤 다운이 심한 돌계단을 마구 걷고 위험해 보이는 다리를 건너가야 하기 때문에 도착하기 전 체력이 바닥날 수도 있다. 하지만, 일단 도착하기만 하면 등대 꼭대기에서 재미있는 해설사의 짧은 강의도 들을 수 있고 등대의 메커니즘을 매우 가까이서 관찰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운이 좋다면 돌고래 떼를 볼 수도 있고 이곳에 상주하는 (우리 말로는 '고뿔바다오리'라는 생소한 이름을 가진) puffin들도 볼 수 있다.
앵글시의 퍼핀들, 사진 출처 구글
Anglesey는 인구 7-8만 명 정도가 사는 작은 섬이지만, 관광지로 개발되어 명소가 많은 곳이다. 나는 가까운 곳에 살고 있으니 특별한 목적이 있지 않는 한 호텔에 머무를 일은 없다(8년 전 남편 쪽 대가족 10명 정도와 함께 3박 4일간 앵글시 호텔스테이를 한 적이 한 번 있음). 하지만, 잉글랜드나 북아일랜드, 스코틀랜드, 혹은 웨일스 남쪽에서 오는 영국인들은 에어비앤비를 통해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이주정도 머무르며 섬 곳곳을 둘러보기도 한다. 그만큼 갈 곳, 볼 것이 많은 Anglesey, 성수기에도 복잡한 곳이 없어 여유로운 여행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South Stack Lightho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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